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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고령화 시대 유럽, 인력 부족 해법은 로봇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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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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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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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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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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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매년 노동력이 감소하며 유럽 사회·경제 전반에 압박 심화
이민의 역할과 한계, 반복 업무는 자동화 필요
로봇 도입과 인력 재교육을 병행해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고 생산성 유지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매년 약 100만 명의 노동력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 지표인 노년부양비는 2024년 유럽연합(EU) 기준 33.9%로, 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이미 40%에 근접했으며, 세기 중반에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 부족에 대한 전통적 해법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다. 그러나 이민 확대는 정치적 반발과 제도적 제약에 부딪히고 있다.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다른 해법이 자리 잡고 있다2023년 기준 전 세계 공장에서 가동된 산업용 로봇은 428만 대에 달했다. 독일과 중국 등은 이미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달성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화는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다.

사진=ChatGPT

고령화, 로봇이 완충 장치

유로스타트(Eurostat)는 2050년까지 EU 회원국 10여 개국의 노년부양비가 50%를 넘고, 그리스·포르투갈·이탈리아는 6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은퇴자 1명당 노동 가능 인구가 두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 전망 역시 2060년까지 OECD 전체 노동 가능 인구가 8% 감소하고, 일부 국가는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23~2035년 유럽 주요국(15~74세) 생산가능인구 변화 예측(단위: 2023년 인구 대비 %)
주: 국가-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X축), 생산가능인구 증감률(Y축)/기준 시나리오(파랑), 이주 없음(노랑), 낮은 이주(초록), 높은 이주(빨강)

단기적으로 이민은 구인난을 완화했지만, 인구 감소를 보완하기에는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요구된다. 이때 로봇은 인력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7년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보급률은 두 배로 늘었고, 최근 3년 연속 연간 50만 대 이상이 신규 설치됐다. 산업용 로봇의 평균 단가는 2022년 기준 2만3,000달러(약 3,0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서비스형 로봇(RaaS) 확산과 제어·센서·비전 기술의 가격 인하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2005~2023년 출생지 별 고용 변화(단위: %)
주: 국가-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X축), 고용 변화율(Y축)/자국민 기여(주황), 외국인 기여(파랑), 전체 고용 변화(마름모 표시)

독일은 근로자 1만 명당 429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한국과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로봇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로봇 전문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지 못해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거나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 결과는 고령사회가 곧 저성장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동화를 빠르게 도입한 국가는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로봇은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로봇 투입 분야와 인간 고유 영역

자동화의 필요성은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에서 분명하다. 로봇 도입은 제조업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이제는 물류, 농업, 건설, 건물 관리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 분야는 구인난이 심각하고 숙련 인력 부족도 크다. 유럽고용재단(Eurofound)에 따르면 EU 기업의 80%가 적합한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인력 부족이 두드러진 분야에는 로봇, 무인 운송 차량, AI 검사 시스템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 사람은 예외 상황 대응, 품질 관리,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구조로 일자리를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기계공학, 전자제어, 데이터 관리 등 새로운 기술 수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돌봄 분야는 자동화가 가장 어렵지만 분업을 통해 일부 보완이 가능하다. EU와 OECD의 공동 보고서는 2022년 기준 의사·간호사·조산사 등 12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급격한 고령화와 제한적 이민 정책 속에서 간병 보조 로봇을 활용해 환자 이동과 모니터링 부담을 줄이고 있다. 초기 결과에 따르면 로봇은 부상 위험을 낮추고 개인 돌봄 시간을 늘려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의론과 정책적 대응 과제

로봇의 효과를 두고는 생산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인공지능(AI)은 보수적 가정에서 5년간 누적 1% 수준의 생산성 향상에 그친다. 그러나 이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이를 활용할 인력 양성이 늦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각국은 재교육과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확대해 숙련 격차를 줄이고, 로봇과 AI 활용 능력을 노동시장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비용 문제도 거론된다. 일부 산업에서는 임금보다 로봇 가격이 여전히 높고, 시스템 통합 과정도 복잡하다. 하지만 평균 단가는 꾸준히 내려가고 있으며, 구독형 서비스 모델 확산으로 초기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유럽은 세제 혜택을 조건부로 제공하고,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해 도입 비용을 낮추고 실증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지적은 로봇이 인간처럼 공감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한계는 오히려 정책 설계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는 로봇이 전담하도록 하고, 돌봄·창의성·복잡한 조정과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에는 사회적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로봇의 한계는 오히려 인간 노동의 가치를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이민과 로봇의 병행 전략

이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민은 유럽의 고용을 지탱하고 재정에도 기여해 왔지만, 고령화를 이민만으로 상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2022년 유럽은 국경 재개방 이후 510만 명의 비EU 이민자를 받아들였고, IMF는 이민이 2022~2023년 기록적인 노동 수요를 충족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EU 당국은 노동 가능 인구가 매년 100만 명씩 줄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은 균형추 역할을 한다. 자동화는 유럽이 전 세계 노동력 확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정치적으로는 이민을 사회적 가치가 큰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실천적 협약

유럽은 고령화로 인한 인력 축소라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방치한다면 병원, 복지, 지방 재정 전반이 세대에 걸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로봇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협약을 마련한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정부는 도입 장벽을 낮추고 신속한 자격 취득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기계 투자뿐 아니라 인력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 전반은 자동화를 일상적 도구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민 정책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는 과감히 자동화하는 것이다.

결국 선택은 분명하다. 로봇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관리할 인력을 확보한다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축소된 노동력은 과중한 부담에 짓눌리고, 이민자와 기존 주민 모두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each the Robots, Keep the Republic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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