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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銀 '대출 확대 전략' 1분기 대출자산 9% 증가
모회사 DGB금융, 직전 분기 대비 CET1 11.6%↑
주주환원 확대도 과제, 은행·지주사 간 엇박자 우려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대출자산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인 DGB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1% 초반대로 하락하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DGB금융지주는 '주주환원 확대'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어 은행의 대출 확대 전략이 그룹의 자본 정책과 엇박자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대구銀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의 예정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안건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지 3개월 만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업은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된 과점체제다 보니 금리 인하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쟁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돈 잔치를 지적한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시중은행 인가를 위해서는 최소 자본금 1,000억원과 함께 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의 지배구조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법적 요건을 이미 충족했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올해 3월 기준 7,006억원으로 '은행법 8조'가 정한 시중은행의 최소 자본금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대구은행의 지분은 DGB금융지주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DGB금융의 주주 지분율은 OK저축은행 9.55%, 국민연금공단 7.78%, 우리사주 3.92%, 삼성생명 3.35% 등으로 삼성생명 등 '비금융주력자 지분율 4% 이하'라는 '금산분리' 원칙에 지키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1분기 안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완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불법 개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안이 심사 일정에 영향을 주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은행의 56개 영업점, 직원 111명이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고객의 정당한 실지명의 확인 등을 거치지 않고 고객 1,547명 명의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1,657건을 임의로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는 고객이 증권사 지점 대신 증권사와 제휴를 맺은 은행 창구에서 개설할 수 있는 증권사 계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금융위는 대구은행에 일부 업무정지 3개월과 과태료 20억원 부과 등 처분을 내렸다. 시중은행 전환의 걸림돌로 예상됐던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불법 개설 문제가 제재로 마무리되면서 이번 금융사고가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 미칠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전환 앞두고 대출자산 확대에 주력
금융당국은 새 시중은행이 출범하면 은행권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은행 입장에서도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으면 대대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도, 강원도 등에도 영업점을 확대하는 등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대구은행의 신용도는 이미 시중은행과 동일한 'AAA'여서 시중은행 전환 시에도 은행채 등 조달 비용의 급격한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대구은행은 대출자산을 늘리면서 외형을 크게 확대했다. DGB금융의 1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55조5,7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하이싱글디짓(연평균 7~9%) 수준의 자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019년 38조5,000억원, 2020년 44조1,665억원, 2021년 47조9,129억원, 2022년 50조5,168억원, 2023년 54조791억원으로 증가해 왔다. 천병규 DG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역에 한정된 업권을 수도권 위주로 확장해 나가는 중"이라며 "올해 7~9%대 자산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이 대출자산을 확대할 때는 자기자본의 규모가 중요하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규제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자기자본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1분기 기준 총자본은 4조9,857억원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총자본은 28조에서 36조원대로 대구은행과 비교해 최소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출 가능 총량 자체가 시중은행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대구은행의 자본 확충은 필수라 할 수 있다.
DGB금융의 CET1비율 하락, 외형 성장 '제한적'
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의 CET1비율이 13.51%로 양호하기 때문에 당분간 은행 자체 자본 버퍼 내에서 대출 확장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주사인 DGB금융의 총자산(103조1,000억원)에서 은행(79조6,291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달해 은행의 대출 확대로 인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고스란히 그룹의 CET1비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부담이 상존한다.
실제로 대구은행은 CET1비율이 지난해 2분기 14.01%로 연중 고점을 찍었지만 대출을 확대하면서 RWA가 증가해 올 1분기 13.51%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DGB금융의 CET1비율도 11.26%에서 11.07%로 19bp 하락했다. 그룹 전체에서 은행업의 비중이 큰 탓에 은행 RWA 증가가 그룹 전체의 RWA 증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구은행의 1분기 RWA은 45조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DGB금융은 주주환원 확대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다. DGB금융은 당초 CET1비율 12% 이상에서 총주주환원율 30% 초과 40% 미만의 주주환원을 실시할 수 있고 최종 관리 목표는 13%라고 밝힌 바 있다. 천병규 CFO는 "CET1비율 12%를 초과해야 30% 이상의 주주환원을 할 예정인데 시중은행 전환 후 3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CET1비율 제고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는 곧 대구은행의 대출 확대 전략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CET1비율 제고를 위해서는 RWA를 줄이거나 이익잉여금을 많이 쌓는 수밖에 없는데 최근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실적으로 이익잉여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은 공격적으로 기업 대출 확대에 나서며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 소재의 기업으로까지 대출 대상을 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탓에 마진을 포기하면서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참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의 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은 5bp 하락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