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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유 외국인 10만 명 육박, 3년 새 20% 증가 중국인 소유 주택 56%, 다주택자도 6,000명 넘어 서울시, 외국인 토허제 적용 등 대책 마련에 나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주택을 넘어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로까지 확대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대응에 나섰다. 특히 중국인의 매입 비중이 높은 가운데, 서울시는 외국인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실거주 여부까지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상호주의 적용과 수도권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이 추진되며,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를 견제하려는 제도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외국인 보유 주택 10만 가구, 전체 주택의 0.5%
17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택을 보유한 외국인은 총 9만8,581명으로 집계됐다. 보유 주택 수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10만216가구로 국내 전체 주택의 약 0.52%에 해당한다. 3년 전과 비교하면 20%나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다주택자는 6,492명으로 전체 외국인 집주인의 6.6% 수준이다. 국적별 주택 소유 비율을 보면 중국이 56.0%(56,301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 21.9%(22,031가구), 캐나다6.3%(6,315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는 주택을 넘어 상업용 부동산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총 28억 달러(약 3조8,000억원)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 대상은 오피스(45%), 물류센터(33%), 호텔(18%) 등으로 이 중 오피스 분야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109% 증가한 12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44%), 싱가포르(28%)가 전체 외국인 상업용 투자액의 72%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국내 토지 보유도 증가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2억6,790만㎡로 집계됐다. 전체 국토 면적의 0.27% 수준으로 2023년 말 대비 1.2% 증가하며 완만하지만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 비율은 경기도가 18.5%로 가장 많았고 전남(14.7%), 경북(13.6%)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유 용도는 임야·농지 등 기타용지가 67.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공장용지 22%, 레저용지 4.4% 등으로 나타났다.

대출규제 미적용 등 내국인과 형평성 문제 제기
이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증가하자 서울시는 지난 15일 '외국인 부동산 거래 대책'을 발표하고 관리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입 과반을 중국인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인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대책 마련의 배경에 대해 "외국인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해외자금을 통한 불법 반입, 편법 증여 등 이상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이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국내 대출 규제를 회피할 수 있어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외국인의 거래 신고 시 자금조달 내역을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매월 국토부로부터 통보받는 이상 거래 내역 가운데 외국인 명의 거래를 선별해 조사하고, 자금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해외 송금 ·대출 내역 등에 의심 사례가 발견될 경우 국세청과 관세청 등 유관기관에 통보한다. 또한 외국인 부동산 거래 자료를 월 단위로 수집하는 등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자치구와 협력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외국인 매수 사례에 대해서는 실거주 여부를 현장 점검할 예정이다.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자금조달계획서와 체류 자격 증명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 받아 지속적인 검증을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외국인이 허가된 이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행명령이 내려지고,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부동산 거래신고법에 따라 토지 취득가액의 10%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중국인에 대한 상호주의 적용 등 법 개정안 발의
국회 차원의 법 개정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 병)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시 '상호주의' 적용을 의무화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는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호주의'란 한 국가가 상대국에 일정한 권리를 인정하거나 특정 대우를 제공하면 상대국도 그에 상응해 해당국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중국은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사실상 제한돼 있다. 토지는 외국인 매입이 불가능하며, 주택 역시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인은 한국에서 토지와 아파트를 거의 제약 없이 취득할 수 있다. 고 의원은 "현행법에 '상호주의'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관련 하위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은 1998년 신고제로 전환한 이후,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다.
고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데 반해, 외국인은 자국의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아 한국 부동산을 쉽게 취득하고 있다"며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등 외국이 우리 국민의 현지 부동산 매입에 대해 불합리하게 차별할 경우, 한국 정부도 해당 국가의 규제에 상응하는 제한 조치를 조속히 도입해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형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가 시장 교란과 주택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