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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외평기금 65조 급감, 외평채 발행도 늦어지며 외환시장 대응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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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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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외평기금 운용액 140조원 대로 감소
최근 2년간 외평기금 58조원 일반회계 전환
법안 통과 늦어져 '외평채' 발행도 지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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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운용액이 올해보다 65조원 가까이 줄어든다. 정부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 가치 급등)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구조적으로 손실이 나는 운용 구조인 외평기금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결과다. 외평기금 수지를 개선해 ‘세수 펑크’로 악화한 재정 상황을 일정 부분 개선하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외평기금 운용액의 급변동이 외환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상시 대응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외평기금 31.6% 감소, 역대 최대 감소 폭

1일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68개 기금 운용 계획을 의결해 2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총기금 운용 규모는 960조5,169억원으로 올해 운용액 1,023조2,933억원과 비교해 2조7,764억원(6.1%) 감소했다. 이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은 외평기금으로 올해 205조1,201억원에서 내년 140조2,894억원으로 64조8,307억원(31.6%) 줄어들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의 방파제'로 불리는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 1967년 조성된 기금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보유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한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을 공공자금관리자금(공자기금)과 한국은행에서 원화를 가져와 조성하는데 통상 만기 10년으로 원화를 장기 차입해 단기 달러 자산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 외평기금의 감축을 결정한 데는 환율이 급락해 달러를 대거 매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의 재원이 사실상 원화 채무로 구성되는 만큼 공자기금에서 끌어오는 예수금을 올해 55조원에서 내년 38조원으로, 한은 예치금 회수액은 125조원에서 78조원으로 줄여 외평기금을 64조원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비정상적으로 운용되던 외평기금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원화 예수금이 줄어도 외환시장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외평기금 끌어다 쓰며 적자성 채무 늘어

하지만 '정상화 과정'이라는 기재부의 설명과 달리 최근 외평기금의 운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수펑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평기금 재원을 당초 계획보다 많이 끌어다 쓰면서 국가채무의 질이 9조6,000억원가량 악화했다. 외평기금은 공자기금으로부터 받은 원금과 이에 따른 이자분을 매년 상환하는데 '금융성 채무'인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을 거쳐 일반회계로 위탁되는 과정에서 '적자성 채무'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외평기금의 공자기금 상환액을 당초 계획 대비 14조4,000억원 증액한 64조2,000억원으로 늘렸고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주는 예탁액은 5조5,000억원을 줄였다. 그 결과 공자기금의 재원은 19조9,000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공자기금 재원 중 9조6,000억원을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쓰지 않고 일반회계에 위탁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융성 채무가 적자성 채무로 전환됐다. 적자성 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대응자산이 없어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악성 채무로 분류된다.

예정처에 따르면 올해도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 예수원금 43조5,000억원 조기 상환할 계획인데, 정부가 이 중 상당 부분을 국가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지 않고 일반회계에 예탁할 것으로 보여, 올해 금융성 채무에서 적자성 채무로 전환되는 금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예정처는 정부가 외평기금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평기금이 정상적인 외환 정책의 틀에서 상환되지 않다 보니 향후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할 때 외환의 흐름이 아니라 세수 부족의 문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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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외평기금, 연내 외평채 발행도 여의찮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약 58조원의 원화 자금이 일반회계로 전환하면서 외평기금 운용액이 급감한 만큼 외환시장이 급변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실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초 정부는 올해 달러 매수 개입을 위한 원화 재원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봤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으로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충분히 마련해 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외평기금 축소에 대응해 21년 만에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9월부터 연말까지 1년 만기 원화 표시 외평채를 최대 18조원어치 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화 표시 외평채는 지난 2003년 외평채를 국고채와 통합해 발행하는 체제로 바뀐 후 지금까지 발행된 적이 없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의 근거를 담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원화 표시 외평채를 한국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채권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여야 간 논의 사항이 있는 법안이 아닌 만큼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문제는 속도다. 일각에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 등에 관심이 쏠려 해당 법안이 단기간 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올해 외평채의 원활한 발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당장 법안이 통과돼도 올해 예정된 18조원을 모두 발행하기 빠듯한 게 현실이다. 채권시장 참가자와 발행 방식 등을 협의하고, 적정 발행 규모도 시장과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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