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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데이터 무단 학습으로 프랑스서 3,600억원 벌금 맞은 구글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사 활용 대가로 1억 달러 지급 합의 전례도 빅테크 기업 상대로 콘텐츠 사용료 지급 의무화하는 움직임 증가
프랑스 정부가 구글이 뉴스 콘텐츠 사용료에 관해 언론사와 맺은 계약을 위반했다며 2억5,000만 유로(약 3,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쟁당국은 “구글은 프랑스 언론사들과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22년 맺은 7가지 약속 가운데 4가지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 경쟁당국 "구글, 약속 어겼다"
경쟁당국은 구글이 △3개월 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비차별적인 기준에 따른 성실한 협상 △ 사용료 책정에 필요한 정보 언론사에 제공 △사용료 협상이 언론사와의 다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조처 등과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구글이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탑재한 인공지능(AI) 챗봇 바드를 출시하며 프랑스 언론사들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도 지적했다. 경쟁당국은 “구글은 이런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며 위반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일련의 시정 조치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프랑스 언론사들은 2019년부터 구글이 홈페이지에 뉴스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사용료 지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구글이 프랑스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 사진, 영상을 검색 결과로 노출하면서 온라인 검색 광고로 큰 수익을 올렸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19년 검색엔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소비하는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 규약을 마련했고, 프랑스는 이를 근거로 구글에 사용료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글이 이를 거부하자 프랑스 신문협회(APIG)와 AFP 통신 등은 경쟁 당국에 구글을 제소했고, 프랑스 경쟁당국은 2020년 4월 구글에 3개월 안에 언론사들과의 협상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구글은 이듬해 7월 언론사들과의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5억 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6,853억원)의 과징금을 한 차례 부과 받은 뒤 2022년 6월 관련 계약에 최종 합의했다.
NYT 콘텐츠 활용 대가로 매년 400억원 지급도
앞서 구글은 지난해 12월 구글이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대가로 3년간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지급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구글이 NYT에 지급하는 금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우리 돈 약 43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작년 메타(옛 페이스북) 뉴스 전재료 계약 중단으로 연간 2,00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이 있는 상황에서 구글의 전재료는 NYT에 추가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는 AI 학습의 핵심 수단이다. 오픈AI사의 챗GPT처럼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기사를 입력하면 AI가 스스로 단어와 문장의 연결 규칙, 기사에 언급된 내용과 사건의 맥락들을 파악한다. 이후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내놓는다. 고도로 정제된 뉴스 기사의 논리 전개와 문장 배치 등은 AI의 언어 구사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AI 개발사들이 언론사들과 충분한 협의와 비용 정산 과정 없이 뉴스 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챗GPT는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가디언·CNN 등 주요 매체의 기사 데이터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콘텐츠 이용료 지급하라", 의무화에 속도
이렇다 보니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빅테크를 상대로 콘텐츠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 상·하원 의원들은 구글·메타 등 뉴스로 이익을 남겨온 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와 뉴스 이용료 관련 선의의 협상을 하도록 하는 ‘저널리즘 경쟁 및 보호법(JCPA)’ 수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미 언론사 2,000여 곳이 모인 뉴스미디어연합과 빅테크가 뉴스 관련 수익 배분을 교섭할 수 있는 환경을 강제로 만들어주는 것이 골자다.
미 캘리포니아 의회에서도 지난해 3월 빅테크가 지역 뉴스 업체에 콘텐츠 이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버피 윅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뉴스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지역 매체들이 축소되거나 폐쇄되고 있다”며 “이제는 빅테크가 콘텐츠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때”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업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강제로 지급하는 법을 만들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호주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결국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현재까지 호주 언론사에 지급한 콘텐츠 이용료는 2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미디어 업계도 데이터 무단 사용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언론사 뉴스가 네이버의 생성형 AI인 클로바X 학습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네이버에는 수십년 치 분량에 해당하는 언론사 뉴스 데이터가 보관돼 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비용을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문협회는 “이는 뉴스 서비스를 통한 정보 제공 대가를 통한 수익 배분이고, 각 언론사 데이터가 AI 학습용으로 쓰이는 것은 계약 밖의 일”이라며 “뉴스 저작물을 AI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언론사와 협의해 데이터 활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언론사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논의를 하겠다”며 “추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규제를 따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