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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비트코인 투자 허용” 트럼프, 위험천만 연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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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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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불확실·변동 자산 투자 허용
투자 손실 등 위험은 가입자에 귀속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 심화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직연금의 암호화폐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IRA·401K 등 주요 연금제도의 투자 범위를 확대한 해당 조치는 고위험 자산에 노후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다수의 국가가 연금의 암호화폐 투자 금지를 법에 명시한 만큼 미국의 이번 결정은 연금 운용의 안정성 원칙에 역행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제도 변화 출발점, 시장 확대는 ‘아직’

7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401K 등 직장인 퇴직연금에 사모펀드, 부동산, 가상자산(암호화폐) 등 대체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노동부가 1974년 제정한 ‘직원퇴직소득보장법(ERISA)’의 적용을 받는 퇴직연금 내 대체 자산 투자 지침을 수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리 차베스-드리머 미 노동부 장관에게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연방 규제 당국과 협력해 제도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약 12조5,000억 달러(약 1경6,000조 원) 규모의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 대체투자 상품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시장에서는 사모펀드·부동산·암호화폐 관련 자산운용사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코인 금융서비스 업체 스완비트코인(Swan Bitcoin) 최고경영자 코리 클립스텐은 “비트코인이 401K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면서 “장기적으로 조정된 위험 대비 수익성을 인식하게 되면, 하드 머니(가치저장 수단)를 선호하는 비트코인 투자를 택하는 근로자 비중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다만 실제 시장 변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노동부와 재무부 등 관련 부처가 세부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허용 범위와 운용 기준 설정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가 예상되는 탓이다. 과거 사모펀드 투자 제한 역시 손실 위험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조치였던 만큼 변동성이 더 큰 암호화폐 투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미 행정부 안팎의 견해다. 이 때문에 이번 행정명령이 가지는 정책적 상징성에도 즉각적인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낮은 시장 성숙도에 비판 여론 확산

트럼프 행정부가 퇴직연금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배경에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과 자산 다변화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 제도에서는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 중심의 운용이 원칙이었으나, 물가 상승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정체되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미 노동부는 지난 5월 IRA·401K 등 대표적인 퇴직연금 계좌의 운용 자유도를 높여 가입자가 보다 다양한 투자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여지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뿐 아니라 사모펀드, 사모채권, 대체투자 상품까지 일부 퇴직연금 계좌에서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간 퇴직연금은 안정성을 이유로 이 같은 자산군 편입이 제한됐지만, 이번 조치로 제도 설계 자체에 변화가 예상된다. IRA와 401K는 미국 내 개인 퇴직자금 운용에서 비중이 막대한 만큼 제도 변화가 가져올 자금 이동 규모도 상당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에 의하면 지난해 말 401K의 총자산 규모는 약 8조9,000억 달러(약 1경2,254조원)에 이른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찬성 측은 전통 자산과 대체 자산을 혼합 운용하면 수익률 개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성장성이 높은 산업과 자산군에 미리 진입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나아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과 관련한 규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기관 자금 유입이 가속할 것이란 관측 또한 제기했다. 이 같은 흐름이 퇴직연금의 보수적인 운용 관행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 또한 거세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야 하는 퇴직연금에 변동성이 큰 자산군을 허용하면, 장기 손실 위험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 폭이 전통 자산보다 훨씬 크고, 시장 성숙도가 낮아 예측이 불가능에 가깝단 지적이다. 브라이언 페인 BCA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개인 투자자들은 더 많은 유동성이 필요한데, 위험 자산의 경우 높은 수수료가 적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은퇴 계획을 예상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 환경 안정성 논의 촉발

대부분 국가는 주요 연금기금의 암호화폐 투자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고, 유동성 제약과 해킹·사기 같은 보안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브라질 국가통화위원회(CMN)는 지난 4월 폐쇄형 연금기금인 EFPC(Entidades Fechadas de Previdência Complementar)가 보증 준비금의 일부를 비트코인 및 기타 디지털 화폐에 할당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연금 자산이 장기·안정적 성격을 띠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암호화폐의 구조적 불안정성은 단순한 가격 변동 폭을 넘어선다. 스테이블코인 등 일부 예외는 있으나 실물 경제와 연결된 기초자산이 부재한 것은 물론, 가치 평가 기준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래소 의존도가 높아 시스템 마비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금 회수는 어려워지고, 거래가 제한되거나 중단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러한 암호화폐의 특성은 연금처럼 수십 년 단위로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이번 행정명령은 글로벌 연금 운용 원칙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절대다수의 국가가 ‘연금=안정적 운용’이라는 대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미국은 투자 자율성을 명분으로 고위험 자산 진입 문턱을 낮췄다. 이는 일부 투자자에게는 자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제도 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흔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다시 금융시장의 불안정 요인을 심화할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12조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가입자들의 장기 투자 전략은 흔들리고, 시장 신뢰는 악화된다. 특히 고위험 자산 편입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경기 침체나 자산 시장 조정기에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고, 종국엔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투자 범위 확대를 넘어 글로벌 금융 안정성 논의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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