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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협→전인대 연이어 개막 기술력 토대로 장기전 돌입 전망 미 관세 관련 대화 가능성 열어둬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 3기 체제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양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개최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끈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주요 경제 목표와 정책 우선순위를 밝힐 전망이다.
“GDP 숫자 연연 안 해, 산업 현장 생기 넘쳐”
4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류제이 제14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제3차 회의 부비서장 겸 대변인은 전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협 기자회견을 열고 “정협 3차 회의가 내일 오후 3시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해 오는 10일 오전 폐막한다”고 밝혔다. 양회는 매년 정협 개막식에 이어 이튿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시작해 약 일주일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류 대변인은 지난해 중국이 목표한 경제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중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진전하면서 고품질 발전이 착실히 추진됐다”며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134조 위안(약 2경7,000조원)으로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자신감에도 미국과의 GDP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4.2%로 미국의 5.3%와 비교해 0.9%p 뒤처졌다.
학계에서는 중국이 GDP 숫자보다 기술력과 제조업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주톈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는 “자신감 넘치는 공산당은 일시적인 GDP 격차에 신경 쓰기보다는 장기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제조 및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 및 제조업에서 중국과 미국의 격차는 전체적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협 측도 이 같은 학계의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는 신산업과 스마트 제조 활성화 등에 힘입어 고품질 발전의 길을 걷고 있다”며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등 각종 첨단 산업의 현장에 생기가 넘친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류 대변인은 “중국 경제 운영이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소비 수요가 부족한 것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지지 조건과 기본적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추가 관세 부과에는 ‘평등한 대화’ 강조
국제사회는 중국이 이번 양회 기간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과 관련해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시점이 양회 개막일인 4일인 탓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에 맞대응해 일부 미국 제품에 최대 15%의 보복관세 부과를 선언했지만, 이는 절제된 수준인 만큼 협상 여지가 남았다는 게 외교계의 중론이다.
지난 2월 초 부과된 10% 관세에도 나름의 평정심을 유지해 온 중국 내 산업 현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중국 샤먼의 한 전기 변압기 제조업체는 이미 말레이시아로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며, 다른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는 태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WSJ은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많은 중국 기업이 공황 상태에 빠져 해결책 찾기에 분주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중국 정부도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가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과 정상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훼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미국은 다른 국가의 권익을 존중하고, 부당하고 근거 없는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펜타닐 등 마약 공급망 문제와 연결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국에 대한 대화의 손짓은 계속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측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는 올바른 궤도로 조속히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술력 향상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자신감에는 자국 기술 혁신의 본거지로 불리는 항저우 등 일부 도시가 부동산 훈풍을 타고 회복의 조짐을 보인다는 판단이 짙게 작용했다. 중국 부동산 중개업체 베이커(Beike)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이후 저장성 동부 지역의 신규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고 주택 거래량은 약 8% 늘었으며, 중개 사무소를 방문한 사람 수도 77% 증가했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로봇 개발업체 유니트리 등이 적극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채용을 늘리고 있는 만큼 항저우 일대의 부동산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얀 유에진 이하우스 중국부동산연구소 부소장은 “기술 산업의 번창이 구매 심리를 끌어올리고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인구가 밀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