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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U·加 '맞불 관세'에 재보복 예고, 각국에 상호관세 협상안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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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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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4월 1일부터 41조원 규모 보복관세 맞대응
’대미 철강 수출 1위’ 캐나다도 곧장 보복 나서
트럼프, 재보복 시사 "4월 2일까지는 유연성"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의약품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EU에 의존하고 있는 항생제, 심박조율기 등에 대한 수출 제재를 통해서다. 캐나다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발효에 맞서 31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EU, 트럼프 관세 위협에 항생제 무기화로 대응

1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이날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EU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4월 2일보다 하루 앞선 4월 1일부터 미국산 위스키, 오토바이, 모터보트 수입에 5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또한 4월 중순부터는 미국산 껌, 가금류, 소고기, 화이트초콜릿, 콩, 수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아울러 EU는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도 부과할 방침이다.

이 목록은 2021년 EU 집행위원회가 작성한 ‘전략적 의존도와 역량’ 문서에서 미국이 유럽에 의존하는 260개 제품에 근거한 것이다. 한 외교관은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방사선 치료 동위원소의 대부분은 독일에서 만든다. 전체 반도체 붐은 유럽 기계 없이는 지속될 수 없으며, 고급 철강은 (북아메리카의) 애팔래치아 공장이 아니라 독일 철강 벨트에서, 항생제는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우리가 생각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향해 보이는 적대감에 대응해, 미국이 EU를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보여주기 위한 충격적 조치 차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충분히 내지 않는다면 동맹을 더 이상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해 왔다. 이에 지금까지 EU 국가들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미국산 제품을 더 구입하겠다고 약속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왔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캐나다도 30조 관세로 보복

EU에 이어 캐나다도 대미 보복 조치를 내놨다. 12일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재무무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과 컴퓨터, 스포츠 장비, 주철 제품 등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자정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발효한 데 대한 맞불 관세다. 관세 부과 대상은 126억 캐나다달러(약 12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제품과 30억 달러(4조원) 규모의 미국산 알루미늄 제품을 비롯해 컴퓨터, 스포츠장비, 철강주조제품 등(142억 캐나다달러 규모, 약 18조원)이 포함됐다.

이번 관세 부과는 캐나다가 지난 4일 300억 달러(약 44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것과는 별도로 시행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다음 달 2일까지 유예했지만, 캐나다는 이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르블랑 장관은 "미국 행정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무역 파트너십에 혼란과 무질서를 또다시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캐나다와 미국 가계 모두에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의 비용을 높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보복관세에 대응하겠다”

EU와 캐나다의 보복관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2일 대통령은 "대응하겠다"며 "우리는 돈의 전투(financial battle)에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유예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오락가락' 관세 정책을 편다는 지적에는 "난 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며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하겠지만 한번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유연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4월 2일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서 훔쳐 가고, 미국의 무능한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가) 훔쳐 가도록 한 것들의 상당 부분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예고한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시점 전까지 각국에 대미 무역흑자 해소 방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우리는 아일랜드와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며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시했다. 마틴 총리는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가 이전보다 미국 투자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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