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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총선, 윤 정부 정책 방향 트나
반도체 보조금 지원, 법 개정에 먹구름
단통법 폐지 등 ICT 정책에도 차질 예상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육성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도 세제 혜택, 산업단지 지원 등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기조에 맞게 정부도 보조금 지급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부처 간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보조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정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여당 참패에 반도체 관련 정책 빨간불
18일 정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기간 공개한 정책공약집에는 반도체 관련 정책으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일몰 기한 추가 연장’ 및 ‘연구 개발(R&D) 장비 및 중고 장비 투자 세액 공제’ 등이 담겨 있다. 앞서 반도체 관련 시설투자에 대해 주요 경쟁에 대응할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여당과 달리, 야당 측은 직접적인 보조금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다. 대신 시스템반도체와 첨단패키징 지원을 강화해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기존 세액 공제 중심의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투자 인센티브 재검토를 비롯한 관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최종적으로 민간기업과 관련 산업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총선 참패로 여당과 정부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측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보조금 지급은커녕 논의 단계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기반을 마련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올해 말 시효가 끝나게 돼 정책 보조가 시급하다.
더욱이 칩스법 일몰 후에는 설비투자 공제율이 15%에서 8%로 줄어들기 때문에 내년부터 반도체 대기업의 세 부담이 2조5,000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현재 관련 산업 인프라 투자의 대부분을 민간기업이 떠맡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투자 규모가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반도체업계에선 정부가 보조금 지급에 나설 것을 요청해 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 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비롯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은 지난달 26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투자 보조금 신설을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관련 산업 기반 조성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보조금이 지급되면 원가 부담이 줄어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행 칩스법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협정에 따라 보조금 지급이 제외돼 있어 관련 법 개정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단통법 폐지’도 물 건너가나
야당의 승리로 단통법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와 여당의 가계통신비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단통법 역시 야당의 동의가 필수인 만큼 오는 5월 30일 새롭게 시작하는 22대 국회까지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민주당 간사이자 단통법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조승래 의원이 당선되면서 단통법 폐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느닷없이 들고 나온 단통법 폐지는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표 구걸용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단통법 폐지에 따라 야기될 부작용과 문제에 대해 어떠한 대안,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통법 폐지가 중단될 경우 전환지원금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전환지원금은 소비자가 번호를 이동할 때 최대 50만원을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말한다. 정부는 전환지원금이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켜 가계통신비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간 야당은 전환지원금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단통법이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으로 법의 취지를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제4이통사, 국정감사 도마 오를 듯
정부의 또 다른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인 제4이통사 선정 과정에 대한 야당의 날카로운 검증도 예상된다. 제4이통사 선정 이후에도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면서 22대 국회가 열리면 대정부질의 또는 국정감사에서 논의 사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정부의 제4이통사 유치 전략과 관련해 신규 이통사 진입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특혜성 지원 △사업자 재정능력 검증 △신규사업 지속가능성 여부 등은 우려 사항으로 제기했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정책 실패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는 신규사업자 자격을 획득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 대해 단말, 재정, 인프라, 로밍 등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의 특혜성 지원, 신규사업자의 재정능력 및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22대 국회 대정부질의 및 국정감사에서 세부검증을 통해 향후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제4이통에 대한 우려들은 의원들과 이미 공유가 돼 있다"며 "대정부질의, 국감 등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