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25개 자치구 중 14개 자치구 가격 하락
오세훈 시장,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사
‘풍선 효과·이중 규제’ 비판 줄 이어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매물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 남은 매물의 경우 호가가 일제히 뛰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잠실장미, 잠실주공5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다는 점도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 시장 “부동산 안정화 추세, 규제 폐지 적극 검토”
2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0%를 기록, 하락 전환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달리 4주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다. 자치구별로는 25개 자치구 중 절반 이상인 14개 자치구가 하락세를 보였고, 보합을 나타낸 곳은 중구 1곳이다.
가격 하락세가 주도하는 가운데서도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보합을 지킨 배경에는 송파구의 가파른 상승세가 자리하고 있다. 이 기간 송파구 아파트값은 0.09%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서울에서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서초구(0.03%)와 강남구(0.01%)보다 훨씬 큰 폭의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잠실·신천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따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 참석해 “특단의 시기에 도입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그동안 (규제를) 당연히 풀고 싶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과감히 풀지 못했다”며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침체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평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도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만큼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발언 이후 매수 문의가 급증했다는 게 송파구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지방에서 투자 목적 매수 문의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아직 실거래 신고가 되지 않은 거래 중에 이달 신고가로 손이 바뀐 단지가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시 10.78% ‘토지 거래 전 허가 받아야’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투기 및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해당 구역 내 주택을 매입할 때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주거용 부동산(대지 면적 6㎡ 초과)은 2년 이상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나아가 기존에 보유한 주택이 있다면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전세 등을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사실상 제한하는 셈이다. 현재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시 전체 면적의 10.78%인 65.25㎢ 규모다.
그간 토지거래허가제를 둘러싼 평가는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제도의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부작용은 줄을 이은 탓이다. 먼저 규제 지역의 투자 수요가 인접한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꼽을 수 있다. 일례로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은 곧바로 가격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인근 비규제 지역인 강남구 개포동과 압구정동은 한 달 사이 각각 2.14%, 1.78%의 상승폭을 그렸다.
아파트 거래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2021년 4월 지정된 압구정·여의도·성수동의 경우 ‘재개발 및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가격 불안’을 이유로 들며 허가 대상 면적을 6㎡ 이상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모든 주택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후 2023년 11월에는 상업용이나 연립·다세대 등은 허가 대상 물건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아파트거래허가제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중규제 또한 실수요자들에게는 과도한 짐이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특정 지역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추가되면서 한 지역에 여러 규제가 동시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투기 방지를 위해) 다각도의 규제가 시행 중인 만큼 추가적인 보완장치는 불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기한 재지정 가능, 도계위 심의 없으면 자동 해제
토지거래허가제는 최장 5년 단위로 구역을 지정한다. 허가구역을 지정한 지자체는 기간이 종료되기 전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관련 안건을 상정해 재지정 및 해제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재지정 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도계위가 재지정을 결정하지 않으면 해당 구역의 지정은 자동 해제된다. 서울시는 1년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심의·결정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은 지난해 6월 해제가 예정돼 있었으나, 도계위 심의 결과 1년 재지정이 결정됐다. 당시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 위주로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특히 강남 3구의 회복률이 높은 수준”이라며 “6월 들어 서울 전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으로 전환한 만큼 규제를 풀면 아파트 가격이 더욱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후 지가 안정 효과 등 전문가의 면밀한 분석을 통한 제도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논점을 다시 살펴보고, 정책방향 설정을 위해 연내 도계위에서 재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잠실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이르면 올 상반기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