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성장' 마감한 LG생활건강, 中 매출 부진에 뷰티 사업부 희망퇴직 단행
입력
수정
유통 환경 변화에 백화점·면세점 등 점진적인 축소 팬데믹 이후 中 시장 매출 부진 속 2년 연속 역성장 신생 브랜드 인수, 뷰티 디바이스 시장 진입도 늦어

LG생활건강이 뷰티 사업부 내 판매 판촉직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이번 조치는 면세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점진적인 철수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으로, 주력 사업인 뷰티 부문의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때 국내 뷰티업계 ‘톱2’ 자리를 유지하며 17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온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시장 매출이 급감하면서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뷰티 시장 트렌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점이 실적 부진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프라인 철수로 판매·판촉직 구조조정
22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뷰티 사업부 소속 판매 판촉직과 강사직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만 35세 이상(199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이 대상이며 재직자와 휴직자 모두 포함된다. LG생활건강은 희망퇴직 신청 마감 후 심사를 거쳐 다음 달 3~7일 대상자에게 결과를 통보하고, 10~20일 퇴직 절차 및 인수인계를 진행한 뒤 21일 최종 퇴직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희망퇴직 대상자에게는 기본급 20개월 치를 포함해 생활안정지원금, 전직장려금, 학자금 지원 등이 제공된다. 전직장려금은 연령별로 △35~39세 1,000만원 △40~49세 2,000만원 △50~59세 2,500만원이며, 생활안정지원금은 2,000만원이다. 학자금 지원은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급에 따라 중학교 500만원, 고등학교 700만원이며 대학은 잔여 학기 중 최대 4학까지의 등록금으로 연간 1,500만원 한도로 지급된다.
LG생활건강의 희망퇴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분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는데, 당시 대상은 만 50세 이상 관리자급으로 실제 퇴직자는 20명 안팎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은 “면세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점진적 철수에 따라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 운영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 왔다”며 “퇴직 대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11월 중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면세 매출 감소에 뷰티 부문 '적자 전환'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을 LG생활건강 뷰티 사업부의 최근 실적 부진에 따른 자구책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1조6,0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5.4% 급락한 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이 3조3,0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72억원으로 36.3% 줄었다.
뷰티 사업의 부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2분기 뷰티 부문은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04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매출은 6,0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 줄었다. 주요 판매 채널인 면세 부문이 급격히 위축되며 손실 확대로 이어졌다. 2분기 면세 매출은 1,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급감했고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1년 새 5%포인트 하락했다. 핵심 시장인 중국 매출 역시 8% 이상 감소하며 부진을 심화시켰다.
시가총액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8월 기준 LG생활건강 시가총액은 4조6,500억원으로, 에이피알(8조7,300억원)과 아모레퍼시픽(7조5,300억원)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국내 뷰티업계 톱2의 지위가 흔들린 것이다. LG생활건강은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증권가는 LG생활건강의 2025년 영업이익을 33%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40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낮췄다.
中 리셀러 가격 교란에 매출 타격 불가피
LG생활건강의 실적 악화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그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메르스 등 악재 속에서도 17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하며 ‘K-뷰티의 왕좌’를 지켰지만, 팬데믹 이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사상 최대 매출(8조91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2년(7조1,858억원)과 2023년(6조8,048억원)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지나치게 높은 면세 채널 의존도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팬데믹 이후 중국 리셀러의 가격 교란으로 LG생활건강은 의도적으로 면세 물량을 축소했다. 더후의 브랜드력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수적인 인수합병(M&A) 전략도 위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3년간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뷰티 브랜드는 힌스 한 곳뿐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 애그리게이터(brand aggregator)’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이커머스의 유망 신생 브랜드를 인수한 뒤 기존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접목해 성장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사업 모델이다. 일례로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3년간 5개 브랜드를 인수했고, 올해도 2개 브랜드를 추가 확보 중이다. 구다이글로벌의 연결 매출은 2020년 363억원에서 올해 1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지난해 1,300억원대에서 올해 4,5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이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 진출한 시점도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라엘이다. 프라엘은 LG전자가 2017년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 단계에 출시한 제품으로, 당시 전자기기형 프리미엄 디바이스로 포지셔닝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올해 LG생활건강이 프라엘 사업을 인수했지만,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보다는 점유율 경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직면해 있다. 반면, 업계 1위 에이피알은 2021년 에이지알을 선보이며 대중적인 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열었다. 특히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연계해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패턴으로 실적 기여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