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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최고 다운로드·업로드 속도 세계 1위, 바레인에 내줘
KT 제외하고 SK텔레콤·LGU+ '5G SA망' 구축하지 않아
獨 도이치텔레콤, 日 NTT도코모 등 '5G SA 서비스' 개시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이 지난해 5G 속도 세계 1위 자리를 바레인에 내줬다. 한국은 2019년 11월 5G 서비스를 시작한 후 5년이 지났지만, 6G(6세대 이동통신)의 마중물로 여겨지는 5G SA(단독모드) 서비스 시장에서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서는 5G 서비스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만큼 한국의 이동통신 3사가 5G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6G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韓, 5G-LTE 혼용하는 NSA 방식 주로 사용
7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G 최고 다운로드 속도 1위 자리는 한국이 아닌 바레인이 가져갔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시그널 집계 결과 한국의 5G 속도는 925.6Mbps로 바레인(1163.4Mbps)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에 오른 바레인은 최근 5G SA(단독 모드)망 확충에 공을 들이며 한국을 따라잡았다. 5G SA는 코어망과 기지국이 모두 5G를 사용해 데이터와 인증·제어 신호 등을 5G망 안에서 단독 처리하는 기술로 한국에서는 현재 5G와 LTE(4세대 이동통신)망을 혼용하는 5G NSA(비단독 모드)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SA 방식은 NSA 방식과 달리 5G망만 활용하는 만큼 데이터를 처리할 때 지연 시간이 적고 다운로드·업로드 속도도 빠르다. 6G 구현을 위해서도 5G SA망 인프라가 필수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수식어구가 무색하게 5G SA 서비스 구축에 소극적이다. 국내 업체 중 KT를 제외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아직 5G SA망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초고속 5G를 위한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반납한 데 이어 5G SA망 구축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통신사들이 5G SA 서비스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연내 5G SA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세우고 5G SA 망을 활용한 100여 종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NTT도코모는 지난 7월 세계에서 가장 빠른 6.6Gbps(초당 기가비트) 다운로드 속도의 5G SA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5G SA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1.5Gbps 수준이었다. NTT도코모는 이 기술을 활용한 5G SA 서비스를 현재 도쿄와 가나가와현에서 제공 중이며, 대상 지역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이미 자국 내 5G SA 전국망 구축을 마친 미국 티모바일은 지난해부터 에릭슨, 노키아 등과 협력해 뉴욕, 워싱턴, 오하이오 등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5G SA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티모바일이 구현한 기술 중 가장 빠른 속도인 초당 420MB(메가바이트)의 5G SA 구축에 성공했다. 중동 통신사 이앤(e&)도 지난 7월부터 에릭슨의 솔루션을 활용해 5G SA망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고속 통신을 돕고, 배터리 효율까지 높여주는 게 특징이다. 이앤은 5G SA 망을 중동 지역 전체로 점차 확장할 계획이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5G SA 전환 속도 조절
SK텔레콤은 5G SA 중 하나인 '옵션4'를 준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전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옵션4는 5G 코어망에 5G 기지국과 LTE 기지국을 함께 연결한 것으로 5G SA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LTE를 보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 역시 현재 상태인 5G NSA, 즉 '옵션3'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이러한 행보는 LTE 주파수 차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텔레콤은 LTE 주파수 폭이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넓다는 점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NSA 방식은 LTE와 5G를 연계하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SA보다 속도가 빠르다. 실제 SA망을 구축한 KT의 경우 NSA 속도는 KT 2.4Gbps로 SA의 다운로드 속도 1.5Gbps보다 빠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2.7Gbps, 2.3Gbps로 KT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5G SA 단말기의 부재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적으로 SA를 서비스하는 통신사가 거의 없는 데다 옵션4의 경우 퀄컴 등에서 단말기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업성에 대한 제약이 많다 보니 업계에서는 양사가 기술적으로는 이미 SA 상용화 단계에 있으면서도 인프라 투자나 서비스를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5G SA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5G SA 투자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전 세계 60개 이상의 통신사업자가 5G에 투자하고 있지만, 기존 아키텍처가 현재 네트워크를 충족할 만하다고 판단하면서 5G SA로의 전환은 미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전용 5G 코어로 전환한 이동통신 사업자는 12곳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총 55개 사업자가 5G SA를 상업적으로 구현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
韓 이동통신 3사, 6G 시장 선점 위해 대대적인 투자
통상 이동통신 산업에서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면 초기에는 서비스 반경을 넓히고 전파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망 구축 등 인프라 투자에 힘을 쏟는다. 그러다 서비스 출시 5년쯤 지나면 한 단계 진화한 어드밴스드(Advanced) 서비스로 선보인다. 하지만 5G 서비스를 놓고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는 물론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까지도 '5G 어드밴스드'가 아닌 '6G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등 이미 기술력을 입증한 만큼 수익성이 낮은 5G에 발목 잡히기보다는 6G로 바로 건너 타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5G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발전 과정을 보면 짝수 세대로만 전국망이 구축된 것을 알 수 있다. 2세대(CDMA·PCS)에 이어 LTE로 전국망이 구축됐고, 1세대(AMPS)와 3세대(WCDMA) 등 홀수 세대는 온전한 전국 서비스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직전 세대 망 구축에 따른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홀수 세대에 대한 투자는 주파수 확보를 목적으로 시늉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실제로 3세대 이동통신은 2세대에 걸터앉은 모습으로 지나갔고 5세대도 4세대 위에 '크림 스키밍(계란프라이 위 노른자 모습)'하는 모양새다.
현재 이동통신 3사가 6G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5G 백본(데이터를 모아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대규모 회선)에 400Gbps급 유선망을 도입해 향후 6G 상용화에 따른 통신망 증설에 대비했다. KT도 5G와 LTE 안테나가 결합한 신규 원격장치(RU) 상용망에 대한 기술 검증을 마침에 따라 6G 장비 도입의 토대를 마련했고, LG유플러스 역시 6G 서비스 구현의 핵심인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주파수 커버리지를 확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 환경에서 실증을 마친 상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도 6G 상용화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1년 하원에서 6G 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미래 네트워크법을 통과시켰고, 올해는 정부 주도의 6G 구축 전략회의를 출범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지난 2020년 '비욘드 5G 추진 전략'을 발표, 2022년 6G R&D 기금 조성을 위해 추가 예산을 배정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민간 중심의 6G R&D 연합체 결성과 확장으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