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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적 관련 성령 5월 시행
‘잘못된 신호’ 비판 나선 중국
한·미·일 “대만 국제기구 참여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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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오는 5월부터 대만인이 호적에서 자신의 국적을 ‘대만’으로 표기할 수 있게 허용한다. 지금까지 외국인 주민표 및 재류카드에만 대만 국적 표기를 허용했던 것과 달라진 조치다. 이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외치고 있는 중국은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중국 국적자도 변경 가능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호적(전부사항증명서)에 기재하는 국적란을 ‘국적·지역란’으로 변경하는 호적 관련 성령(시행령)을 개정해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출신 국가명만 쓸 수 있었던 국적란을 지역명도 함께 기입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닛케이는 “사실상 대만을 공식 국적으로 인정하는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대만과 단교하기 전인 1964년 통달(소관기관 등에 전하는 문서)을 통해 중화민국(대만) 국적 표기를 ‘중국’으로 정했다. 당시 중국과 국교가 없었던 탓에 중국인과 대만인 모두 중국으로 표기했던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1972년 중국과의 국교 수립 이후로도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이 일본인과 결혼할 때 호적 정보란에 외국인 배우자의 이름과 국적 등 개인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으로 귀화하거나 입양된 외국인 또한 출신 국적을 적어 내야 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새로 등록하는 대만인은 물론 기존 중국으로 등록한 대만인도 변경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대만 내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대만인 약 800~1,000명이 일본인과 결혼한다.
중국 정부는 즉각 “수작 부리지 말라”는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 간담회에서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분할이 불가능한 일부분이고 양안(중국과 대만)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면서 “일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대만 문제에서 모순되거나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만의 국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건국 이래 줄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대만을 자국의 일개 지방으로 간주하고, 이를 부정하는 국가와는 국교를 맺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만 역시 한때 중국이 대륙 영토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양국의 국력 격차가 벌어지면서 자국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한다는 이유로 이 같은 주장을 거둬들인 상태다.
“韓 사회 내 화교 다중정체성 인정해야”
한국은 일본보다 앞서 대만인들의 국적을 인정했다. 해방 이후 민적법에 의거해 성씨가 없던 화교들에게 한국 성씨를 부여하면서 외국인으로 등록한 데 이어 그들과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혼혈아에게도 화교로서 대만 국적을 부여한 것이다. 이후 1992년 8월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를 선언했지만, 한국에 정착했거나 정착하려는 대만인들의 국적을 중국으로 강제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도 한국에서 나고 자란 3·4세대 젊은 화교들은 대만 국적을 유지하면서 한국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공공연히 자행됐던 차별과 배척은 대부분 개선됐으나, 한국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마주하는 장벽이 젊은 화교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로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금융거래 등 이제는 일상화한 서비스조차 누리기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대학생 화교 A씨는 “한국 국적자만 가입이 가능해 친구들은 다 사용하는 간편송금 앱도 이용하지 못한다”며 “요즘엔 다들 모임통장을 만들어 돈을 주고받는데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매번 돈을 따로 보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화교들은 한국 귀화까지 고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다른 대학생 화교 B씨 “한국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보면 ‘한국 국적자’가 대상인 경우가 주를 이룬다”며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아예 채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중국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이마저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으로 귀화하려고 해도 최소 2년 이상 걸려 시간과 비용에서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최근 들어 이 같은 차별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만 국적자들의 ‘다중정체성’이 그들의 선택이 아닌, 환경에 의해 주어진 만큼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김윤태 동덕여대 교수는 “화교들은 생존을 위해 초국가적 활동 공간을 구축하고, 자신들이 가진 정체성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며 “그들이 한국과 대만 양국관계의 상생적 발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귀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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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견제할수록 대만 지지 움직임도 활발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대만 지지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미 국무부는 최근 홈페이지의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팩트시트’란 제목의 문서를 업데이트하면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지웠다. 그러면서 “어느 쪽에서든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고 짚으며 “적절한 국제기구의 가입을 포함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달 10~12일(이하 현지시각) 미 해군 구축함 존슨함과 해양측량선 보디치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이다.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지난 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지지 의사를 공식화한 바 있다. 그는 공동 발표문에서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힘과 강압에 의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만 지지 선언에 한국과 일본도 공조하고 나섰다.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 “적절한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대만 지지 행보에 일본이 발 빠르게 호응하고, 한국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