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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CEO 선임
편의점 중심 성장 전략 설득력 갖춰야
캐나다 유통 업체 꾸준히 인수 타진

글로벌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지주회사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가 9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가운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수장 체제를 택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한 만큼 오는 5월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 분위기 반전에 만전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주력 사업 편의점 실적 악화 일로
6일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세븐앤아이홀딩스(세븐앤아이)는 이날 이사회에서 스티븐 헤이즈 데이커스(Steven Hayes-Deikas) 사외이사를 새로운 CEO로 선임하는 데 뜻을 모았다. 데이커스 이사는 과거 일본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의 CEO를 역임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2016년 취임해 주력 분야인 편의점 사업 확대를 추진해 온 이사카 류이치(井阪隆一)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세븐앤아이가 최근 극심한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타개책으로 수장 교체를 단행하는 것이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 세븐앤아이의 지난해 3~11월 일본 내 편의점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1,829억 엔(약 1조7,80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사업의 영업이익 또한 32% 하락한 1,569억 엔(약 1조5,300억 원)에 그쳤다.
다만 수장 교체 카드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니혼케이자이신문은 “(세븐앤아이가) 지금까지 사외이사로 경영에 관여한 데이커스 씨를 기용한다고 해도 단독 노선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과 주주 등의 평가가 높아질지는 불투명하다”며 “새로운 경영진은 편의점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 전략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금 조달 난항에 독자 생존 위태
지난해 하반기에는 편의점 서클K를 운영하는 캐나다 유통 업체 ACT가 인수를 타진하며 세븐앤아이 위기설에 무게를 실었다. ACT는 지난해 7월 세븐앤아이 주식 전량을 6조 엔(약 58조2,000억원)에 취득하는 인수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하자 두 달 후 7조 엔(약 67조8,000억원)으로 금액을 올려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앤아이는 회사가 외국 자본 산하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내외부 반발이 심한 만큼 독자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8조 엔(약 77조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해 시장 내 세븐앤아이 주식을 모두 인수한 후 자진 상장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1조 엔(약 9조7,000억원)가량 자금을 출자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토추상사가 불참을 결정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주식 매입 및 상장폐지 외 다른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또한 자금 조달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평가다.
결국 세븐앤아이는 오는 5월 주주총회 전까지 ACT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는 방안과 단독 노선을 유지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현재 회사는 비주력 업종인 슈퍼마켓과 외식업체 등을 거느린 중간 지주회사 주식을 매각하고,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식으로 단독 노선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편의점의 실적 회복이 더딘 만큼 단독 노선 유지가 가능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ACT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수 제안을 뛰어넘는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향후 초점이 될 것”이라며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편의점 사업 강화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품고 북미 유통 공룡 노리는 ACT
세븐앤아이의 독자 생존 의지만큼이나 ACT의 인수 의지도 강하다. 서클K 외에도 쿠시타르 등 다수의 편의점 브랜드를 운영 중인 ACT는 미국, 스웨덴 등 30개국에서 약 1만7,0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편의점 시장 점유율(2024년 점포 수 기준)은 3.8%로 1위 세븐앤아이(8.5%)에 이은 2위다. ACT가 세븐앤아이 인수에 성공하면 미국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점포 수 10만 개의 ‘메가 편의점 체인’으로 부상하게 된다.
다만 ACT는 적대적 인수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알랭 부샤르 ACT 회장은 “적대적 인수는 우리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우호적인 인수 방식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주 일가가 비상장화를 추진한 데 따라 ACT가 인수 가격을 추가 인상할 것이란 일각의 추측에 대해서는 “현재 제안된 가격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ACT는 세븐앤아이를 인수할 경우 미국의 독점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 일부 매장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렉스 밀러 ACT CEO는 “세븐일레븐 브랜드와 일본, 미국 등 사업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며 “아직 인수 단계가 아닌 만큼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세븐일레븐 브랜드를 성장시킬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