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 필두로 민간 재개발·재건축 지원하는 서울시, 투기는 토허제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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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통기획 앞세워 민간 주택 공급 속도 낸다 "투기 수요 막아라" 신통기획 후보지 줄줄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압구정 2구역서 효과 입증한 신통기획, 보완 필요한 부분은?

서울시가 조만간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는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단축하고, 지자체의 갈등 중재 기능을 강화해 정비 사업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의 주택 공급 구상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추석 연휴 전에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달 초 “압도적 속도와 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시장에서는 서울시가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9·7 부동산 대책과는 반대로 민간사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에서 더 이상 빈 땅을 찾기 힘든 만큼,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준공 중 정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8.5%에 달한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 이후 인허가 단계를 신속히 처리,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것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행 제도상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처리기한제(재개발 과정의 각 단계별로 처리 기한을 설정해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모든 단계로 확대하고, 각종 행정절차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서울시는 ‘공정촉진책임관’, ‘갈등관리책임관’ 등의 인력을 앞세워 중재 역할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비 계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조합 내부 갈등, 공사비 상승과 관련한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 등은 재건축·재개발 계획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방안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안팎까지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기 방지 위해 토허제도 적극 활용
서울시는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지원함과 동시에 투기 최소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개발 추진이 예정된 지역 8곳을 신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는 정비 사업 기대감에 따른 투기 수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허가구역 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한 조치다.
신규 지정된 8곳 중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는 영등포구 도림동 133-1일대(6만3,654㎡), 강북구 미아동 159일대(3만7,709.7㎡), 도봉구 방학동 638일대(3만9,270.5㎡), 용산구 용산동2가 1-1351일대(4만3,016.7㎡), 동작구 상도동 214일대(8만5,787.7㎡), 동작구 사당동 419-1일대(13만3,007.4㎡), 구로구 가리봉동 2-92일대(2만5,776㎡) 등 7곳이다. 지정 기간은 오는 30일부터 내년 8월 30일까지로 11개월간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주거지역 6㎡, 상업지역 15㎡를 초과하는 토지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거래 계약을 체결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주거용 토지의 경우 허가를 받은 후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이 기간 매매 및 임대는 금지된다.

신통기획의 성공 사례
시장에서는 서울시의 계획대로 신통기획을 앞세워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할 경우, 부동산 시장 공급 상황이 한결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신통기획을 통해 재개발에 속도가 붙은 전례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압구정지구다. 당초 압구정지구 재건축은 2006년 전체 단지를 통합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며 시작됐다. 당시 ‘한강 르네상스’ 구상 속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기대를 모았던 서울시의 계획은 글로벌 금융 위기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이후 2011년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이 발표되며 재건축 논의가 재점화됐으나, 이 역시 공공기여 부담에 대한 이견으로 좌초됐다. 2014년 3월에는 안전진단 통과를 계기로 조합 설립과 정비 계획 수립, 지구단위계획 재검토 등 절차를 밟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사업 방식·층수·평형 구성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며 재차 사업이 지체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압구정2구역은 2022년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정비계획 틀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한 것이다. 압구정지구 2·3·4·5구역이 나란히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이 가운데 정비계획 변경을 최종 확정·고시한 곳은 압구정2구역이 유일하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서울시와 함께 한강 변 주동 계획과 스카이라인, 주동의 개수 등 핵심 사항을 확정했으며,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잡음 없이 도달할 수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통기획을 조금 더 보완하면 공급 창출 효과가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부담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인건비 등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특히 주거 선호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 공공기여 부담을 줄여서라도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