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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후 대미 로비자금 증가 집권 1기에는 로비스트 증가세 전환 실세 등극한 측근은 이해 충돌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맞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로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측근과 로비스트를 중심으로 행정부를 구성했고 이들은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핵심 정책 결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직후 주요국 로비업체 추가 계약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 2기를 맞아 주요국의 대미 로비 지출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주미일본대사관은 로비와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회사 3곳과 새로 계약을 맺었다. 당시 추가된 회사에는 미국의 로비 기업 발라드 파트너스(Ballard Partners)가 포함됐는데 브라이언 발라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30년 가까이 교류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주미일본대사관이 계약한 로비 기업은 총 20개사가 됐다.
이 시기 한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측근이자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수지 와일스가 몸담았던 로비업체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와 40여일 간 계약을 체결했다. 미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바에 따르면 머큐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맞춰 주미대사관의 경제 정책 의제 개발·조직·계획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주미대사관 지도부를 트럼프 행정부에 등용될 가능성이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개하고 정권인수팀 관계자들과의 관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기회를 모색하는 업무가 진행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로비업체가 지난해 12월 국내 재계 서열 5위 이내 대기업 총수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 계약 제안서를 발송했다. 해당 업체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대미 수출 관세를 낮추고 무역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로비 활동의 대가로 1억 달러(약 1,454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에 응할 경우 총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와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 등에 초청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 등에도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로비스트, 트럼프 행정부에서 역할 확대돼
미국에서는 국민의 청원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로비 활동이 법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각국 정부나 글로벌 기업들은 미 정부 핵심 인사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미국 로비업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글, 제약협회, 보험회사 등 대기업과 단체들이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의 로비 자금을 사용한다. 정치자금을 감시하는 비영리 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내 로비 규모는 42억7,000만 달러(약 5조7,098억 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상반기 미국 대관 자금으로 354만 달러(약 48억 원)를 투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규모로 미국에서 고용한 로비스트도 58명에 달했다.
1995년 현대적인 로비 규제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로비스트는 미국을 움직이는 파워 그룹으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변해 활발히 활동해 왔다. 로비스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워싱턴의 오물빼기'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그가 '오물'이라고 지칭했던 로비스트는 더 늘어났다.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등록 로비스트는 1만1,400명으로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2020년 1만2,000명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정권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주요 정책 결정자를 로비스트와 측근으로 채웠다. 버라이즌 등 통신업계에서 활동한 제프리 아이저나크,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마이클 카탄자로, 식품업계 로비회사를 운영하는 마이클 토리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가족들의 인수위 참여도 논란이 됐다. 16명의 집행위원회에 맏딸 이방카 트럼프를 비롯해 그의 남편 제러드 쿠슈너,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까지 4명의 가족이 포함됐다. 이들은 경선 때부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실세', '비선'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친족 채용부터 비선 실세까지 이해충돌 논란
이들의 정치 개입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딸 이방카과 사위 쿠슈너를 선임고문직을 신설해 임명했을 때도 친족채용 논란이 일었지만, 법무부는 친족채용이 금지된 행정부와 달리 백악관 참모에 대해선 대통령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했다. 파워 브로커로 불렸던 방카와 쿠슈너는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재임 기간 정부 급여를 받지 않았지만, 부동산 회사를 계속 보유하며 6억4,000만 달러의 외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더 큰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집권 2기에는 트럼프 그룹의 수석부회장인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부사장인 차남 에릭이 실세로 부상했다. 여기에 에릭의 배우자이자 트럼프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의 위상도 두드러진다. 그는 이번 대선의 선거자금을 총괄한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맡았고, 플로리다에 지역구를 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그의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1기와 달리 공직에 나서거나 선출직에 출마하지 않아 막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선 실세로 정부효율부(DOGE)를 총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한 이해 충돌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로 불리는 머스크 CEO는 단순히 2인자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의 기업들이 규제나 과징금 조치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 워싱턴 포스트(WP)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아 성장했음에도 최근 전기차 세액 공제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며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