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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산업정책 종식 가시화
영국도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내연기관·하이브리드차 다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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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0개 주 가운데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던 캘리포니아주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이 연방 의회에서 캘리포니아주의 2035년 무공해 승용차 판매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민주당이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중단하도록 했으며,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 정부가 이를 승인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절반 타격 예상
2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은 ‘의회검토법(Congressional Review Act, CRA)’을 토대로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96년 제정된 CRA는 재석 인원 과반의 찬성이 있을 경우, 기존 규제를 변경 또는 폐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의 내연기관 자동차 금지 조치는 연방 규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회 CRA 적용 시 법적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에서 공기 오염 문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1970년 제정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CAA)’에 따라 다른 주보다 더 강도 높은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적용을 면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공화당이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차 정책을 겨냥하는 데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제 규모가 크고 다른 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 짙게 작용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외에도 11개 주가 2035년까지 가솔린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인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화석 연료로의 귀환을 공언해 왔다. 석유 석유·가스 시추를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 유가를 낮추고, 종국에는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구상이다. 지난 1월 취임 직후에는 “‘그린 뉴딜(친환경 산업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전면 철회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영국 전기차 전환 2030년→2035년
친환경 정책을 손질하는 것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영국 정부는 전기차 전환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리시 수낵 전임 영국 총리는 “어려운 가계에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부과하는 접근 방식을 택한 것 같다”며 “현 기후 정책을 고집하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5년까지는 새로운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과 보조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반발했다. 리사 브랜킨 포드 영국 대표는 “(전기차) 사업을 위해 정부의 야망, 약속, 일관성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목표 연기로 이 세 가지 모두 약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는 완전하지 못한 인프라, 관세 부과, 높은 생활비 등으로 역풍이 거센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전기차 지원을 강화하고 소비자를 지원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드 외에도 BMW, 스텔란티스 등 다수의 전기차 제조 업체들이 영국 정부를 성토했다. 마이크 호즈 영국 자동차공업협회(SMMT) 회장은 “배기가스 유발 차량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려면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전환을 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 매력적인 인센티브, 충전 시설 등을 제공해 불안감보다 확신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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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좋은 내연기관 자동차 집중
주요국들이 일제히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먼저 스텔란티스그룹은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턴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중단했다. 닷지 차저, 챌린저, 크라이슬러300 등 내연차를 생산하는 해당 공장은 전기차 중심 생산 시설로 내부 개조 작업을 진행해 왔다. 스텔란티스 관계자는 “지금의 역동적인 환경에서 우리는 글로벌 제품 전략을 계속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BMW그룹도 영국 옥스퍼드의 미니(MINI) 생산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BMW는 6억 파운드(약 1조905억원)를 투자해 옥스퍼드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2030년까지 모든 제품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었다. BMW그룹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업계가 직면한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대부분 업체는 전기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내연기관으로의 회귀를 택했다. 포르쉐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에 8억 유로(약 1조242억원)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첨단 내연기관 밴’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 또한 “유럽에서 전기차 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는 데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내연차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연기관 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쓸 수 있어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에 의하면 올해 하이브리드 신모델 출시는 전년 대비 43% 늘어난 116종이 달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주요국의 자동차 정책 변화 등 영향이 하이브리드차 인기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