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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창업 전년비 10% 감소, 고금리 장기화 등 원인
스타트업 투자도 2021년 정점 찍고 줄곧 하락세
이대로면 벤처생태계 고사 위기, 규제 완화해야
올해 1분기 기술기반 창업기업이 1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기술창업 감소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신산업·딥테크 분야 유망 창업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술기반업종 감소폭↑, 창업 생태계 비상
30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KOSI)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조업과 지식기반서비스업 등 기술기반업종 창업기업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4% 줄어든 1만8,992개를 기록했다. 1분기 전체 기술창업 기업은 5만5,820개로 전년 동기(6만2,299개) 대비 10.3% 감소했다.
기술창업 기업 감소는 2022년부터 시작됐다. 2022년 22만9,416개로 전년도에 비해 4.2% 감소한 데 이어, 2023년 22만1,436개로 다시 3.4% 줄었다. 올해 1분기는 훨씬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투자 둔화 등을 창업 감소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 1분기 전체 창업기업 역시 30만6,2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변화된 인구·경제 환경에 맞춰 생애주기별 창업 지원정책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창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창업자에게 사업화 자금 최대 1억원과 비즈니스모델(BM) 고도화,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예비창업자 약 930명을 선발했는데 지난해 1,142명에서 18.5% 축소됐다. 아울러 창업 3년 이내 기업 성장을 돕는 초기창업패키지도 3년 사이 지원대상이 300여 명 줄었고 창업 저변을 다양화할 수 있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도 같은 기간 15%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처럼 창업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 팁스(TIPS) 선정 규모를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팁스는 민간 운영사 투자를 받은 7년 미만 창업기업에게 연구개발비를 2년간 최대 5억원과 사업화·마케팅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규모 단계적 확대를 위해 올해 신규 선발기업을 크게 늘렸는데, 정작 기존에 선발된 선정기업 500여 개사는 올해 받기로 한 연구개발(R&D) 자금 20%가 삭감될 뻔했다.
정부 창업·R&D 지원사업에서 초기 창업기업이 설 자리도 점차 없어지고 있다. 초기기업 대상 R&D 지원사업인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디딤돌 과제(1년간 최대 1억2,000만원 기술개발비 지원)는 올해 상위단계 수행기업의 역방향 지원 제한을 폐지했다. 그 결과 시스템반도체·인공지능(AI)·미래차 등 초격차 10대 분야 기업에 3년간 11억원을 제공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선정기업'이 디딤돌 과제에도 선정된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트업 투자도 축소, 전년 대비 28%↓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 투자도 감소하는 양상이다. 벤처 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네이버 D2SF와 카카오벤처스의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5건, 투자 금액은 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두 기업의 투자 건수(106건)와 투자 금액(544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전문 벤처캐피털(VC)인 네이버 D2SF와 카카오벤처스도 운영하고 있다. 네카오는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를 통해 성장을 돕고, 향후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기업공개(IPO) 진행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추가 수익을 창출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절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과 풍부한 자금 유동성으로 네카오의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021년 861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불과 1~2년 새 금리가 급등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타트업 혹한기’로 불릴 만큼 투자의 씨가 말랐다. 스타트업 민간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41.5%, 68.3% 줄어든 수치다.
정부 규제가 창업 생태계 발목 잡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창업이 감소하는 데는 정치권 규제 강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은 국내 스타트업들을 강하게 옥죄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 후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사전 규제를 받을 수 있고, 유튜브·구글·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만 규제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토종 플랫폼 기업만 규제에 적용돼 위축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벤처캐피탈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여성벤처협회 등 혁신 벤처·스타트업 단체는 지난 1월 “플랫폼법 제정은 '규제 혁신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는 윤석열 대통령 과거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규제 필요성만 강조되고 본질적 목적인 벤처·스타트업 혁신과 성장을 입법 과정에서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규제가 부여되기에 시대 흐름과 역행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모험자본시장 위축과 혁신 벤처생태계 축소로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위기에 빠질 것으로 관측했다. 플랫폼법이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중간 회수시장을 활성화했던 플랫폼 기업을 크게 위축시켜 결국 국내 창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