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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주스 대명사 美 트로피카나, 파산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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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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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0%, 영업이익 10%↓
소비자 음료 선택지 많아져
자연재해로 오렌지 생산량도 뚝
사진=트로피카나

대표적 과일 주스 브랜드인 트로피카나(Tropicana)가 재정난에 봉착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아침 식사의 필수 요소’로 여겨졌던 오렌지 주스의 인기가 점점 시들고 있는 데다, 자연 재해로 인해 오렌지 생산량도 급감하고 있어서다.

트로피카나, 재정난 봉착

5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대표적인 오렌지 주스 브랜드 중 하나인 트로피카나가 현재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오렌지 주스가 필수품에서 사치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앞서 CNN은 지난달 26일 “트로피카나가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트로피카나 브랜드 그룹은 최근 몇 년간 매출과 이익이 모두 악화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47년 설립된 트로피카나는 최근 매출과 이익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서비스 매체 데트와이어(Debtwire)에 따르면 트로피카나의 모회사인 트로피카나 브랜드 그룹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10% 줄었다. 데트와이어의 신용 조사 책임자 침 하인즈는 “트로피카나가 힘든 싸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오렌지 주스의 인기가 식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의 글로벌 식품 애널리스트 멜라니 자노자 바텔메는 젊은 소비자들이 더 새로운 맛과 흥미로운 음료를 찾고 있다며, “에너지 드링크, 커피 음료, 말차, 버블티까지 사람들이 텀블러에 어떤 음료를 채울지 고민할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당 열풍’도 오렌지 주스의 몰락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무설탕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음료 업계 역시 설탕을 줄이거나 아예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오렌지 주스는 여전히 다른 음료에 비해 설탕 함량과 칼로리가 높은 편이다. 이에 트로피카나도 무설탕 제품과 탄산 음료 라인을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전환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버리지 다이제스트의 듀안 스탠포드 발행인은 "트로피카나는 100% 오렌지 주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이를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트로피카나 오렌지주스/사진=셔터스톡

오렌지 공급 부족 심화

이런 가운데 트로피카나의 오렌지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시즌(2024년 10월~2025년 6월) 오렌지 생산량을 1,200만 상자(한 상자는 90파운드·약 41㎏)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33% 적은 양으로 1930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10월 예상치보다 300만 상자 줄었다.

플로리다는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해가 잘 드는 지역으로 오렌지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1990년대에는 연간 2억 상자를 생산할 정도로 오렌지 재배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오렌지는 주로 생과즙 주스 제조에 쓰인다. 하지만 2005년 연 2억 상자가 깨진 이후 생산량이 해마다 줄고 있다. 2015년 생산량은 1억 상자를 밑돌았고 그마저도 10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번 시즌 오렌지 작황에는 지난해 10월 중순 발생한 허리케인 ‘밀턴’이 영향을 미쳤다. 최대 시속이 170㎞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한 밀턴 때문에 오렌지 나무가 큰 피해를 봤다. 여기에 아시아시트러스필리드라는 곤충에 의해 전염되는 식물병 ‘감귤 녹화병’이 3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감귤 녹화병에 걸리면 오렌지 생육이 더뎌지고 수확기보다 일찍 나무에서 떨어진다.

상황이 악화하자 오렌지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트로피카나의 주요 공급업체인 아리코도 최근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지난달 아리코는 "플로리다에서 지난 10년간 오렌지 생산량이 약 73% 감소했다. 따라서 플로리다에서는 감귤류 재배가 더 이상 경제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플로리다에서의 감귤류 재배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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