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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증가세 둔화, 구인 건수 감소, 퇴사율 하락 매칭 효율 저하, 노동시장 질적 변화 조기 경보 체계 구축, 정책 자동 연동 필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노동시장이 완만하지만,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인다. 최근 3개월간 고용 증가 폭은 월평균 3만5,000명으로, 직전 3개월간의 12만8,00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여기에 5월과 6월 고용 수치가 총 25만8,000명 하향 조정되면서 둔화 흐름은 더욱 분명해졌다. 실업률은 4.2%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자발적 퇴사율은 2.0%, 구인 건수는 740만 건으로 정체됐다. 실업자 1인당 빈 일자리는 0.9개로, 팬데믹 직후의 구인난 국면이 끝나고 구직자가 더 많은 상황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줄며 노동 수요가 식고 있다는 신호다.
겉으로 보기에는 실업률이 안정돼 있지만, 여러 지표를 함께 보면 노동 수요가 줄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실업률과 빈 일자리율의 조합이 나타내는 ‘노동시장의 형태’는 경기순환의 전환 신호를 드러내고 있다.

실업률보다 매칭 구조를 봐야 할 때
경기 상황을 판단할 때 여전히 많은 논의는 고전적인 생산함수 Y = f(L, K, A)에 기대고 있다. 여기서 Y는 산출량, L은 노동, K는 자본, A는 총요소생산성을 뜻한다. 이 틀에서는 노동시장의 긴장도를 주로 실업률 하나로 파악하지만, 이렇게 하면 경기 흐름이 꺾이는 초기 조짐을 놓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매칭 구조’의 변화다. 실업률과 빈 일자리율의 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은 보통 실업률이 오르면 빈 일자리율이 떨어지는 패턴을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실업률이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동안 빈 일자리율이 과거보다 낮아졌다. 이는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구인·구직 매칭 효율 저하를 시사한다.
최근 연구들은 이런 변화를 더 정밀하게 포착하기 위해 실업률(u)과 빈 일자리율(v)을 함께 반영한 계산식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정상 상태 실업률’(u*)을 √(u·v)로 추정하는 방식이 있다. 현재 수치에 적용하면 실업률 4.2%, 빈 일자리율 4.4%일 때 정상 상태 실업률은 약 4.3%로, 표면상 수치가 오르기 전에도 이미 긴장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노동시장을 단순 지표로 읽는 법
경기침체를 조기에 식별하는 것이 목표라면 분석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첫 단계는 실업률(U)–빈 일자리율(V) 평면에서 두 지표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의 V/U 비율은 최근 1.11로, 2021~2023년 고점이었던 1.8 이상에서 크게 낮아졌다. 이는 베버리지 곡선상 점이 우측 하향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하며, 실업률 상승과 빈 일자리율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둔화 국면을 가리킨다.
노동시장 활동 지표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자발적 퇴사율은 팬데믹 이후 정점보다 약 1%포인트 낮아져,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줄었다. 해고율은 1.0% 수준에서 정체돼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은 피하고 있지만 채용도 늘리지 않는 상황이다. 채용률은 3.3%에 그쳐 새 일자리 창출 속도가 둔화됐고, 임시직 고용은 2022년 고점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반대로, 정규직을 원하지만 경기나 기업 사정으로 시간제 근무를 택한 인원은 늘어났다. 이는 신규 채용과 자발적 이직 모두 위축되고, 일자리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요 측면에서도 위축 신호가 뚜렷하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하는 서비스업 고용지수는 46.4, 제조업 고용지수는 40대 초반에 머물러 기준선인 50을 밑돌고 있다. 이는 서비스·제조업 전반에서 채용이 축소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런 흐름은 해고 증가가 본격화되기 1~3분기 전에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다.

