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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청년 늘어나는데, 대기업 채용 축소하고 취업정책은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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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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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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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 악화일로, 쉬는 청년 과포화
상담 및 멘토링으로 취업난 타파?
유명무실 정책에 취업준비생들 한숨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이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청년 채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의 최대 관심사인 취업박람회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매년 대규모 신입사원을 채용해 온 대기업들마저 박람회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

채용박람회, 참가기업 줄며 규모 대폭 축소

6일 취업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진행하는 고려대 상반기 채용박람회는 참가 기업과 부스 배치 등 규모 면에서 예년보다 대폭 축소됐다. 특히 4대 기업 중 LG와 SK가 부스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외에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의 채용 부스는 찾아볼 수 없다.

SK도 SKC 외에 다른 계열사들은 채용박람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동안 채용박람회 단골손님이었던 CJ, KT 등도 자취를 감췄다. 국내 주요 은행들과 일부 대기업은 박람회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나흘 중 하루만 부스를 열어 참가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채용 수요가 많은 이공계에도 찬바람이 부는 모습이다. 이공계 재학생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유사에 가고 싶었는데 박람회 오는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OO기업도 연구개발 안 뽑는다” “공대도 취직 망했다” 등의 한탄이 쏟아졌다.

얼어붙은 대학가 채용 시장에 언제쯤 봄이 찾아올지도 미지수다.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1.1%가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곳을 업종별로 보면 ‘건설’이 75.0%로 가장 높았고, ‘석유화학·제품’ 73.9%, ‘철강 등 금속’ 66.7%, ‘식료품’ 63.7% 순이었다.
통계상으로도 고용 한파는 역대급 수준이다. 지난 1월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배수’는 0.28로 떨어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300인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 증가 수도 2년 연속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23년보다 5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6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정부, 성과에 급급한 밀어내기식 취업 처방

정부가 주도하는 취업 정책도 유명무실하긴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청년 고용 정책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찾아가는 대상 맞춤형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렇게 발굴한 청년 중 구직 의사가 없는 ‘니트족’과 ‘고립 청년’은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일상회복을 지원하고,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은 대학의 모든 취업지원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사업은 공통적으로 취업 상담 및 특강, 현직자 멘토링, 취업박람회 등 미취업 청년에 대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전문가 및 대학생 청년들은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꼬집는다. 대학생 A씨는 “청년들이 쉬는 이유엔 노동 현장의 질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고, B씨는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멘토링만 죽어라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쉬는 이유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취업 촉구보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의 구조적 문제를 비켜난 일률적 해법에 “성과에 급급한 밀어내기식 취업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규준 연구원은 “정말 수용자 중심의 정책이 맞냐”고 반문하며 “고용의 질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하는데 ‘쉬었음’ 인구라는 경제 지표만으로 인간을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쉬었음의 이유와 질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현재의 사업은 단순히 미취업 청년을 교육해 당장 취업 시장으로 밀어 넣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력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제공하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청년 C씨는 “계급이 또 생길 것 같다”며 일경험 제도를 통해 인턴이 된다면 발생할 문제를 우려했다. 지금도 지방 인재나 계약직을 경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정식 루트’로 진입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허점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애초에 경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일하는 학교’란 정책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나, 현재의 일경험 관리 체계는 단순하고 섬세하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경험에도 취업연계, 역량개발, 사회경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이에 맞는 역량을 가진 기업도 다르다. 그러나 현재는 몇 개의 관리 단체를 선정해 청년과 기업을 단순하게 매칭해 줄 뿐이다.

해외 취업 알선 사업, 예고 없이 종료

정부의 해외 취업 알선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수행하는 '민간해외취업알선 지원사업'이 예고 없이 종료된 가운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별다른 개선안이 없어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사업은 민간해외취업알선기관이 해외통합정보망 월드잡플러스에 해외구인정보를 제공, 취업이 성사된 경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구직자를 대신해 알선수수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해외 일자리를 발굴하고, 청년들의 해외취업 기회를 확대하고자 공단은 고용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본 사업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최근 해외 취업지원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 및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사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 종료를 예고하는 별도 안내가 없어 해외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불만을 자아냈다. 이뿐 아니라 해외취업정착지원금 사업예산도 미배정돼 직전년도 2, 3차 해외정착지원금 신청분 지급이 지연될 예정이라고 공고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해외 취업은 구직 외에도 비자발급 등 개인이 하기 까다로운 조건이 많아 이를 민간기업이 대신하고 있었다. 일례로 미국은 J-1 비자(미 현지 기업에서 전공 관련 분야의 실무 업무 및 문화교류 목적으로 하는 비자)로 취업하는데, 비자발급이용이 직업소개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500만원가량 발생해 구직자 부담이 매우 크다. 이때 청년들은 민간해외취업알선사업이라는 제도를 통해 직업소개료라도 추가로 내지 않고 취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청년들이 직업소개수수료까지 부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 해외취업 지원기업 관계자는 "비용이나 절차상 구직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본 제도를 통해 청년들이 직업소개료를 추가로 내지 않고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알선기관 역시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연봉 3,600만원 이상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하는 등 조건이 있어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된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폐지돼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기회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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