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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구조조정 논란 확산, 여야 손잡은 ‘K-스틸법’에도 비관론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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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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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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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산업 둔화 겹치며 내수·수출 동반 부진
대형사에 중소형사 인수 압박설 확산
여야 공동 산업 활성화 방안, 실행력 의문

국내 철강산업이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의 저가 공세,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시장에서 대형사 중심의 통폐합 조율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인위적 구조조정 추진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선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이 추진 중이지만,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정책적 명분 쌓기’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론적 시각을 드러냈다. 

“사업 기반 무너져” 업계 자조 확산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설비 감축 및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한 품목별 전략 등이 주요 골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형 철강사가 중소형사를 인수하거나, 기업별로 노후 설비를 줄이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작금의 위기는 다층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 체질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실제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순환의 문제를 넘어선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형사조차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7조7,483억원, 영업이익은 6,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11.3%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1,131억원으로 지난해(515억원)보다 나아졌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 구조가 지속되면서 실질적인 회복세는 미약한 수준이다.

업계의 체감은 이 같은 수치를 훌쩍 넘어선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 전력비 인상까지 겹치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생산 단가가 상승한 탓이다. 그 여파에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선재공장을 잇따라 폐쇄했고, 중국 장강법인도 매각했다. 현대제철 역시 포항2공장을 휴업하고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대형사마저 구조조정에 나서는 상황에서 중소형 제철소는 감산과 인력 감축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정도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국내 철강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구조적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만큼 단기적 구조조정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감산이나 정부의 반덤핑 조치 효과로 잠시 숨을 돌렸을 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기술력 확보와 시장 다변화 없이는 다시 벼랑 끝에 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제품/사진=현대제철

산업 경쟁력 개선책 부재 비판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철강업계 통폐합이나 생산량 감축 방안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유도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비를 합리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공급과잉 품목별 수급 여건에 맞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업계 전반에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철강업체 임원은 “현재 정부가 내놓는 방안 대부분이 ‘자발적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빌려 사실상 감산을 유도하는 형태”라고 지적하며 “철강산업은 이미 설비 과잉과 수요 둔화로 사업 축소 국면에 진입했는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듯 기업 자율에만 맡긴다면 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산업계에서는 특히 석유화학 구조조정 당시 대기업 위주의 인센티브 지원책이 논란을 일으킨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철강 구조조정 또한 ‘정책 명분 쌓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정부 주도 아닌 민간 중심 혁신 전환 필요”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106명이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출 둔화, 내수 침체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법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에서다. 법안은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가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위원회는 산업 전반의 중장기 전략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핵심은 철강산업의 친환경 전환이다. 이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중심으로 한 녹색 전환을 국가 전략 과제로 설정하고, 연구개발(R&D) 지원과 설비 투자, 세제 감면 등 실질적 지원책을 포함했다. 이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둔 유럽 시장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포항·광양·당진·인천 등 주요 철강 도시를 ‘녹색철강특구’로 지정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행정비용 감면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조정 유도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가 자발적 감산이나 설비 폐쇄를 추진하는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는 식이다. 나아가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 차단을 위해 원산지 표시 강화, 부적합 제품 유통 차단, 덤핑 감시 체계 고도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로 해석된다.

업계는 여야를 막론한 초당적 협력의 의미를 평가하면서도 실제 집행력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을 보냈다. 해당 법안이 지금까지의 산업 활성화 방안과 비슷한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면, 향후 10년 내 한국 철강산업은 존속 자체를 담보할 수 없단 지적이다. 감산과 R&D 집중, 시장 개편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위기만 장기화할 공산이 큰 만큼 민간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보완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반의 목소리다. 결과적으로 K-스틸법의 실효성은 정부의 집행 의지와 민간의 혁신 역량이 맞물릴 때 비로소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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