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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출 계약, 프랑스전력공사 몽니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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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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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법원, 한수원 원전 수주 계약 중단 명령
"정부 판단 안일했다" 곳곳에서 지적 제기돼
정부, 최종 계약 여부 '낙관'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이 돌연 유보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수주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체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최종 계약 체결이 지연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계약 재개 시점을 속단할 수는 없으나, 최종 계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 앞두고 '정지'

6일(이하 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EDF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으로 인해 원전 계약 체결이 중지됐다고 밝혔다. 앞서 EDF는 체코 반독점 당국(UOHS)에 한수원의 신규 원전 사업 수주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UOHS는 지난달 24일 이를 기각했다. 이에 EDF는 지난 2일 현지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계약 체결이 중단됐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한수원의) 계약이 체결된다면 프랑스 입찰자는 소송에서 법원이 유리한 판결을 내렸더라도 공공 계약을 따낼 기회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잃게 된다"며 계약 중단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일단 한수원이 계약을 체결하면 본안 판단과 관계없이 EDF의 계약 수주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는 만큼, 일시적으로 계약 체결을 막아 수주사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이 조치가 향후 본안 소송에서 EDF가 승소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체코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정부 고위급 대표단이 계약식(서명식)을 위해 체코로 출국한 직후 발표됐다. 우리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체코행 비행기 안에서 해당 소식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체코 방문을 통해 7일 개최되는 원전 계약식에 참여하고, 체코 총리·상원의장 등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시장의 비판적 여론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평이 나온다.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는 EDF의 법적 대응 움직임을 무시하고 계약식 일정을 잡았고, 첫 유럽 원전 수출에 의미를 부여해 대규모 특사단까지 꾸렸다. 특사단엔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과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을 비롯해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이 임명됐다.

국회에서도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박성민 의원(국민의힘), 강승규 의원(국민의힘), 박상웅 의원(국민의힘),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등이 특별 방문단으로 동행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EDF의 소송 제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완전히 간과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EDF와 함께 '수주 삼파전'을 벌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는데, EDF에 대한 대응은 왜 이렇게 미온적인지 의문"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수주를 따낸 한국이 자사의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하며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양측은 분쟁을 중단하기 위해 비밀에 부쳐진 ‘모종의 합의’를 맺었다. 시장에서는 해당 합의가 체결되는 과정에서 △거액의 기술료 지급 △일감 넘겨주기 △핵연료봉 공급 △한국 측의 유럽 시장 철수 등의 사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정부 "문제 여지 없다"

원전 계약에 대한 시장 우려가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최종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낙관적 태도를 유지 중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6일 체코 프라하에서 산업부 공동취재단과 간담회를 갖고 “두 차례나 체코 경쟁 당국이 명확하게 판단한 것처럼 (체코 원전 수주 관련해)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에서 문제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해서 대한민국의 원전 산업 경쟁력과 역량을 키울 기회로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계약 재개 시점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안 장관은 “(최종 계약까지)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체코 정부는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계약이) 지연될 경우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연되지 않길 희망하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체코전력공사가 구체적인 법률 검토 작업을 한 뒤 상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DF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 안 장관은 “EDF가 계속 소송을 걸고 있는데, 체코 국민도 이런 부분에서 일말의 우려나 의혹이 없도록 깨끗하게 정리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지원하거나 소명할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유럽 (원전) 기득권 세력들은 원자력 산업을 자기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쟁력과 효율성 등을 다 따져 우리를 선택했는데, 법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여러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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