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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살리자" 2024년 모태펀드 예산, 1분기에 전액 출자 보완방안 통해 20% 줄었던 팁스 미지급 지원금도 제자리로 고금리로 자금 말라붙은 벤처업계, 정부 지원 한 푼이 절실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 시장의 조기 회복을 위해 정부 자금을 조기 투입한다. 오기웅 중기부 차관은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4년 모태펀드 출자사업 관련 간담회를 개최, "2024년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본예산 4,540억원의 2배 수준인 9,100억원으로 설정하고, 1분기에 전액 출자사업을 진행해 벤처투자 조기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R&D 예산 삭감 및 편중으로 벤처업계 전반이 휘청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가 벤처투자 회복에 힘을 실으며 본격적인 '예산 공백' 보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감액 없던 일로" 팁스 협약 변경 보완책도 발표
정부의 벤처업계 '공백 메꾸기' 기조는 민간 주도 기술창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 사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팁스는 민간 팁스 운영사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R&D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정 기업은 2년간 정부로부터 최대 5억원의 R&D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기부는 지난해 일부 R&D 지원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으며, 지급 시점을 올해까지 미뤘다.
이후 정부는 올해 대규모 R&D 예산 감액을 단행했고, 팁스가 속한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 예산 역시 20%가량 감액됐다. 지난해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 기업들의 몫이 줄어든 셈이다. 졸지에 혜택 일부를 잃어버린 협약 변경 대상 기업들은 종잡을 수 없는 정부의 예산 편성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고, 벤처업계 전반에서 정부의 정책 일관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31일 'R&D 협약 변경 후속 보완방안'을 발표, 팁스와 기술혁신(일반회계) R&D 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에 대한 지원금을 감액하지 않고 100%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원금 중 미지급분은 올해 감액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보완 방안을 토대로 2월부터 기업별 안내를 실시하고, 순차적으로 협약 변경을 진행할 예정이다.
얼어붙은 벤처업계, 정부 지원금 '절실'
현재 벤처업계는 고금리 상황으로 인한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벤처기업들이 정부 지원금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혹독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잠정치)는 10~11조원 수준이다. 이는 2022년(6조7,640억원)과 비교하면 준수한 성적이지만,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및 고금리 영향으로 투자 증가 체감이 크지 않다는 호소가 흘러나온다.
벤처업계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벤처캐피탈(VC)업계 역시 얼어붙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시스템(DIVA)에 따르면, 국내 VC 356곳 중 45곳은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과 투자 실적이 전무한 '좀비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VC의 신규 투자 금액은 전년(6조7,640억원)보다 20%가량 감소한 5조3,977억원에 그쳤고, 새롭게 결성된 펀드는 290개로 전년(380개) 대비 23% 줄었다.
현재 대부분 VC는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없는 상태다. 고금리로 인해 출자자(LP)들이 출자 규모를 축소하면서 투자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데다 펀드 결성 기회도 줄었기 때문이다.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며 생존 위기를 겪는 VC도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의 섣부른 R&D 예산 삭감이 벤처업계를 향한 '사형선고'라는 비판이 제기돼 온 이유다. 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뒤늦게 예산 공백 보전안을 내놓은 가운데, 벤처업계는 혹한기를 딛고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