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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직격탄" 빈 상가 늘고 임대료 하락, 'LH 희망상가' 계약률도 27%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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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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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임대료'에도 주인 못 찾는 수도권 'LH 희망상가'
한국개발연구원, 11개월 연속 내수 부진 진단
고물가로 소득 감소-내수 부진-소상공인 침체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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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국 상가 공실률이 치솟는 가운데 수도권 상가 시장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반값 수준으로 공급하는 상가조차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내수 침체 장기화 국면 속에 저렴한 임차료에도 자영업 도전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상가 시장 침체로 '반값 상가'도 난항

21일 LH에 따르면 최근 경기 화성 태안과 비봉, 부천 영상, 시흥 장현 등에서 진행한 LH ‘희망상가’ 공급이 모두 유찰됐다. 이들 상가는 앞선 공급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해 재공급에 나선 곳이다. 희망상가는 공공임대주택단지 내 근린생활시설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최장 10년 동안 제공하는 창업 공간으로, 올해 전국 114개 단지에서 307호 공급을 예고했다. 청년이나 경력단절 여성 등에겐 시세의 50%, 소상공인에겐 80% 수준으로 공급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임대주택 단지 내 시설이어서 배후 수요가 비교적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가 시장 침체로 가격이 저렴한 희망상가조차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LH에 따르면 희망상가의 최근 5년간 평균 계약률은 27%에 그친다. 2022년 38.8%까지 늘어난 계약률은 지난해 30.8%로 다소 낮아졌고, 올해도 평균 24.4%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가 부족한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한때 경쟁률이 최고 10 대 1에 달했으나 최근엔 수도권에서도 경쟁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신도시 내에서도 상가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LH가 공급에 나선 하남 교산지구 주상복합 용지도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됐다. 주상복합 용지는 일반적으로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그런데 비교적 인기인 주택 용지와 달리 주상복합 용지는 민간이 상가 조성을 기피하면서 분양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경기 의왕 월암과 군포 대야미 역시 최근 상업시설 용지와 주상복합 용지를 공급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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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장기화에 소상공인 줄폐업

지방 상가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매에 나온 지방 8개 도 상가는 4,910건으로, 작년 상반기(3,281건)보다 무려 49.6% 늘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2년 상반기(1,908건)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157%) 급증한 수치다. 상가 매물은 쌓이는데 경매를 통해 주인을 찾는 물건은 드물다. 올해 상반기 지방 상가 낙찰률은 평균 15.2%에 불과했다. 경매 시장에 나온 물건 10개 중 1개 정도만 팔렸다는 뜻이다.

전국적으로 상가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특히 수요보다 상가가 과잉 공급된 지방 혁신도시는 공실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김천혁신도시 집합상가(여러 사람이 구분 소유하는 점포가 모인 상가) 공실률은 42.5%로 전국 평균(10.2%)의 4배 수준이다. 나주혁신도시(38.7%), 대구혁신도시(37.9%), 전북혁신도시(28.6%), 충북혁신도시(22.9%) 등도 공실률이 20%를 넘는다.

이 같은 상가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이 꼽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해 12월부터 ‘내수 둔화·부진’ 진단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내수를 구성하는 다른 두 축인 ‘상품 소비’와 ‘설비 투자’도 회복세가 미약한 흐름이다. 지난 8월 소매판매는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세를 지속하며 1년 전과 비교해 1.3% 줄었다. 전월보다는 1.7% 증가했지만, 7월(-2.0%) 감소 폭을 일부 만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설비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7.8% 증가했으나, 이는 운송장비 투자가 31.8% 늘어난 덕분이었다. KDI는 “운송장비 수주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고, 9월 운송장비 수입액은 감소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투자 확대에 그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기계설비 투자는 0.5% 증가에 그쳤다.

내수가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한계 선상에 놓인 자영업자의 줄폐업도 가속화하는 추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내다본 체감 경기는 최근 8개월 연속 하락해 코로나19 위기 때보다 악화됐다. 특히 빚에 짓눌린 영세 자영업자들 가운데서 폐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면서 저소득·저신용 상태인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이미 10%를 넘어섰다. 여기에 최근 배달앱 수수료 인상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까지 겹쳐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내수 침체 주범 '고물가'

전문가들이 지목한 내수 침체의 주요인은 고물가다. 경기 측면에선 고금리·고물가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에 타격을 줬고, 지난해 제조업 실적 악화로 기업 투자마저 위축돼 내수가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과일, 채소류, 식품류 등 주요 생활물가의 고공 상승세 탓에 서민들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가계 흑자액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세금, 소비 등 모든 비용을 뺀 금액이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고 있다. 이는 2006년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계동향이 공표된 뒤로 역대 최장 기간 감소다. 흑자액 마이너스 행진의 주된 배경은 고물가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다. 결국 쪼그라든 가계 여윳돈이 가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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