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내달부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 예정
보험사기 권유 브로커 처벌, 피해자 구제 법제화
매년 증가하는 보험사기, 특별법 시행으로 감소할까
그간 보험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됐던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 다음 달부터 강화된다. 내달 15일부터 보험사기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를 알선·유인하는 브로커까지 처벌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다. 자칫 보험사기를 권유하는 브로커와 잘못 엮였다가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현황 점검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건복지부,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로복지공단, 보험연구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보험조사협의회를 개최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관련 제도 및 시스템 준비 현황 등을 점검하고,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상품별 보험금 누수 규모 추정을 위한 연구용역 추진 방안 및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대국민 홍보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특별법의 주요 개정사항은 △보험사기 알선·유인 행위 등 금지 △금융당국의 보험사기조사를 위한 자료제공 요청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적정성 심사처리기준 마련 △자동차보험사기 피해자구제 등 구체적 실행을 위한 절차 및 시스템 구축이다. 자료 제공 요청권 행사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보험금 허위 청구나 고의사고 등 제보된 사건의 조사에 필요한 요양급여내역이나 요양급여 또는 산재보험금의 부당이득 징수에 관한 자료 등의 요청에 관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사기 피해자 구제의 경우도 피해사실 고지방법, 할증된 보험료 환급시기 등 피해자 구제에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를 금융감독원 시행세칙에 반영 중이다.
아울러 협의회는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홍보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생·손보협회는 '보험사기는 범죄다'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건전한 보험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보험사기 근절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보험사기 근절 홍보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 홍보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감형 홍보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 '역대 최대', 보험업 종사자 가담도 증가
이번 특별법은 지난 2022년 사상 처음으로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도 새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억원, 적발인원은 10만9,522명으로 매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종목별로는 자동차보험 사기가 가장 많이 증가했고, 유형별로는 사고를 만들어내거나 조작하는 허위사고와 고의사고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보험업 종사자가 사기에 가담하는 경우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보험업 종사자(회사원+모집종사자) 수는 2019년 1,708명(회사원 108명, 모집종사자 1,600명)에서 2021년 1,324명(회사원 146명, 모집종사자 1,178명)으로 384명(△22.5%) 줄어들었으나, 2022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958명(회사원 176명, 모집종사자 1,782명)까지 불어났다. 2021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634명(47.9%)나 증가한 셈이다.
일부 일당은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되기도 했다. 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20대 보험설계사 A씨 등 5명을 구속하는 등 1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이 설계사들의 지인과 고객, 자동차 공업사 관계자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6월부터 2023년 10월경까지 서울·경기도·인천 일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허위로 깁스 치료, 피해 과장 및 견적서 부풀리기 등 다양한 수법으로 보험사로부터 총 6억837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최초 보험사로부터 1건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법인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이 연루된 조직적 범행으로 판단, 해당 보험대리점 전체에 대해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약 19개월 간의 수사 끝에 보험설계사들이 주축이 된 100여 회 넘는 추가 범행사실과 이와 연루된 법인보험대리점 고객, 자동차공업사 관계자 등 총 53명의 피의자를 밝혀냈다.
수사 결과 이들은 단독 또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사고피해를 과장하는 등의 수법으로 66회에 걸쳐 약 5억4,9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고, 깁스 치료 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특약에 가입한 후 실제로 아프지 않거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통깁스(Gips) 치료를 받은 뒤 50회의 보험금을 청구해 약 5,870만원을 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된 A씨 등 주범 5명은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법인보험대리점을 운영하거나 소속된 보험설계사들로 보험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범행을 계획했고, 편취한 돈은 사무실 운영비나 채무변제 등 개인적으로 소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등의 보험설계사 및 이들의 권유·유인에 따라 고의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법인보험대리점 고객 및 지인 23명과 이 과정에서 피해 견적 등을 부풀리기한 자동차 공업사 대표 2명도 검거했다. 아울러 실제 깁스 치료가 필요 없음에도 통깁스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해당 법인보험대리점 고객 14명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부당지급 보험금 반환의무는 제외, 지속 제도 개선 필요
이런 가운데 다음달부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는 만큼, 보험사기 피해가 감소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를 알선·유인·권유·광고한 사람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기에 가담할 인원을 모집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알선·유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등에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 이에 불응한 기관에 대해서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의 보험사기 조사 권한을 강화해 보험사기 예방 효과를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보험업 종사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한 경우 가중처벌하고 유죄가 확정되면 명단을 공개하도록 한 조항은 물론, 보험사기 유죄가 확정되면 부당지급된 보험금의 반환 의무를 규정한 조항도 법률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핵심적인 내용이 빠진 만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돼도 규제 사각지대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 및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