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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14명 사망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 구속 기소, 중대재해법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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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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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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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박영민 석포제련소 대표이사 구속 기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대표 첫 구속
중대재해·환경오염 등 'ESG 폭탄'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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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전경/사진=영풍 석포제련소

검찰이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경영 책임자인 원청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첫 사례다.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 구속, 중처법 위반 혐의

23일 대구지검 안동지청(지청장 엄재상)은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이사는 안전 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관계 법령상 의무를 이행을 하지 않아 2023년 12월 6일 제련소에서 탱크 수리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비소 중독으로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표이사가 과거 제련소장으로 근무해 제련소 상황과 관리 대상 유해 물질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 체계를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배상윤 석포제련소장도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배 소장은 관리대상 유해물질 밀폐 설비 또는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작업 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비소가 유출돼 근로자들을 사망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원·하청 임직원 8명도 비소 누출 당시 통제 의무를 위반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함께 원청 법인과 하청 법인도 각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이를 두고 영풍 측에서는 최근 고려아연이 정치권을 상대로 '영풍 비판'을 위한 로비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영풍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을 앞두고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출신인 고려아연의 고위 임원이 국회의원실을 돌며 영풍에 대한 비판과 질타를 요청했다는 소문도 있다"며 "고려아연이 최근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정치권 로비력을 강화하고, 올해 국정감사를 겨냥해 '영풍 죽이기'에 몰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 정가에 떠돌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려아연은 소문을 일축하며 오히려 영풍의 대표이사 2명이 모두 중대재해로 구속된 특수 상황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자사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서는 중대 결정을 누가 어떻게 내린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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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전경/사진=영풍 석포제련소

'악명의 용광로' 석포제련소

이번 검찰 수사는 지난해 12월 6일 아연 제련소인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수리 작업을 하던 근로자 중 1명이 죽고 3명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현장에서 누출된 비소가 원인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의 몸에서는 비소 치사량인 0.3p㎜의 6배 이상인 2p㎜이 검출됐다. 박 대표이사가 지난 2022년 비소 급성 중독 사례를 보고 받았고, 같은 해 외부기관 위탁 점검 당시에 동일 문제로 여러 번 지적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다.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3월 8일에는 냉각탑 석고 제거 작업을 하던 50대 초반 임시직 노동자가 떨어진 석고 물체에 맞아 사망했고, 3월 18일에는 하청업체 직원이 아연 쇳물에 두 다리가 빠져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일에는 석포제련소 제2공장 옥상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하청업체 직원이 열사병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20년간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14번째 근로자였다.

10년간 적발된 환경법 위반만 76건

석포제련소의 환경법 위반 행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10년 동안 환경법령 위반 사례가 76건이나 적발됐고 25차례나 고발되는 등 고질적인 환경 오염과 재해 사고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영남 지역의 젖줄 낙동강의 발원지인 봉화군 석포읍에 위치하고 있어 낙동강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이 곳에서 배출되는 물질이 카드뮴 등 중금속이라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경북 봉화의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어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영풍 석포제련소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14년부터다. 당시 제3공장을 불법 증축하려다 이에 반발하는 주민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영풍제련소대책위가 꾸려지며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하지만 봉화군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주민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풍그룹은 건축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 14억원을 내고 2015년 5월부터 제3공장 가동을 강행했다. 그러다 이후 시민단체와 환경부의 조사를 통해 광범위한 환경오염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영풍그룹은 지난 10여 년간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 나오는 단골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국회의 거센 질타도 지자체의 명령도 석포제련소를 막지 못했다. 경상북도는 2019년 환경부 조사에서 물환경보전법 위반과 폐수처리 부적정 운영이 적발되자 제련소에 조업정지 2개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 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지난 6월 19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거듭되는 패소에도 소송을 계속하는 시간 끌기로 6년째 정상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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