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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 넘은 더본코리아, 연내 상장 ‘청신호’
총 300만 주 공모, 희망 밴드 2만3,000~2만8,000원
"외식·유통·호텔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 될 것"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전문기업 더본코리아가 30년 만에 유가증권(코스피)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더본코리아는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800억원을 웃도는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더본코리아, 상장 절차 본격화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더본코리아는 이번 상장을 통해 300만 주를 공모한다.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지며 주당 공모 희망가는 2만3,000~2만8,000원으로 모집총액은 최소 690억원에서 최대 840억원이다. 상장 예정 시기는 올해 11월이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10월 15일에서 21일까지 5일간 진행하고 일반청약은 10월 24~25일에 실시한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더본코리아는 백 대표를 주축으로 1994년 설립된 법인으로 프랜차이즈 기반의 외식사업과 유통사업, 더본호텔 등의 호텔업을 영위 중이다. 현재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역전우동 등 25개의 외식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107억원이었다.
더본코리아는 홈쇼핑, 편의점, 오프라인 등의 채널을 통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자사몰 확대와 주요 온라인 유통채널 진출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판매 채널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으며, 기업간거래(B2B) 판매 채널은 군대·기업 급식, 유통업체 원료 공급 등으로 확대 중이다. 호텔사업은 오픈 이래 현재까지 꾸준하게 90% 이상의 투숙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높은 고객 만족도와 인지도를 토대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상장 이후에도 가맹점과의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가맹점과의 상생 △지역 개발 및 축제 △해외 시장 확대 △푸드테크 등을 통해 지속성장의 토대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가맹사업법 개정 등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가맹점과 가맹본부 간 상생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맹점과의 공고한 상호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외식과 호텔, 유통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상장 후에도 가맹점과의 상생은 물론 지역 개발과 해외시장 확대 등에 힘써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글로벌 외식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연돈볼카츠 점주 갈등으로 예심 제동 걸리기도
더본코리아의 이번 IPO(기업공개) 추진은 두 번째로, 지난 2018년 한 차례 상장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연기를 택했다. 이후 지난 5월 2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연돈볼카츠의 일부 점주들이 6월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심사에 제동이 걸렸다.
더본코리아 측이 점주들에게 매출과 수익률을 과장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었다. 연돈볼카츠 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월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보장했으나, 실제 매출은 절반에 그치고 수익률도 7∼8%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당시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사로 더본코리아의 IPO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팽배했다. 거래소는 상장 예비 심사에서 질적 심사 요건도 중요하게 판단한 뒤 상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질적 심사 요건은 상장기업으로서 적격인지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경영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경영 안정성, 투자자 보호로 구분되는데 여기에는 소송 및 분쟁도 포함된다.
국민적 관심에 거래소 '고심', 3개월 만에 승인
실제로 당시 거래소 내부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탓이다. 예심을 승인한 이후 공정위가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주기라도 한다면, '불똥'이 상장을 승인해 준 거래소로 튈 수 있다. 이에 예심 통과 여부는 '국민 정서'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심사요건에 국민 정서라는 항목은 없지만, 질적 심사요건이 결국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소위 '국민 정서법'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국민 정서와 여론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서류상으로 완벽히 준비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반사회적 기업이거나 이와 유사한 분쟁에 휘말린 기업이면 거래소 심사 통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주관사들도 거래소의 더본코리아 상장 예심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과거 프랜차이즈 기업의 상장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본코리아만큼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동시에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상장 절차를 진행한 기업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해당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례로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더본코리아는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식용유 등 본사에서 공급하는 상품 가격을 인하하고 백 대표가 직접 연돈볼카츠 홍보에 나서는 등 사태 봉합에 나섰다. 또 연돈볼카츠 가맹점주협의회와 분쟁을 겪는 사항을 증권신고서에서도 밝혔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심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쟁 결과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브랜드가치 하락으로 영업실적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더본코리아는 신청 3개월이 지나서야 승인 결정을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더본코리아에 대한 신규 상장 예비 심사를 한 결과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일부 점주들과 갈등을 빚으며 상장 적격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졌지만, 논란을 극복하면서 상장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다만 점주들과의 갈등은 여전히 변수로 존재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위법 행위가 인정될 경우 더본코리아에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은 각각 매출액의 6% 수준이다. 액수 자체는 실적에 영향을 끼칠 수준은 아니지만, 개별 브랜드보다 창업주인 백 대표 개인의 존재감이 큰 만큼 무시할 만한 문제는 아니란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