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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일변도’ 태광, 애경산업 품고 K-뷰티 열풍에 가세, 글로벌 전략이 인수 성패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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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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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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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애경그룹, 각각 이사회서 안건 의결
애경, 중국 리스크 벗고 미국·동남아로 판로 확장 
태광, 섬유화학 넘어 소비재·뷰티로 외연 확대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을 태광산업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한다. 이로써 애경그룹의 모태인 화장품(뷰티)·생활용품사업은 태광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거래는 애경과 태광 모두에 윈-윈으로 평가된다. 애경산업은 태광의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글로벌 판로 확장과 유통채널 고도화를 추진하며 수익 기반 재편에 나서고, 태광산업은 석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K-뷰티·생활소비재 영역으로 외연을 넓혀 신성장 축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태광이 위축된 중국 수요를 대체할 글로벌 성장 축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이번 인수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애경, 지분 양수도 거래 결정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대주주 AK홀딩스와 태광산업은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애경산업 인수 및 매각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태광 컨소시엄이 지난 6월 애경산업 본입찰 대상자로 선정된 지 4개월 만이다.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늦어도 내일까지 AK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잔금 납입 등 최종 거래는 2025년 2월 19일에 종결할 계획이다.

당초 양측은 이달 15일까지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미뤄졌다. 태광산업은 14일 이사회를 통과시켰으나, 애경산업이 15일 추가 논의를 전제로 부결시켰고, 이에 따라 태광산업도 이사회 결의를 취소했다. 일각에선 거래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인수 측과 매각 측 모두 거래 성사 의지가 강한 만큼 거래는 무난히 종결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매각 대상은 애경산업 지분 63.13%로 매각가는 약 4,700억원이다. 지분 100% 기준으로 7,300억원에 해당한다. 주당 매각가격은 약 2만8,000원으로 17일 종가(1만4,980원) 대비 86.9% 높은 가격이지만, 매각 측이 제시한 기업가치 8,000억원과 시장이 추정한 매각금액(6,000억원 안팎)보다는 낮다.

中 시장 부진에 애경 휘청, 태광 자금력·유통망으로 재도약

애경그룹이 그룹의 모태 기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한 것은 재무구조 악화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항공과 유통 계열사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룹 전반이 흔들렸다. 제주항공은 하늘길이 막혀 정상 운항이 어려워졌고, AK플라자 역시 소비 위축과 경쟁력 약화 등으로 부진에 빠졌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화장품 전문기업으로,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해 1985년 현재의 법인을 세우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세제 '스파크', 샴푸 '케라시스' 등 생활용품 브랜드와 화장품 '루나', 'AGE 20's'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특히 AGE 20's의 '에센스 커버 팩트'는 홈쇼핑에서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2010년대 K-뷰티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8년 코스피 상장 이후에도 안정적 매출원인 생활용품과 고수익 화장품 부문이 맞물리며 그룹 내 가장 탄탄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시장 부진과 화장품 경쟁 심화로 주력 브랜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9.3%, 39.1% 급감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의 타격이 컸다. 상반기 화장품 매출은 1,263억원으로 25%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65% 급락한 82억원에 그쳤다. 중국 매출은 645억원으로 23% 축소되며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 속 태광 품에 안긴 애경산업은 본격적인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관건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다. 현재 애경산업은 화장품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 중 80%는 중국에 집중돼 있어 리스크가 크다. 애경산업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시아, 일본 등으로 판로를 확장 중이다. 이와 함께 유통 채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홈쇼핑과 온라인몰이 주력이었다면 올해는 다이소가 새로운 판매 채널로 급부상했다. 에이솔루션과 투에딧, 2080 등이 다이소를 통해 매출 볼륨을 키우고 있다. AGE 20's와 루나는 올리브영에서 굳건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오는 2027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 디지털 유통채널 경쟁력 강화, 프리미엄 라인 확대를 통해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생활용품과 화장품 매출 비중은 각각 61%, 39%였다. 애경산업은 향후 화장품 비중을 48%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태광, 석화·섬유 중심에서 K-뷰티·생활용품 대전환

태광산업의 경우 이번 애경 인수를 통해 기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소비재 및 K-뷰티 영역으로 외연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태광산업은 섬유·석유화학 중심의 전통 제조업체로, 주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구조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중국 경쟁 심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태광산업은 이번 애경산업 인수가 사업 체질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석유화학 원료 기반의 제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화장품 원료 개발·공급망 효율화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광산업 측은 이번 컨소시엄에 속한 유안타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유통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애경산업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동남아·미주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애경산업이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태광이 확보한 자금력과 유통 역량이 더해질 경우 애경의 글로벌 진출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를 염두에 두고 밝혔던 신사업 확장계획에 따르면 태광은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을 위해 내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올해 1조원, 내년에 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애경산업 인수에 투자 예정 금액의 3분의 1인 5,000억원을 투입하게 됐다. 태광산업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헬스케어, 바이오·제약, 스페셜티 등 연관산업으로 단계적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이 뷰티 시장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이 시장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9%, 국내 뷰티 시장은 연평균 12%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제조 기반을 갖춘 태광산업이 소비재 산업에 본격 진출하면 수익 다각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비관련 사업 다각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도약과 도태의 중대기로에 놓인 태광산업은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대로는 해법이 없다는 절박함이 석유화학 산업의 장기 사이클에 맞춰진 태광산업을 움직이게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태광산업이 그동안 B2B 중심의 사업을 전개해 온 만큼, 소비재 사업으로의 전환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 IB 관계자는 “태광산업에 인수된 이후 얼마나 빠르게 체질 개선을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화장품업계는 진입장벽이 낮고 트렌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태광산업이 기존 강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마케팅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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