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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계획 발표
한전 “적자 해소와 전력망 확충 위한 인상”
대한상의·한경협 "비용 함께 분담하는 방안 고민해야"
산업용 전기요금이 또 오른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산업계에서는 과거 싸고 안정적인 공급으로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원천이었던 전기료가 이젠 비싼 요금과 수급 불안으로 기업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한전, 전기요금 인상계획 발표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서민경제 부담을 고려해 주택용과 소상공인 전기요금은 동결하되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을)은 10.2%,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5.2%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용 전기는 사용하는 고객 수는 전체 고객의 1.7%에 불과하지만, 전체 전력사용량의 53.2%(2023년 기준)를 차지한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된 배경으로 원가 폭등을 들었다. 한전에 따르면 국제 연료가격 폭등 영향으로 2022년 이후 6차례 요금 인상과 고강도 자구노력에도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가 41조원에 달하며, 2024년 상반기 기준 부채는 203조원에 이른다. 대규모 적자로 차입이 늘다보니 하루 이자 비용만 122억원을 내는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전력망 확충과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효율적 에너지소비 유도와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도 요금조정을 통한 가격신호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적적자 해소와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 중”이라며 “이번 요금조정을 기반으로 국민들께 약속한 자구노력을 철저히 이행하여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 또 전력망 건설에 매진하여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전기요금이 kWh당 1원 인상될 때 한전이 연간 5,500억원의 수익 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용 고객의 전력 사용량이 절반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상으로 연간 4조7,000억원가량의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계 난색, "기업 활동에 부담"
한전이 산업용 전기 요금을 인상하자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대기업에 대한 차등 인상으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국내 산업계의 경영활동 위축이 가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면서 "에너지 절약의 수단으로 요금 인상이라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전기를 아끼면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돼 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제조 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상 요인은 반영하되 산업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전기 소비자들이 비용을 함께 분담하고 에너지 효율화에 적극 동참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업들도 전기료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A기업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은 비용 증가를 불러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다"며 "국회에서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실질적으로 기업에 대한 혜택이 구체화해야 어려움이 상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기업도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선 일부 공감하지만 선별적으로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만 이뤄지는 인상은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기업은 "전체 비용 구조상 전기료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에너지 효율 증대와 사용 절감 등 자체적인 노력이 기업들에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등지는 기업 더 늘어날 수도
일각에서는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국내 기업들의 탈한국을 부추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한경협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연간 전기료는 2020년 25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1조6,000억원으로 15조9,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2021년 이후 일곱 번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기업에 적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0년 12월 ㎾h당 94.0원에서 작년 11월 153.5원으로 63.3%(계약전력 300㎾ 이상 기준)나 인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가정용 전기요금은 38.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국내 기업의 전기료 부담은 미국, 중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4.3원으로 미국(평균 99.8원) 중국(114.7원)보다 낮았지만, 작년 말에는 한국(153.5원)이 미국(112원) 중국(116.6원)보다 30% 이상 높았다. 석유화학·태양광업체 등을 중심으로 저렴한 전기료를 찾아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그 후과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한전이 전기 요금을 한 차례 더 인상한 만큼 업계는 저렴한 전기료와 보조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