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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노조 '정년 연장' 요구, 올해 임단협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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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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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64세 정년 연장 요구안' 사측에 제출
기아·HD현대그룹·LGU+ 노사도 '정년 연장안' 논의
동국제강 그룹은 숙련 노동자 은퇴에 정년 1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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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정년 연장'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끌어낸 현대자동차도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조가 정년을 64세로 늘려달라는 요구안을 사측에 제출함에 따라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과도한 임금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수긍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고령화와 구인난 등 구조적 문제와 맞물리면서 사회적 타협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논의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 수급연령 연장과 맞물려 '정년 연장' 요구

20일 재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현재 60세인 정년을 최대 64세까지 연장하는 요구안을 확정했다.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현재 63세에서 2033년 65세로 연장됨에 따라 정년도 64세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기아는 격년으로 근로조건, 복지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임금·단체협상과 임금협상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해 왔는데 올해는 현대차가 임금협상을, 기아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할 차례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만 예정된 해인데도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상여금 900% 인상 △미래산업 고용 안정 △해고자 원직 복직 등 임금과 관련 없는 사항을 별도 요구안으로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을 요구했다. 올해 임단협이 예정된 기아 노조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들도 정년 연장이 임단협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17일 HD현대그룹의 계열사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도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LG유플러스도 역시 4개의 복수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제2노조가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만 65세 연장 요구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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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5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한국노동조합총연맹

노조와 사측이 정년 연장에 합의한 사례도 있다. 올해 3월 동국제강 그룹은 숙련 노동자 은퇴에 따른 노동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61세에서 62세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현행 59세부터 적용하는 임금피크제를 한해 늦춰 60세부터 매년 10%가량 임금을 줄이기로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공적 국민연금 수급 연령 연장에 맞춰 65세 정년 연장을 주장하며 정치권과의 연대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노총은 정년 연장 입법청원을 내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 의제로 꺼내는 등 정년 연장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새 노조 집행부 출범에 올해 투쟁강도 더 높아질 듯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임금을 대폭 올리기 위해 임금협상이 예정된 해임에도 정년 연장이라는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을 협상카드를 내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안건을 내세워 사측을 압박했다. 당시 임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정년을 앞두면서 정년 연장이 노사 협상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사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가 정년퇴직 직원을 단기 계약직 형태로 최대 62세까지 재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도를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즉각 "사측이 제시한 정년 연장에 분노가 치민다"며 파업을 경고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최종적으로 정년 취업 수당을 3만원 인상하는 것으로 정년 문제와 관련한 협상을 마무리했다. 숙련 재고용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조합원 요청 시 12개월 내지 1개월 단위의 계약이 가능하게 한 것이 전부다. 현대차 노조는 사실상 정년 연장 안건을 포기하는 대신 전년 대비 인상률 12% 수준의 연봉 인상을 끌어냈다.

지난해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불사한 것은 기아 노조도 마찬가지였다. 기아 역시 현대차 노사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당시 기아 노사는 정년 연장 대신 베테랑 제도 적용 기간을 2년까지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해당 제도는 현대차 시니어 촉탁제와 유사한 제도로 노사는 필요시 기간을 1년 더 늘리기로 했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오는 23일께 상견례를 가진 뒤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측은 올해가 임금협상이 진행되는 해인 데다 정년 연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노조는 내달 초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다만 올해는 현대차·기아 노조 집행부가 새롭게 출발하면서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약속한 데다 이미 사측과 몇 차례 충돌했던 안건인 만큼 투쟁 강도가 더욱 세질 전망이다.

법제화 움직임에 기업 부담 가중, 청년 실업 악화 우려

정년 연장을 누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령사회에 대비해 '65세 계속고용제' 법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22대 국회에 제안하는 7대 혁신성장 어젠다'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열악한 고령 노동시장에서 평균 15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현행 60세 정년과도 맞지 않으며 고용보험 등 고령자 복지정책도 취약하다"며 "적어도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65세까지는 계속 고용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기업은 정년 연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문제라 하더라도 당장은 정년 연장이 기업의 인건비 구조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년 연장은 연금이나 의료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전반과 연결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결정하기에 앞서 사회적 타협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아직은 정년 연장을 모든 업종에 일반화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년 연장은 젊은 직원들의 인건비나 고용구조에 영향을 주고 신입직원의 채용을 어렵게 해 청년 실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업종의 경우 정년 연장을 해서라도 근로자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년 문제를 법제화해 버리면 노동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업들은 중·고령 인력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로 이들 기업 중 10.2%만이 정규직으로 중·고령 인력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 기업의 74.9%는 중·고령 인력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어려움을 묻는 문항에는 '높은 인건비 부담'이란 응답이 37.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 23.5%, '신규 채용 축소' 22.4%, 퇴직 지연에 따른 인사 적체 16.5%의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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