주: 연도(X축), 노동인구 대비 비율(Y축)/실업률(파란색), 빈 일자리율(주황색)
정책 요인이 만든 변화
미국 ABC 뉴스가 전문가 인터뷰와 자료를 종합한 결과, 최근 노동 수요의 구성을 바꾼 배경에는 세 가지 정책 요인이 있었다. 관세 불확실성, 이민 제한, 그리고 연방정부 고용 축소다. 관세 인상으로 평균 유효세율은 18.3%까지 올라 기업 비용이 증가했고, 확장 계획이 멈췄다. 이민 제한 정책 여파로 외국인 노동력은 3월 이후 170만 명 줄었다. 연방정부도 올해 1월부터 수만 개의 중간 기술직을 감축했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신규 채용은 줄고 퇴사율은 낮아졌다. 이런 구조적 변화는 실업률 수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실업률은 평균치에 불과해 빈 일자리율 변화, 채용 위축, 매칭 효율 저하 같은 노동시장의 질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구성의 변화
노동시장 참여의 구조 변화는 경기 해석에서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오르면 침체 신호’라는 통념이 있었다. 이는 가계 주 소득자가 실직할 때 배우자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부가 노동자 효과(added-worker effect)’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남편이 일자리를 잃으면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확률이 60% 높아지지만, 실제로 이런 형태의 신규 진입자는 전체의 1.5~3.5%에 불과하다.
2023년 이후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생산연령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7.7%로 사상 최고 수준이며,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보충’이 아니라 보육 접근성 확대, 재택근무 확산, 산업 구조 변화 등 긍정적 요인이 주된 배경이다. 이민자 참가율이 하락하고 여성 참가율이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구직 매칭, 임금 형성, 훈련 수요 패턴이 과거와 전혀 다르다. 단순 규모보다 ‘누가 움직이는가?’를 읽어야 정책 설계가 가능하다.
제기될 반론에 대한 답변
일부에서는 “아직 경기침체를 알리는 공식 신호가 없다”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식 신호란 삼의 법칙(Sahm rule)인데,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침체로 본다. 그러나 이 규칙은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된 뒤에야 작동하기 때문에 조기 경보로는 한계가 있다.
또 “고용 지표는 수정이 잦아 신뢰하기 어렵다”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7월 수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지만, 실업자당 빈 일자리 수, 퇴사율, ISM 고용지수 등 조사 방식이 다른 주요 지표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 신호는 무시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번 둔화는 관세, 이민 규제 등 일시적 정책 요인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은 먼저 노동시장 구성을 바꾸며, 외국인 노동력 감소는 특정 업종에서 매칭 문제를 심화시킨다. 실업률이 오르기 전부터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 예측 오차의 표준편차(X축), 예측 오차의 평균값(Y축)/경계선(주황색)
실천 가능한 정책 개선안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각 주와 기관이 실업률(U)과 빈 일자리율(V)을 중심으로 한 조기 경보 대시보드를 구축하고, V/U 비율과 베버리지 곡선상 위치를 매달 공개해야 한다. 퇴사율, 임시직 고용, 시간제 근무, 근로 시간 등을 보조 지표로 포함해 정합성을 점검하고, 변화 방향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월간 ‘형태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 운용에서는 여성 참여 확대·이민 축소 시 보건·보육 분야 채용과 유연 근무제 수요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 퇴사율 하락·근로 시간 정체 시 인턴·실습 프로그램 수요 증가 가능성을 반영해 예산과 인력 운용을 조정해야 한다. 여기에 어떤 계층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지를 분석한 형평성 자료를 함께 발표하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헤드라인 너머를 읽는 법
겉으로는 실업률이 안정돼 보여도, 노동시장의 형태를 구성하는 여러 지표는 수요 둔화를 중심으로 한 전환기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 해고는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그 전조는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흐름 읽기를 정책에 내재화해,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지원을 연동하고, 이해당사자 모두가 같은 상황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투명한 분석을 제공하는 일이다. 올해 침체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지금의 ‘형태’를 읽는다면 대응 속도와 회복력 모두를 높일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Shape of Work: Why the Geometry of the Labor Market Is Our Best Early-Warning Recession System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