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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위고비 가격 인하 요구 "고가의 비만 치료제가 의료시스템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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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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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오젬픽 가격, 유럽보다 10배 이상 비싸
샌더스 상원의원 "미국 국민에게 바가지 씌워"
노보노디스크 "높은 가격은 의료시스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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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HELP) 위원장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4일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고가 논란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유튜브

미국 상원이 노보노디스크의 가격 책정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열린 청문회에서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약 오젬픽의 높은 가격을 비판하며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노보노디스크가 오젬픽과 위고비의 약값을 높게 책정해 막대한 마진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런 관행이 미국 전체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 "위고비·오젬픽 매출 대부분 美에서 발생"

24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HELP) 위원장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이 유럽에 비해 가격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6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의 높은 약값이 미국 전체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에는 라스 푸르어가르드 예르겐센(Lars Fruergaard Jørgensen)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가격 조사를 알리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보험 적용 전 위고비와 오젬픽 한 달 사용분 가격은 각각 1,350달러(약 179만원), 969달러(약 128만원)에 달하는 반면, 영국에서는 위고비를 92달러(약 12만원)에, 독일에서는 오젬픽을 59달러(약 8만원)에 살 수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오젬픽을 100달러 미만으로 판매해도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와 오젬픽으로 500억 달러(약 66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대부분 매출이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위고비와 오젬픽에 지출되는 비용이 미국 공공 의료보험을 파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상원 보건위원회는 미국인의 절반이 노보노디스크와 경쟁사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연간 4,110억 달러(약 546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2년 미국인이 전체 처방약에 지출한 금액보다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 더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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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R&D와 제조시설 투자 확대, 마진 40% 줄어"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요르겐센 CEO는 미 의회의 공세에 대해 복잡한 미국 의료 시스템을 문제 삼으며 단일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방대하고 복잡한 정책적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앞서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도 "노보노디스크 의약품의 높은 정가에 대한 책임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있다"며 "PBM은 수억 명 미국인이 필요한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거의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 PBM은 보험사와 협력해 처방약 목록을 관리하고 약가 협상 등을 수행한다. 주로 제약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로 수익을 얻는데, 가격이 낮은 약은 상대적으로 리베이트도 적기 때문에 PBM의 보장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를 감안해 약의 정가를 더 높게 설정하는 성향이 있다. 지난 7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대형 PBM 3곳을 제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노보노디스크는 높은 마진을 취하고 있다는 샌더스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요르겐센 CEO는 "지난해부터 300억 달러 이상을 제조 능력 확장에 투자했으며, 이는 미국 전역의 제조시설 확장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이라며 "2020년 이후 연구개발(R&D) 지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해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R&D에만 42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를 제외한 오젬픽의 순가격은 2018년 이후 40% 감소해 마진의 축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고비 사보험 비율 90% 육박, 부인부 빈익빈 심화

한편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위고비와 오젬픽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미국 내에서는 비만에도 불평등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소득층과 장애인이 주로 가입한 공공 의료보험이 비만 치료제를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디마 카토(Dima Qato) 서던캘리포니아대 임상약학부 교수는 "공공 의료보험 메디케이드(Medicaid)와 메디케어(Medicare) 사용자의 오젬픽, 위고비 사용량이 사보험보다 적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오젬픽의 처방건수는 2년 새 392% 증가했다. 특히 위고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2021년 6월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처방이 무려 1,361% 폭증했다. 보험별로는 오젬픽과 위고비를 사보험으로 처방받은 비율이 높았다. 오젬픽의 사보험 처방 비율은 전체의 61.4%며 위고비는 그 비중이 89.5%에 이른다. 반면 공공보험인 메디케어 처방률은 오젬픽이 28.5%, 위고비는 1.2%에 그쳤다. 메디케이드의 경우 두 치료제 모두 처방이 10% 미만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두 치료제의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처방이 사보험에 집중되면서 약물 접근성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최근 미국의 체중 감량 약물에 대한 공공 지출이 증가했지만, 위고비 처방은 사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제한이 필수 약물에 대한 접근성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위고비 국내 출시, 건강보험 적용 어려워

일각에서는 비만 치료제를 둘러싼 고가 논란이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위고비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다음 달 출시 예정이다. 아직 국내 출시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같은 GLP-1 계열인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비만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한 달에 30만~50만원이 든다.

다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고도 비만 환자가 적어 위고비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될 경우 삭센다 대신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 또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 경쟁 약물인 마운자로의 출시를 자극할 수도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지난달 만성 체중 관리 보조제로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고 출시 일정을 검토 중이다. 위고비와 동일한 주 1회 주사 방식이지만 효과는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임상 3상 시험에서 72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이 최대 22.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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