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첨단기술 강국’으로 전환 가속, 美와 정면 승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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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제조업 육성에 박차 무역전쟁 이후 산업 혁신 중요성 확대 美 견제 맞서 기술 자립 속도 제고

중국이 제20기 4중전회에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과시키며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가속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원천 혁신과 핵심 기술 난제 해결을 강조하며 생성형 인공지능(AI), 전기차, 스마트폰 등 첨단 분야에서 장기간의 국가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중등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전으로, 제14차 5개년 계획의 성공 경험이 강한 자신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 진흥에 최우선 방점, 인프라·첨단기술에 대거 투자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 개최 후 발표한 공보를 통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5차 5개년 계획 제정에 관한 건의'를 심의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첫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중앙위원들은 23일까지 비공개회의를 열어 5개년 계획수립에 관한 건의를 검토하고 승인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15차 5개년 계획은 중국식 현대화를 중심으로 위대한 부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15차 계획의 주요 목표로 △고품질 발전의 뚜렷한 성과 △과학·기술 자립 자강 수준의 대폭 향상 △전면적인 개혁 심화의 새로운 진전 △사회주의 문명의 뚜렷한 향상 △민생 개선 △아름다운 중국 건설 △국가안보 장막의 공고화를 설정했다.
지도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중국의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종합 국력, 국제적 영향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1인당 GDP가 중등선진국 수준에 이르도록 해서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은 그간 2035년까지 중진국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이번에 1인당 GDP까지 제시한 것이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작년 기준 1만3,000달러(약 1,870만원)로 미국(8만6,000달러·약 1억2,000만원)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미 경제 규모로는 미국과 함께 2강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개인 소득까지 높여 진정한 선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내놓은 최우선 과제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가속화다. 지도부는 산업이 변화하는 역사적 기회를 잡아 교육 강국,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 건설을 통합 추진하며 국가 혁신 체계 효율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원천 기술을 강화하고 인재 발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과학기술 혁신을 중시하고, 신흥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선 5개년 계획, 경제 성장 이루고 혁신 분야서 성과
중국이 첨단 기술 혁신과 자립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 토종 빅테크의 기술 발전이 빨라졌고, AI와 로봇 등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따라잡으며 기술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이번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첨단산업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획 기간에는 양자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등 신산업에 대한 지원 등이 우선시 될 예정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 향후 5년 내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포부가 내포된 것으로 읽힌다.
중국의 이 같은 구상에는 앞선 5개년 계획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마무리되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이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특히 경제 성장과 기술 혁신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실제 경제 발전 분야에서 중국 경제 총량은 지속 증가해 올해 140조 위안(약 2경7,000조원)으로 5년 전보다 35조 위안(약 6,700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1조2,000억 위안(약 230조원)으로 제13차 5개년 계획 종료 때보다 50% 가량 급증했다.
중국 정부는 기술 혁신 성과로 첫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운영, 4세대 원자력 발전소인 스다오완 운행, ‘청어 6호’를 통한 달 뒷면 샘플 채취, 중국산 항공기 C919 상업 비행 등의 ‘최초’ 프로젝트를 열거했다. 특히 조선업 분야에선 전자기식 항공모함 푸젠함 진수, 대형 유럼선 아이다·모두, 세계 최고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3개의 진주’로 표현하며 높이 평가했다. 20년 전만 해도 세계 기술계가 변방국으로 여겼던 중국이 이제는 글로벌 선도국으로 입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中 ‘과학기술 굴기’ 가속, 국가 주도의 강력한 기술 자립
이러한 경쟁력의 근간에는 압도적인 과학기술 역량이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부터 학술 논문 수나 국제 특허 수에서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상위 논문을 따지는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응용 기술 면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계에서 국제 특허를 가장 많이 내는 기업은 중국 화웨이(2위는 삼성전자)며, 상위 10대 기업 랭킹에서도 중국 기업이 4개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특히 AI 분야 최상위 연구자의 절반 정도가 중국 출신이며 지난 10년간 생성형 AI 분야 특허의 70%가 중국에서 출원됐다.
중국이 단기간에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5개년 계획뿐 아니라 2015년부터 과학굴기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2045년 건국 100주년에는 과학기술 초강국을 완성하겠다는 분명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두 번째는 인재 중시 전략이다. 중국은 2009년부터 ‘천인계획’과 ‘만인계획’을 통해 해외 석학과 핵심 연구자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대거 영입했다. 천인계획에 따라 고급 인재에게 고액 연봉과 주택·연구비를 제공해 귀국을 유도했고, 만인계획에 따라 젊은 과학자와 응용기술 인력까지 포괄해 지원 범위를 넓혔다. 이 같은 야심 찬 전략으로 중국은 수천 명의 세계 정상급 인재를 확보하며 기술 패권 경쟁의 기반을 빠르게 다졌다. 동시에 중국 내에서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인재를 조기 양성하기 위한 영재 프로그램을 초등 단계부터 운영해 왔다. 선발된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연구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등 과학 인재의 세대별 육성 구조를 형성했다.
세 번째 요인은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다. 중국은 1991년 ‘211공정(21세기 100대 명문대학 육성 계획)’을 시작으로 1998년의 ‘985공정(세계 수준 일류 대학 육성 위해 9개 대학에 재정 수입 1% 투자)’ 그리고 2017년의 ‘쌍일류(세계 일류대학+세계 일류학과 정책)’ 정책을 통해 총 3,000여 개의 대학 중에서 40개 정도의 대학을 선발해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2025년 QS랭킹의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 베이징대학교가 1위를 차지하고 푸단대·칭화대·저장대 등 중국 4개의 대학이 10위 안에 드는 성과를 얻었다. 기초과학 및 기술에 대한 지원이 삭감되고 여러 명문대들이 정부의 포위 공격을 받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