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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소비자금융 우수업체’ 제도 있으나마나
주요 대출비교 플랫폼에 입점된 대부업체 한 곳도 없어
은행 차입금도 해마다 축소, 저신용자들 불법 사채로
금융당국이 저신용자들의 불법사금융 이동을 막기 위해 은행권 차입을 통한 대부업체 자금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당국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내준 대부업체를 ‘소비자금융 우수업체’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나, 현재 주요 대출비교 플랫폼에 입점된 대부업체는 전무하다. 여기에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을 대부분 중단하면서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출비교 플랫폼' 대부업체 입점 '제로'
8일 대부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소비자금융 우수 업체로 선정된 대부업체는 19개 사다. 우수업체는 금융감독원에서 반기마다 지정한다. 최근 2년간 위법 사실이 없고 전체 대출 중 저신용자에게 내준 신용대출 비중이 70% 이상이거나 100억원 이상일 때 우수업체로 선정된다. 금융 당국은 저신용자에게 자금 공급을 활발히 하는 업체에 혜택을 주고자 이 같은 제도를 구축했다.
우수업체엔 몇 가지 혜택이 제공되는데 그중 하나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품 소개 및 마케팅 허용이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상 대부업체의 대출상품은 대출비교 플랫폼에서 중개될 수 없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해당 규제를 완화하면서 우수 대부업체에 한해 플랫폼 중개를 허락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줬다.
하지만 실제 주요 대출비교 플랫폼은 아직도 대부업체를 입점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핀다·뱅크샐러드 개인신용 대출비교 플랫폼은 각각 60~70개의 금융사를 입점시켰지만 이 중 대부업체와 제휴를 맺고 대출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부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혜택을 준다곤 했지만 사실상 손에 잡히는 혜택은 없는 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소비자 수요를 고려하다 보니 대부업체와 제휴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입장이다. 한 대출비교 플랫폼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금리 측면에서 유리한 1금융권 업체부터 찾다 보니 플랫폼도 대형 금융사 위주로 제휴를 맺는다”며 “모든 금융사를 입점시킬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시중 은행 자금조달도 난항, 대부업체들 대출 축소
이에 대부업계는 씁쓸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업권 이미지 개선부터 이뤄져야 대출비교 플랫폼도 대부업체를 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불법 사금융과 제도권 대부 용어가 혼용되는 만큼 대부라는 업권명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 플랫폼에서도 입점을 꺼린다는 게 대부업계의 시각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중개 인센티브는 금융 당국이 강제하는 사항도 아닌 만큼 업권명 변경 등으로 이미지를 개선한다면 자연스레 플랫폼 업체들도 제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중 은행들이 여전히 대부금융에 자금을 내길 꺼려하는 탓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우수 대부업자의 은행 차입금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우수 대부업자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만에 1,680억원이 차입됐다. 하지만 2022년 1,22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 추정치는 1,072억원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나마 금융당국의 우수대부업 제도개선 작업 이후 우수 대부업체에 대규모 지원 정책을 계획한 곳은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우수 대부업체에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해, 저신용자 서민들이 현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업체마저 막힌 저신용자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문제는 대부업체의 자금 공급 차단이 불법사금융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도권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통하는 대부업체에서마저 대출 승인이 거절되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취약계층은 작년에만 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의 설문에 따르면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8,300억~1조4,300억원으로 추정된다. 불법 사금융으로 옮겨간 인원(최대 7만1,000명)과 조달 금액(최대 1조2,300억원) 모두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수치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응답자의 77.7%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50%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1,200% 이상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도 10.6%에 달했다. 등록 대부업체에서 거래하다가 불법 사금융만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5.5%로 전년(4.9%)보다 증가했다
대부업체 이용이 어려워질 경우 정책서민금융(23.2%)이나 개인워크아웃·개인회생·파산 신청(26.4%)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응답도 전년 대비 늘었다. 우수대부업체 19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작년 말 신용대출 및 담보대출이 전년 대비 각각 11.5%, 1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단기 대출을 해주면서 연 5,000% 이상의 이자를 요구하는 불법사채업자들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에 대부금융 업권에서는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대부업권만이라도 법정 최고금리를 조달 금리 수준에 맞춰 변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나온다. 한 대부금융 관계자는 “상위권 대부금융사들도 사실상 영업정지 수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보니 서민금융 자금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다면 상생 금융 재원으로 우수 대부업자 차입을 확대하면 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