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고령화 시대 진입한 유럽, 인력 부족 해법은 '로봇'
입력
수정
고령화로 매년 노동력 감소, 유럽 사회·경제 전반 압박 심화 이민의 역할과 한계, 반복 업무는 자동화 필요 로봇 도입과 인력 재교육 병행해 고령화 충격 완화하고 생산성 유지해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매년 100만 명의 노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사회·경제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노년부양비(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2024년 기준 33.9%에 달한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이미 40%에 근접했으며, 세기 중반에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 부족에 대한 전통적 해법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다. 그러나 이민 확대는 정치적 반발과 제도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에 최근 산업 현장에서는 다른 해법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공장에서 가동된 산업용 로봇은 428만 대에 달했다. 자동화는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다.
고령화, 로봇이 완충 장치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2050년까지 EU 회원국 10여 개국의 노년부양비가 50%를 넘고, 그리스·포르투갈·이탈리아는 6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은퇴자 1명당 노동 가능 인구가 두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 전망 역시 2060년까지 OECD 전체 노동 가능 인구가 8% 감소하고, 일부 국가는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 국가-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X축), 생산가능인구 증감률(Y축)/기준 시나리오(파랑), 이주 없음(노랑), 낮은 이주(초록), 높은 이주(빨강)
이민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구인난을 완화했지만, 인구 감소를 보완하기에는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가 요구된다. 이때 로봇은 인력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동화를 빠르게 도입한 국가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로봇은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지난 7년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보급률은 두 배로 늘었고, 최근 3년 연속 연간 50만 대 이상이 신규 설치됐다. 산업용 로봇의 평균 단가는 2022년 기준 2만3,000달러(약 3,0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서비스형 로봇(RaaS) 확산과 제어·센서·비전 기술의 가격 인하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주: 국가-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X축), 고용 변화율(Y축)/자국민 기여(주황), 외국인 기여(파랑), 전체 고용 변화(마름모 표시)
자동화 후발주자 유럽
현재 한국과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로봇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독일이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429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로봇 전문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지 못해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거나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화의 필요성은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에서 더욱 부각된다. 로봇 도입은 제조업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이제는 물류, 농업, 건설, 건물 관리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이들 분야는 구인난이 심각하고 숙련 인력 부족도 크다. 유럽고용재단(Eurofound)에 따르면 EU 기업의 80%가 적합한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인력 부족이 집중된 분야를 중심으로 로봇, 무인 운송 차량, AI 기반 검사 시스템의 투입이 불가피하다. 사람은 예외 상황 대응, 품질 관리,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구조로 일자리를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기계공학, 전자제어, 데이터 관리 등 새로운 기술 수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돌봄 분야는 자동화가 가장 어렵지만 분업을 통해 일부 보완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와 제한적 이민 정책 속에서 간병 보조 로봇을 활용해 환자 이동과 모니터링 부담을 줄이고 있다. 초기 결과에 따르면 로봇은 부상 위험을 낮추고 개인 돌봄 시간을 늘려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책적 대응 과제
일각에서는 로봇의 생산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유럽에서 인공지능(AI) 모델의 5년간 누적 생산성 개선 효과는 1%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이를 활용할 인력 양성이 늦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각국은 재교육과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확대해 숙련 격차를 줄이고, 로봇과 AI 활용 능력을 노동시장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비용 부담 역시 주요 쟁점으로 지목된다. 일부 산업에서는 여전히 인건비 대비 로봇 도입 비용이 높은 데다, 시스템 통합 과정의 복잡성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비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며, 구독형 서비스 모델 확산으로 초기 투자 부담도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그런 만큼 유럽은 조건부 세제 지원과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병행함으로써 도입 비용을 낮추고 실증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로봇이 인간과 같은 공감 능력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는 오히려 정책 설계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는 로봇이 전담하도록 하고, 돌봄·창의성·복잡한 조정과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에는 사회적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분업 구조가 정착될 경우, 로봇의 한계는 인간 노동의 가치와 역할을 재정의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민 확대와 로봇 도입 병행 전략
이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민은 유럽의 고용 기반을 지탱하고 재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해 왔지만,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를 이민만으로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2022년 유럽은 국경 재개방 이후 약 510만 명의 비EU 이민자를 수용했는데, 이들은 기록적인 노동 수요를 충족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민자만으로 수요를 지탱하기엔 유럽 내 노동가능 인구의 감소 속도가 가파르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의 노동가능 인구는 매년 100만 명씩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은 균형추 역할을 한다. 자동화는 유럽이 전 세계 노동력 확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정치적으로는 이민을 사회적 가치가 큰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유럽은 고령화로 인한 인력 축소라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방치하면 병원, 복지, 지방 재정 전반이 세대에 걸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로봇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협약을 마련한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정부는 도입 장벽을 낮추고 신속한 자격 취득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기계 투자뿐 아니라 인력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사회 전반은 자동화를 일상적 도구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전환이 절실하다. 동시에 이민 정책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는 과감히 자동화하는 식이다. 결국 선택은 분명하다. 로봇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관리할 인력을 확보한다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each the Robots, Keep the Republic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