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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침투한 ‘딥페이크’ 공포, 촉법 연령 하향 및 엄벌 촉구 목소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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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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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여성 사진 무단 합성·유포 등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 몸살
'공유 목적' 입증 어려워, 범죄 심각성 대비 '처벌 공백' 비판↑
10대 가해자 증가에 정치·교육계 "촉법소년 연령 하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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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으로 '딥페이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딥페이크 음란물 다수가 주변인의 이미지를 토대로 만든 속칭 '지인 능욕물'인 만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된 모습이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10대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제도’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 '딥페이크 성범죄 취약국' 1위 오명

2일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 등 온라인 대화방에서 지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 허위 영상물을 공유하는 '겹지방(겹치는 지인방)' 사건 피해는 지난 한 주에만 88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1~7월 접수된 피해 신고는 297건으로 주당 평균 10건이 안 됐으나, 지난주에만 88건이 접수됐으니 거의 10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딥페이크 음란물이 SNS를 타고 확산하는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상황을 모니터하며 전자심의를 통해 사업자들에 자율적으로 음란물을 규제하라고 요청하는 '시정요구 결정'을 해오고 있는데,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시정요구 건수는 △2020년 473건에서 △2021년 1,913건 △2022년 3,574건 △2023년 7,187건으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결정 건수도 6,071건으로 지난해 전체의 84%에 달한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올해 전체 요구 건수는 1만 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무분별한 딥페이크 음란물 생성으로 인해 가해자 수도 폭증하고 있다. 전 세계 유포된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인일 정도다. 미국의 한 보안업체가 지난해 기준 9만5,800건의 딥페이크 영상을 분석한 결과, 53%가 한국인 여성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보도했고, 영국 BBC는 “한국의 만연한 성희롱 문화 속에서 기술산업 발전이 디지털 성범죄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앞서가는 기술 수준에 비해 우리나라 사회의 인식은 성숙함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최근 기술 발전으로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한 탓에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행법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14조의 2(성폭력처벌법)’로,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19년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으로 그 심각성이 알려져 2020년 6월 신설됐지만 시청하거나 소지만으로는 처벌되지 않는 것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또한 유포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날로 지능화하는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걸려도 절반은 '집유', 양형 기준 손 봐야

이에 최근 당정이 나서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허위 영상물 소지죄' 조항을 신설, 법정형을 5년 이하 징역에서 7년 이하로 강화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의 소지·구입·시청 행위까지 처벌하는 규정도 만들기로 했지만, 양형 기준이 낮은 이상 실제 처벌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란 비판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세분화해 허위 영상물의 반포 범죄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등을 추가했으나, 허위 영상물을 반포했을 경우 기본 징역 6개월~1년 6개월, 가중돼도 10개월~2년 6개월에 그친다.

이렇다 보니 재판에 넘겨져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포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일이 대부분이며, 특히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선 '실제 성착취 행위가 수반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양형기준 하한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신미약, 진지한 반성, 형사 처벌 전력 없음,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 등의 감경요소까지 반영하면 양형 수위는 더 내려간다.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양형 기준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 대응이 대부분 '피해 예방'과 '재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현재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주로 SNS를 통해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포되지만 플랫폼별로 다른 삭제 절차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불법 게시물 삭제도 최소 2~3일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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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딥페이크 대책본부 카페 캡처

‘딥페이크 성착취물’ 가해자 70%가 미성년자, 촉법 소년 연령 논의 재부상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이면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하고 범죄기록도 남지 않는데, 딥페이크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을 감안하면 엄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는 △2021년 51명 △2022년 52명 △2023년 91명에 이어 올해 1~7월 131명으로 4년 새 2.6배 늘었다. 최근 4년간 딥페이크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들 중 70.5%에 해당하는 325명이 10대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10대 비중이 높은 원인으로 이들 사이에서 딥페이크가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기술에 쉽게 접근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 4월 같은 학교 여학생 4명의 얼굴을 이용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든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고등학생 A군의 경우도, 피해자들의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캡처한 후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만드는 걸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도 이런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일부는 촉법소년 제도의 뒤에 숨어 처벌을 피하는 데다, 실제 처벌 받더라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다 보니 근절은커녕 확산일로로 치닫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확산 및 재생산 원인’을 묻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처벌이 약해서(26.1%)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붙잡힐 염려가 없어서(22.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로 '딥페이크 대책본부'라는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전 여자친구 사진으로 딥페이크를 만들었는데 모를 거다. 나름 내 계정은 유명하다" 등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고등학생인데 겹지방 운영이 문제가 되느냐" 등의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딥페이크 성범죄를 지적하는 정부와 언론을 '호들갑'이라고 비웃으며 절대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등 가해자들끼리 독려하는 글도 있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치권에서도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한 것과 관련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도 같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이번 국회에서 지난 국회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촉법소년 연령 하향 같은 국민 여망이 큰 제도도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전담 조직(TF)’을 만드는 등 학교 딥페이크 범죄 근절에 팔을 걷어붙인 교육부도 이번 기회에 촉법소년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관계부처 회의 때 촉법소년 연령 하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딥페이크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딥페이크 가해자가 촉법소년이어서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촉법소년은 학계 입장과 일반적인 국민 정서가 다를 수 있어 늘 고민하는 영역”이라면서도 “이번 기회에 그 부분까지 논의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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