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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투자 유치 목적" 필리핀 정부, 법인세 25%에서 20%로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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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정부, 법인세 인하 등 해외 투자 촉진에 '총력'
필리핀·미국·일본 '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속도 붙을까
"에너지 부족이 발목 잡을라" 원전 개발에 박차 가하는 필리핀

필리핀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결정했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국내외 투자 유치를 확대,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인세 인하를 통해 필리핀·미국·일본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실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필리핀 대통령, 크리에이트 모어 법 서명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필리핀 대통령은 법인세를 기존 25%에서 20%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크리에이트 모어 법’(CREATE MORE Act)에 서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법인세 인하에 더해 투자 기업에 전력 비용에 대한 100% 추가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각종 세금 인센티브의 최대 부여 기간도 종전 10년에서 27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법안 서명식에서 “우리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 주도의 필리핀 경제라는 비전을 향해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우리는 이 법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형성할 전략 산업들에 집중해 국내와 세계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필리핀의 3분기 경제성장률(5.2%)이 마르코스 대통령이 제시한 최소 6%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자 해당 법안이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해외 투자 부족이 필리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62억 달러(약 8조7,000억원)에 그쳐 싱가포르(1,597억 달러), 인도네시아(216억 달러), 베트남(185억 달러) 등 주요 동남아 국가보다 대비 눈에 띄게 적었다. 높은 법인세율 등이 투자 매력을 반감하는 요소로 작용한 결과다. 해외 투자 필리핀 상원이 지난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새 법안이 통과되기 전 필리핀의 법인세율은 동남아시아 6대 경제국 중 가장 높았다.

美·日, 필리핀에 20조원 투자

시장에서는 필리핀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따라 필리핀과 미국·일본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실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루손 경제회랑은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투자 구상으로, 앞서 지난 4월 중순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마르코스 대통령의 3국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공식화됐다.

루손 경제회랑 계획은 3국이 필리핀 수비크만,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로 이어지는 루손 회랑 일대 항만·철도 등 주요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필리핀의 청정에너지 및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루손 경제회랑에 속한 수비크만, 마닐라, 바탕가스 지역 항구는 전체 필리핀 항구 물동량의 약 80%를 처리한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일본이 루손 경제회랑에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프레더릭 고 필리핀 대통령 투자·경제 보좌관은 미국·일본이 최소 15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필리핀에 투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3국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 계획 내의 5개 주요 사업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사업에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주요 항구를 잇는 11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화물 철도 사업,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다.

관건은 '전력 확보'

관건은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기 요금 문제에 시달리는 필리핀이 인프라 발전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다. 현재 마르코스 행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탄 원전(BNPP) 재가동 등 원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필리핀은 1976년 수도 마닐라에서 80km 떨어진 바탄 섬에 발전 설비 용량 620MW급 바탄 원전 건설을 추진했으나, 완공을 앞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의 영향을 받아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바탄 원전 재가동에는 한국이 협력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는 지난달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바탄에 인력을 파견해 원전 재개 필요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정상회담 당시 마닐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40여 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어 바탄 원전의 타당성 조사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바탄 원전은 한국의 고리 2호기와 동일한 노형(가압 경수로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바탄 원전 외에도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미국 등과의 협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은 미국과 원자력 협력에 관한 '123 협정'을 체결했다. 123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에너지법(AEA) 제123조에 따라 미국의 핵물질, 기자재,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미국 간에 그 사용 조건과 절차를 명시한 원자력 협정이다. 해당 협정으로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과 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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