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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전환 준비 중인 DGB대구은행, 내부 관리 체계 부실에 발목 잡힌 상태 불법 계좌 개설, 전직 임원들의 불법, 비리, 횡령 등으로 유죄 받은 사례도 다수 금융당국이 처벌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시중은행 숫자 늘려야 된다는 정책 목표 때문이라는 지적도
DGB대구은행(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각종 내부 관리 체계 부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인가 작업에 속도를 내던 금융당국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으로 구성된 기존의 5대 시중은행 과점을 타파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6번째 시중은행 후보를 물색하는 중이지만,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의 주요 지방 은행보다 한 발 앞서 달리고 있는 대구은행의 각종 금융사고가 알려지면서 시중은행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대구은행 영업점들이 고객 계좌 1,000여개를 불법으로 개설한 사실이 밝혀진데다, 박인규 전DGB금융 회장이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 및 횡령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사례도 있다. 박인규·이화언·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3명 등은 대구 수성구청의 펀드가 손실을 보자 사비를 모아 보전해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로 한데다, 김태오 회장도 캄보디아 공무원에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전환 기술적 요건은 갖췄으나 내부 감시 체계가 문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자본금 1천억 원 이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 4% 등의 시중은행 인가 요건을 충족한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지난해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5대 시중은행이 신규 진입을 막아주는 관치금융 덕분에 '이자 장사'를 쉽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던데다, 금융 시장 안팎에서 '횡재세', '초과이익 환수제' 등으로 대변되는 '상생 금융'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대구은행 내부에서 쉬쉬하던 관리 체계 부실이 수면 위에 부상하면서 시중은행 전환 심사가 늦춰지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초부터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은행 지주사들의 지배구조 담당 임원 및 연구기관과 함께 TF를 구성해 DGB금융지주 사례를 모범관행으로 삼은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구성해 지난해 12월에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최근 진행 중인 DGB금융지주 신규 회장 선임 절차가 향후 은행지주들에 대한 내부 관리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DGB 속사정은 모범관행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감원의 지배구조 모범사례(Best Practice) 기본 방향 중 첫번째와 세번째로 언급됐던 사외이사 지원 조직 및 체계에 따르면 사외이사 지원 조직은 이사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DGB금융지주의 강정훈 이사회 사무국장은 김태오 DGB금융 대표이사 회장의 직할로 운영되고 있는 ESG전략경영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ESG전략경영연구소가 DGB금융지주 및 계열사 전체의 ESG경영과 관련된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와 사외이사 지원 조직 간의 독립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범 기준 4번째 항목으로 언급된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 부분에서도 강 국장의 겸직이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DGB금융 차기 회장 선임 및 임원 관리도 금감원의 모범관행과 거리 멀다?
지난 14일에 선정된 DGB금융 차기 회장 후보자 3명을 선발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모범관행에서 규정한 절차들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흘러나온다.
지난 2022년까지 DGB 금융 차기 회장 상시 후보군은 단 2명에 그쳤다. 모두 내부 추천 위원회에서 선정한 DGB금융 내부 인사다. 실질적인 오너 지배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JB금융지주의 경우, 내부 5명, 외부 6명으로 총 11명의 후보군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7월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Finda)에 446억원의 지분투자를 결정할 때도 후보군들 중 일부와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JB금융의 미래를 결정하는 큰 투자인만큼 향후 JB금융의 미래를 이끌 후보군들의 관점도 반영이 되었던 것이다.
금감원의 모범관행에 따르면 상시후보군 관리에 있어서 추천 경로를 특정 경로로 편중하지 않고,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부적합자를 제외할 것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DGB금융의 경우 박인규 전 회장 겸 행장이 구속됐을 당시 금융당국의 제재를 함께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박명흠 전 부행장을 대행직으로 임명하기도 했고, 김경룡 전 부행장의 경우 행장으로 선임 되고 난 이후 채용비리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진 사퇴한 전력도 있다. 일부 해직 임원들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주장하고 있는 부분은 임원 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방은행들 대부분이 지방에 연고가 있는 후보군들 속에서 차기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이 나오는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특히 대구의 경우 대구상고 및 경북고 등의 과거 대구·경북권 내의 주요 명문고교 파벌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한 지역색과 파벌 때문에 상시후보군 선정 작업도 제한적인 추천 경로를 통할 수 밖에 없고, 파벌 유지를 위한 각종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 감시 체계 확립보다 시중은행 경쟁 키울 '메기'가 더 급하다?
지난해 8월, 대구은행의 불법 계좌 개설 사실이 밝혀지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내부통제의 완비라든가 어떤 그와 관련된 고객 보호 시스템 그리고 이제 KPI(핵심성과지표)의 적정한 구비 등이 아마 향후 심사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점검 요소 중에 하나로 저희가 볼 수밖에 없다"며 내부 감시 체계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까지만해도 금융당국은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힘을 보태려는 분위기였다. 일반적으로 은행 인가를 내줄 때는 예비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신규은행 설립이 아닌만큼 예비인가를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급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불법 계좌 설립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을 동반하는 중요 금융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이 금감원에 늑장보고했던 사실이 알려진데다, 지난 10여년간 현 경영진이 각종 불법 사례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것이 속속 알려진 탓에 시중은행 전환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 됐다.
지난 2022년, 미국의 5대 은행 중 하나인 미국은행(U.S. Bank)은 직원들에게 은행 상품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영업 목표 할당제를 운영했다가 3,750만 달러의 벌금을 맞은 사례가 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당시 "가상 계좌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10년 이상 소비자 데이터를 유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단순히 계좌 개설이 아니라 실제로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계좌에 대해서만 인센티브를 받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치 않는 계좌, 신용 프로파일에 부정적인 영향, 개인 식별 가능 정보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의 형태로 고객들에게 해를 끼쳤다"며 실제로 고객들에게 피해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7월에는 미국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불법 취득한 고객들의 신용보고서를 이용해 해당 고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몰래 이들 명의로 신용카드 계좌를 다수 개설한 혐의 등의 이유로 1억 5천만 달러의 벌금을 맞았고, 피해 고객들에게 총 1억 달러의 배상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대포통장을 개설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만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고, 피해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는 사기죄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주요 비리 사실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절차를 신속하게 밟지 않는 것은 시중은행 간의 경쟁을 키울 '메기'가 필요하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진행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 공매도 금지, 금융투자세 폐지, 상속세 완화, 저PBR 주식 대상 밸류업 정책 등, 최근 선거철을 맞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금융 정책 중 은행간 경쟁 강화가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만큼, 22대 총선 국면이 마무리 되는 4월 중순까지 시중은행 전환 심사나 처벌 절차 등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