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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대 최대 ‘재고 밀어내기’에 국내 수출업계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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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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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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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시장 위축에 ‘저가 수출’ 선택
선사들 물량 모두 채워, 한국 패싱 증가
한국 컨테이너 운임지수 3.7배 상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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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월 중 중국의 수출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홍해 사태’에 이어 미국이 내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물리기로 하면서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로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업계의 물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저가 수출 밀어내기, 한국 뱃길 막아

31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단가는 지속 하락하는 데 반해 수출 물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23일 발표한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 수출 단가는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 연속 하락한 반면 수출물량은 올해 초 20% 가까이 증가하며 코로나19 기저효과에 따라 수출물량이 크게 늘었던 2021년 4월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중국 저가 수출 배경에는 내수 부진으로 인한 공급 과잉이 있다. 13개월 연속 제조업 생산량(6%)이 전 산업 생산량(5.6%)을 넘어섰고, 올해 5월 중국 산업 재고는 16조7,000억 위안(약 3,178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중 통신·컴퓨터·전자기기 등의 재고 비중이 가장 컸으며, 품목별로는 올해 1~4월 자동차 등 운송기기 수출 물량이 30.2% 상승했고 곡물(21.6%), 채소류(16.9%) 수출물량도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를 비교하면 순수출의 중국 경제성장 기여율은 -6.2%에서 14.5%로 전환된 반면, 내수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지난해 1분기 106.2%에서 올해 1분기 85.5%로 줄었다.

이같은 중국의 저가 수출 증가는 한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우리 산업계는 해상운임 상승과 선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 통행 차질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사태 등으로 해상 운임 상승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까지 확대되면서 해상운임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부산발 13개 개별항로 운임 가중 평균 지수)도 대폭 상승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 지난해 평균 1,359에서 이달 1일 4,778로 무려 3.7배 상승했다.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상하이발 15개 개별 항로 운임 가중 평균 지수)도 같은 기간 3.8배 늘었다.

'한국 패싱' 현상에 선복 확보 난항

여기에 중국에서 물량을 모두 채워 아예 한국에 정박하지 않는 ‘한국 패싱(Korea Passing)’ 현상이 일어나면서 선복 확보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은 현물 계약이 많아 선복 확보가 장기계약을 하는 대기업과 비교해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항공운송을 많이 하는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정보통신(IT)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해상운임 상승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석유제품,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량이 무거워 항공 운송 전환이 어려운 제품의 타격이 크다.

이에 국내 수출 기업들은 국내 수출기업들은 운송비 부담 증가와 납기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빠지게 됐다. 경남 공장에서 만든 부품을 미국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A사는 최근 포워딩 업체로부터 “배를 잡지 못했다”고 통보받았다. A사는 그동안 중국 닝보항에서 출발해 부산항을 거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항으로 가는 외국 선사에 매달 한 차례 컨테이너 5개 이상의 물량을 실었는데, 닝보항에서 공간을 다 채우자 해운사가 한국을 패싱한 것이다. A사는 급한 대로 웃돈을 주고 다른 해운사에서 컨테이너 2개만 겨우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중국에서 출발하는 선사들의 한국 패싱 현상은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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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방위 공세, 소나기 아닌 장마

더욱이 이 같은 중국의 덤핑 수출은 한국 내수 시장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는데 특히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항공기 부품 등 소재·부품 등을 중심으로 수입 물량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내 산업이 경기 부진 장기화로 원가 절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제조사들이 국내산 대비 50~60% 수준인 저가 중국산 소재·부품의 소비를 늘린 결과다. 그간 국내 제조사들은 중국산 소재·부품의 품질 문제를 이유로 일부 범용 제품을 제외하고는 사용을 꺼려 왔으나, 최근 중국산 제품의 품질 향상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의 물량 공세가 스치는 소나기가 아닌 장마라는 점에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그동안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중국산을 ‘싼맛’에 구입했다면, 이제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품목들이 생겨났고 이런 움직임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LCD에서도 초기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BOE 등 중국 기업이 정부 지원 하에 빠른 속도로 첨단 기술을 습득 후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로 부상했고, 국내 하이엔드 로봇청소기 시장의 경우 ‘로보락’과 ‘에코백스’가 국내 LG, 삼성 대비 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며 ‘중국산=가성비’라는 공식을 뒤엎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세계 첨단기술 분야에서 점유율 확대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2022년 산업별 63개 주요 품목 세계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점유율 1위 품목 수(16개)가 미국(22개)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은 치열한 미·중 기술 패권경쟁과 서구의 견제 속에서도 오히려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며 글로벌 산업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특히 전기차 분야는 중국 기업이 밸류체인 상류에서 하류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압도한 상황이며, 현재 한국이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태블릿 △대형 패널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는 1위인 중국 기업과 격차가 커 선두 탈환에 대한 기대마저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기술 투자 및 설비 투자 강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해당 계획은 △첨단기술 R&D △디지털화 △친환경 시스템 △지능형 공장 전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가격보다는 글로벌 표준 충족 및 품질 향상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로보락과 같이 가격이 아닌 품질과 브랜드 자체로 소비자를 충족시키는
중국산 품목이 많아진다면, 고율 관세 등의 무역장벽의 효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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