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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터지기 전에 팔자" 물량 쏟아내는 中 시장
해상 운임 코로나19 물류 대란 수준까지 뛰어
공세 이어가는 EU·미국, 보복 대응 시사하는 중국
해상 운송료가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오는 8월부터 중국산 제품 다수에 ‘관세 폭탄’을 물리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밀어내기용 수출 물량이 쏟아진 결과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 차후 해상 운임 변동을 넘어 글로벌 무역 시장 전반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SCFI 왜 뛰었나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1일 직전 주 대비 341.34포인트 오른 3,044.77까지 뛰었다. SCFI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대란이 한창이었던 2022년 8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SCFI가 상승세를 탄 것은 지난해 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통항하는 선박들을 공격하면서부터다. 수에즈 운하의 항로가 막히자 선박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택하기 시작했다. 당시 1,000 안팎이었던 SCFI는 2월 초 2,200선까지 올랐고, 3월에 접어들어서야 1,700선까지 내려가며 점차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동 분쟁 장기화 조짐이 관측되기 시작하며 SCFI 역시 재차 반등했다.
최근 들어 심화한 미국의 대중국 무역 견제 역시 해상 운임을 밀어올렸다. 지난달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현재 25% 안팎인 중국산 전기차와 반도체, 의료품, 태양광 패널 등의 관세를 오는 8월 1일부터 최대 10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철강 및 알루미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관세는 25%로, 중국산 반도체와 태양 전지의 관세는 50%로 각각 조정할 예정이다.
관세 폭탄의 '역풍'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차후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눈에 띄게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관세 인상 이전 ‘밀어내기 수출’에 착수, 글로벌 무역 시장에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웃돈’을 주며 운송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상하이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배(운송비)는 지난 4월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귀띔했다. 중국의 과잉 공급이 SCFI에 상승 압력을 가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해상 운임 폭등을 넘어 무역 생태계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공급 과잉 품목이 유럽연합(EU) 등 여타 시장으로 향할 경우, 글로벌 각국이 경쟁적으로 대중 관세 장벽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교역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공급망 전반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했던 '철강 232조(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하는 조치)'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과잉 공급된 중국산 철강은 베트남, 인도, 영국, 튀르키예 등으로 유입되며 공급망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글로벌 철강 가격은 불안정해졌고, 일부 국가에선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반덤핑·수입 제한 조치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서방국과 중국의 흙탕물 싸움
일각에서는 EU의 참전으로 상황이 한층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EU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관세 전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U 회원국 사이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과잉 공급·저가 공세 등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4일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왜곡 여부를 파악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집행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EU 측이 관세를 현행 10%에서 약 25~30% 수준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오는 5일 예정돼 있던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의 잠정 상계관세 부과 결정은 EU 의회 선거로 인해 오는 7월 4일로 1개월 연기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은 수입하는 대배기량 차량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서방국의 무역 제재에 '맞불'을 놓고 있다. 이처럼 서방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할 경우, 국내 자동차·태양광 업계 등이 일시적으로 점유율 확대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만 강대국들이 서로 보복성 정책을 쏟아내며 글로벌 무역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면 국내 시장 전반이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