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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정산 지연 사태 후폭풍, 알리바바 한국 역직구 시장 ‘독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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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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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사태로 '큐텐' 역직구 차별화 목표 제동
韓 역직구 시장 넘보는 알리바바, 8월 '파빌리온' 오픈
국내 이커머스도 대응 나섰지만, 中 대비 네트워크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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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정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사진=알리바바

최근 큐텐이 정산 지연 파장을 일으키며 셀러 이탈이 확산한 가운데, 향후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K-브랜드 제품에 대한 해외 수출길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큐텐이 이커머스 계열사들과 함께 추진해 온 '역직구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당초 큐텐은 국내 셀러들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사업을 펼칠 계획이었고 장기적으로는 알리바바그룹과 경쟁 구도를 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간 모습이다.

큐텐 '역직구 사업', 사실상 무산

30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와 티몬은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환불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위메프의 25일 새벽부터 2,000여 명의 환불건을 처리한 이후 온라인로 업무를 전환했고 티몬은 30일부터 QR, 수기로 환불 접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큐텐은 소비자 구제를 1순위, 영세소상공인 구제를 2순위로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는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셈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셀러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까지 잃으면서 자생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야놀자 계열사 인터파크트리플이 위메프·티몬과 계약을 해지하고 큐텐 소속의 인터파크 쇼핑과는 별개의 회사라고 해명에 나선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이에 큐텐의 역직구 사업도 무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당초 큐텐은 국내 셀러들의 K-브랜드 제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C)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브랜드를 판매를 통해 수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큐텐은 지난 5월 자회사 위시와 플랫폼을 통합해 위시플러스(Wish+)를 론칭, K-브랜드 제품을 위시플러스의 대표 상품으로 삼아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시는 북미와 유럽을 기반으로 2,5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큐익스프레스는 아시아 전역에 걸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두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면서다. 이후에는 위메프와 티몬, 인터파크 등 타 계열사들도 일제히 역직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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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정 알리바바닷컴 부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매 지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알리바바

알리바바, '한국 전용' 역직구 사이트 내달 론칭

당시만 해도 큐텐은 향후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K-브랜드 제품의 수출 부문에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알리바바그룹이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소매 시장에 진입하고 자사 B2B(기업 간 거래) 쇼핑 플랫폼 1688닷컴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해당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이미 알리바바그룹은 이달 22일 국내 기업들만 입점할 수 있는 한국 전용 B2B 플랫폼 '한국 파빌리온(South Korea Pavilion)'을 론칭하고 본격적인 역직구 사업의 시작을 알린 상태다. 정식 오픈은 내달 8일로, 알리바바닷컴이 아시아 지역에서 해당 국가 전용 웹사이트를 론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파빌리온은 ‘한글-영어 동시 번역’ 기능을 제공해 중소기업이 별도의 번역 과정 없이 해외 시장에 물건을 소개할 수 있으며 연회비는 199달러(약 27만원)다. 앤드류 정 알리바바닷컴 부대표는 지난 22일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매 지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중소기업은 전자상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했다”며 “한국 파빌리온을 통해 해외 B2B 판로 개척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타오바오, 티몰, 라자다 등 자사 플랫폼을 통해 총 34조원의 한국 상품이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수출됐다. 타오바오, 티몰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는 7,600개에 이르며 매년 1억 명에 달하는 중국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구매한다는 게 알리바바 측 설명이다. 같은 기간 B2B 비즈니스 영역에서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수는 2.550개에 달한다.

G마켓·11번가 등 대응 태세 돌입했지만, 글로벌 네크워크 부족

이에 국내 이커머스들도 대응에 나섰다. 11번가는 수년 전 개설해 영문·중문으로 운영했던 ‘글로벌 11번가’를 지난해 폐쇄하고 국내 판매자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11번가 관계자는 “글로벌11번가는 현 온라인 구매 트렌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판매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긴 어려워 종료했다”며 “단순히 국내 판매자 제품을 해외 고객에게 노출하는 경로 역할뿐만 아니라 적극 지원해 줄 방법 등을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G마켓도 최근 몽골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와 업무협약을 맺고 역직구 사업 강화에 들어갔다. G마켓 상품을 쇼피에 연동해 몽골 소비자가 국내 셀러 상품을 살 수 있도록 마케팅도 한다는 방침이다. G마켓은 역직구 플랫폼인 글로벌샵을 이용하는 국내 셀러 대상으로 영어, 중국어 번역 및 사이트 등록, 풀필먼트, 해외고객 대상 고객서비스(CS)까지 일괄 제공한다. 이를 위한 해외 판매 대행 이용료 외에 추가 비용은 받지 않는다. G마켓은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로 한국 소비자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를 역이용해 중국 직구 사업 강화에도 착수했다.

지난 2022년 대만에 진출해 역직구 사업을 시작한 쿠팡도 판로를 확장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대만 소비자가 쿠팡 직구 제품을 690대만달러(약 3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해 주는 로켓직구를 선보였고 로켓배송도 테스트 뒤 최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알리바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알리바바그룹이 K-브랜드 제품 수출길을 독점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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