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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수도권 지역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예정
디딤돌·버팀목대출 집행액 작년보다 50% 늘었다
"정부는 오락가락, 지자체는 불협화음" 곳곳에서 비판 제기
정부가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등 서민 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수 차례 규제 관련 입장을 번복하면서 정책 일관성이 훼손된 결과다.
정부 "디딤돌대출 한도 줄이겠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에 나설 예정이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때 연 2~3%의 금리로 최대 2억5,000만원의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 상품이다.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 70%(생애 최초 구입 시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연 소득이 8,5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는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경우 최대 4억원을 빌릴 수 있다.
디딤돌대출 축소 경위에 대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정책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주택 시장과 가계 부채의 안정적 관리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한정된 기금 재원을 보다 많은 분께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과도한 대출 확대를 자제하도록 은행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별, 대상자별, 주택유형별 주택시장 상황이 서로 다른 점을 고려해 비수도권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포함한 맞춤형 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며 "현재 대출이 신청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추후 보완 방안을 시행할 때 국민 불편이 없게 사전에 충분히 안내해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규제에 유예 기간을 두되, 수도권 디딤돌대출 신청자에 한해 대출 가능 금액을 수천만원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증하는 정책대출 집행액
정부가 대표적인 '서민 대출'로 꼽히는 디딤돌대출에 규제 칼날을 들이댄 이유는 최근 들어 디딤돌대출 신청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책대출인 디딤돌·버팀목대출은 올해 1∼9월 42조847억원 집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조7,868억원)보다 14조3,979억원(51.5%) 증가한 수치이자, 정부의 올해 정책 상품 공급 목표액(55조원)의 78.2%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디딤돌대출의 올해 1∼9월 집행액은 22조3,20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1,196억원)보다 2.7배 늘었다. 전세 자금용인 버팀목대출이 올해 1∼9월 19조7,645억원 규모로 집행돼 전년 동기(19조6,67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디딤돌대출 수요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보금자리론과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 효과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 △소득 요건 완화 등이 지목된다.
가계대출 둘러싸고 '불협화음' 속출
문제는 시장이 정부 디딤돌대출 규제 방안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1일 시중은행에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요청했으나, 수요자의 반발을 사며 나흘 만에 규제 시행을 유예했다. 닷새 뒤에는 다시 수도권에 한해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고 밝히며 재차 규제 방향을 수정했다. 열흘 사이에 세 차례나 입장을 번복하면서 정책 일관성을 무너뜨렸다. 이후 박 장관은 24일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와 관련해) 통일된 지침이 없었다”며 “조치 시행 전 충분한 안내 기간을 갖지 않아 국민께 혼선과 불편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올해 디딤돌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박 장관은 국감에서 "신생아 대출은 (대출 한도) 축소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지방, 저출산 등 인구 정책과 관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행 기조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신청액은 올해 1월 29일 출시 이후 9개월 만에 1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이 규제에서 제외될 경우 전반적인 규제 효과가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가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 오히려 부동산 대출을 부추기는 정책을 내놓으며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29일 서울시가 발표한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경우, 안정적인 주거 마련을 위한 주택 할인 혜택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무주택 세대원으로 구성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전세주택Ⅱ ‘미리내집’을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을 시작으로 올해 1,000호를 공급하고, 2026년부터는 연 4,000호씩 공급한다. 1자녀 출산 가구는 거주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 주고, 2자녀 이상 출산 가구에는 해당 주택을 시세보다 최대 20%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 정책은 이미 과열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대출 수요를 오히려 자극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