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인 월급은 준다” 셧다운 장기화 속 연방 공무원 해고는 시작
입력
수정
셧다운 2주 넘게 지속, 공무원 해고 현실화 행정권 견제 시도 속 양당 불신 심화 국면 장기화된 셧다운에 경제 불확실성도 확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 사태가 2주차에 접어들면서 정치·경제 전반으로 균열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 급여 지급을 보장하며 ‘통제된 셧다운’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천 명의 공무원이 이미 해고되고 핵심 행정 기능이 정지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대치가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재정 충돌이 아닌 정치적 권력구조의 재편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軍 급여는 지급" 지시
1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민주당의 무책임한 셧다운으로 인해 우리 군이 10월 15일 급여를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며 “최고사령관으로서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가용 자금을 활용해 군인들에게 반드시 급여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필요한 재원은 이미 확보됐다”며 “민주당이 위험한 셧다운으로 군대와 국가 안보를 인질로 잡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관련 부문에 계속 재정을 투입하며 국가 재정을 직접 관리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군 연구개발(R&D) 예산 중 80억 달러(약 11조3,800억원)를 전용해 현역 군인 급여에 사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의 대규모 세제·이민 법안 자금 일부는 국토안보부 소속 미 해안경비대 요원 급여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WP에 "연방 당국자들이 셧다운 기간 중 무급으로 근무해야 할 일부 법 집행 요원 급여를 지급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행정부는 셧다운 상황에서도 어떤 프로그램을 유지하거나 중단할지 결정할 재량권이 있다. 다만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예산을 재배분할 수 있는 시기와 방식은 법으로 엄격히 규정된 만큼, 이런 행태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낸 샬란다 영은 "일반재정에서 어떤 돈을 쓸 수 있는지는 의회가 정해야 한다"며 "마음대로 재정에서 돈을 꺼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셧다운 계기 공무원 해고 1만 명 넘을 것”
셧다운으로 인해 안보 등 필수 업무를 제외한 연방정부 기능이 중단되면서 일부 부처에서는 인력 감축(RIF)이 현실화됐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전날 엑스(X)를 통해 “인력 감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OMB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재무부와 보건복지부 등에서 최대 4,000명이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트 국장은 “해고 인원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며 “결국 1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트 국장은 더 이상 소비자를 보호하지 않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몇 달 안에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셧다운 내내 인력 감축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 의회는 새 회계연도(2026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2주일 넘게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기존 예산 수준을 유지하는 ‘클린 임시예산안’을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오바마케어(ACA)’ 세액공제 연장과 저소득층 의료지원 복원 등이 빠졌다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의 책임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에 있다고 주장하며 “급진 좌파 민주당은 정부가 다시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타협 사라진 정치, 불신이 만든 장기전
미국 정치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은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이번 사태는 양당의 갈등과 불신이 겹치며 한층 더 격화된 모습이다. 이번 셧다운이 과거와 다른 요소는 민주당의 진짜 의도가 의료 정책 만이 아닌, 그간 공격적으로 의제를 추진해 온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일부 통제권을 되찾을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주요 요구사항은 만료 예정인 공공 의료보험 보조금 재개지만, 두 번째 요구사항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권 행사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 원조 등에서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보류하거나 취소한 바 있다.
이번 셧다운이 과거와 대비되는 또 다른 요소는 과거 셧다운 사태에서는 양당이 정부 업무 재개를 위해 늦은 밤까지 협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그런 협력 정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대신 양당 사이엔 원한만이 남아 있다. 셧다운 직전까지 양측은 교착 상태를 일으킨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민주당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면피를 위해 합의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고, 슈머 민주당 대표는 "정부 재개 후 의료 보조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공화당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상대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게시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슈머 대표와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그린 이미지로, 제프리스 대표는 멕시코식 모자와 콧수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제프리스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인종차별적이라며 규탄했으나, JD 밴스 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더 큰 문제는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미국 경제다. 이번 셧다운의 여파로 연방 정부 인력 중 40%에 해당하는 약 80만 명이 무급 휴직 상태에 들어갔다. 이는 가계 지출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허가, 특허 승인, 계약업체 대금 지급 등 정부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더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셧다운은 관세 정책, 앞선 정부 지출 삭감 결정, 이민 단속, AI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해 이미 어지러웠던 미국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한다. 이에 분석가들은 셧다운이 한 주간 지속될 때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최대 0.2%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또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한 대량 해고가 실현될 경우에는 피해가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