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日 총리 물 건너 가나” 야당 후보단일화 놓고 정국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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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자민, 비자금 스캔들 대책 불충분" 우군마저 등 돌리며 위기 맞은 다카이치 새 연정 파트너 찾아야 총리 지명 가능

일본 총리 지명 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정권 교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999년부터 일본의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집권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 공명당의 동행이 26년 만에 깨지면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의 총리 선출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새 연정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경우 '일본의 첫 여성 총리 탄생'도 무산될 전망이다.
일본 총리 지명 선거, 결선 투표 가능성 확대
15일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전날 일본 야당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3당 간사장은 국회 내에서 회담하고 곧 다가올 임시국회에서 진행될 총리 지명 선거와 관련해 3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지지통신은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됐던 일본 야당의 총리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여성 최초의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것에 이어 사상 최초의 일본 여성 내각 총리대신이 될 것으로 유력했던 다카이치 총재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일본의 이번 총리 지명 선거는 어느 후보도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결선 투표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될 경우 득표수가 많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키는 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이 쥐고 있다. 총리 지명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의원(하원·465석)과 참의원(상원·248석) 양원에서 과반(각각 233석, 125석)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실시해 다득표자로 결정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투표 결과가 다르면 중의원이 우선시된다. 현시점 중의원 의석수는 자민당이 196석, 입헌민주당이 148석, 일본유신회가 35석, 국민민주당이 27석, 공명당이 24석을 각각 차지한다. 야권 3당 연합이 현실화하면 총 210석으로 자민당을 넘어선다.
국민민주당이 야권 연합에 불참하고 공명당이 야권에 협력해도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공명당 3당의 총 의석수는 207석으로, 여전히 자민당을 웃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국민민주당이 자민당을 지지하면 220석이 된다. 즉 국민민주당과 공명당의 최종 행보에 따라 자민당이나 야권의 승리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에 양당은 자민당과 야권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자민·공명당, 연정 유지 최후 협상 결렬
1999년부터 26년 동안 이어져 온 자민당-공명당 연립정부가 갈라서게 된 배경에는 정치와 재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자리한다. 공명당은 앞서 다카이치 총재의 우익 성향과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 대응을 문제 삼으며 "연정 유지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언급해 왔다. 일각에선 지난 7일 양당 대표 회담에서 역사 인식과 외국인 배척에선 접점을 찾았기에,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양당은 비자금 스캔들 대책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23년 12월 자민당 내 계파 일부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거둔 비용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안게 됐지만, 비자금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을 간사장 대행으로 기용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공명당은 이에 기업·단체 후원금 수령 가능 대상을 당 본부와 47개 광역자치단체 지역조직으로 제한하는 정치자금 개혁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민당 내부에서 "받을 수 없는 안"이라며 반발하자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의 요구를 거절했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카이치 총재는 '지역 여론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공명당의 정치자금) 규제책을 지난 1년간 요구했는데도 자민당은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란표 막기 위해 경쟁자들에 요직 중용
공명당이 연립정부에서 이탈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사퇴한 9월 초 이후 나타난 이른바 ‘다카이치 트레이드’도 약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계승자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재가 새로운 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적극 재정과 완화적인 통화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일본 주가는 상승하고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하지만 연립 여당의 연정이 깨지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닛케이 225 지수는 지난 10일 1%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2.6%가량 떨어졌으며, 달러·엔 환율은 153원대에서 151원대로 내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카이치 트레이드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지난 9월 7일 수준인 달러·엔 환율 147엔대, 주가는 4만2,000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의 경우 단기간에 10% 넘게 하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적극재정, 대담한 공적 투자를 내세우며 제2의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겠다는 다카이치노믹스가 시장에 반영됐지만, 이제는 안개 속 정국에서 일본 경제 역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 속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야권 3당 단일화마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자민당도 급해졌다. 자민당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은 14일 국민민주당의 신바 가쓰야 간사장과 만나 총리 지명 투표에서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른 야당들과 협력해도 자칫 실익을 챙길 수 없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당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다카이치 총재는 선거에서 맞붙었던 당내 경쟁자들을 내각에 중용하는 등 내부 달래기 적극 나선 상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총리가 될 경우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방위상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총무상에,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을 외무상에 각각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이즈미와 하야시, 모테기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와 경쟁했던 낙선자들이다. 앞서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에 임명한 고바야시 다카유키 의원까지 포함하면 총재 선거의 경쟁자 전원을 당·내각 요직에 기용하는 셈이다. 요미우리는 “(총재 선거에서 낙선한) 모든 후보자를 요직에 발탁해 당 전체를 하나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