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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레이션' 충격에 휩싸인 시장, 공급 확대 대책 없이 헛도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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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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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치솟는 과일값에 '역대급 지원 예산' 투입
공급 확대 방안은 사실상 전무, 납품단가 지원 부작용 우려
민간 비축 물량 파악에 난항 겪는 정부, 차후 물량 공급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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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애플레이션(Applation, 애플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억제를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 사과를 시작으로 치솟은 과일값이 2월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자, 차후 인플레이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사실상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차곡차곡 쌓이는 정부 지원책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사과(71.0%), 귤(78.1%), 토마토(56.3%), 딸기(23.3%) 등 소비자가 즐겨 찾는 대다수 과일값이 대폭 상승하며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진 것이다. 과일값 상승의 영향으로 생활물가지수(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140여 개 생필품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 역시 3.7% 올랐다. 

정부는 지난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 3∼4월 사과와 대파 등 13개 품목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에 총 43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13개 과일·채소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289억원으로 85억원 확대한다고 발표했으며, 15일에는 농산물 납품 단가 지원 규모를 959억원·농축산물 할인 예산을 5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3∼4월 중으로 명절에만 발행하던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 상품권(30% 할인)을 180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들어 정부가 제시한 농축산물 관련 지원 예산은 자그마치 1,639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6일 최초 지원안 발표(434억원) 당시 대비 1,200억원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업계는 특히 이례적인 규모의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납품단가 지원 대상 품목을 13개에서 21개로 확대하고, 지원 단가를 최대 2배가량 상향했다. 특히 과일 가격 상승세를 견인한 사과 납품단가 지원의 경우 ㎏당 1,000원에서 4,000원까지 올랐다.

공급 확대 방안 전무, 무리한 가격 인하는 '독'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공급 확대 없는 납품 단가 지원이 치명적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지난 7일 송미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축산물 물가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사과의 경우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고, 8단계까지 협상이 진행돼야 수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딘 검역 절차로 인해 사실상 가까운 시일 내로 외국 사과를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과일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사과 수입 허용을 요청한 국가 11개국 중 검역당국 수입위험분석(IRA) 협상 진전이 가장 빠른 곳은 8단계 중 5단계에서 멈춰 있는 일본이다. △독일과 뉴질랜드 사과는 3단계 △미국은 2단계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중국·이탈리아·포르투갈·아르헨티나 사과는 1단계에 각각 계류 중이다. 문제는 가장 협상 속도가 빠른 일본과의 협상이 30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송 장관은 “일본은 1992년도에 (수입 허용이) 요청됐고,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위험 분석을 하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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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올가을 햇사과 출하 이전까지 사실상 공급 확대 방안이 전무한 가운데, 정부의 무조건적인 납품 단가 지원은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추가 공급 없이 사과 가격이 하락할 경우, 추가 공급 없이 수요가 증가하며 오히려 가격 상승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지난 1~2월 사과 매출은 딸기와 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납품 단가 지원으로 소매 가격이 하락하며 소비자 수요가 몰린 결과다.

잔여 물량 파악부터 '난항'

정부가 현재 사과의 저장 물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사과 저장량이 전년 대비 31%가량 줄어든 20만3,000t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정부가 전체 사과 물량을 관리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저장량 중 시장에 방출할 수 있는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공식적인 잔여 물량이 파악되지 않는 원인은 농산품 유통 구조에 있다. 과일의 경우 대부분 물량이 농가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유통업체와 계약해 재배하는 방식으로 공급되며, 해당 거래 물량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농가가 정부와 직접 계약해 재배한 일부 물량의 경우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지만, 지난해 재배 물량(4만9,000t)은 이미 바닥을 보인 지 오래다.

정부는 사과의 민간 저장 물량이 얼마나 시장에 방출되는지 파악할 수도, 이를 임의로 조절할 수도 없다. 사과는 정부비축(가격 변동이 심한 주요 농 ·수산물을 정부가 직접 비축해 물가를 조정하는 사업) 대상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본적 공급 부족을 해결할 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정부와 시장은 좀처럼 '애플레이션'이 야기한 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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