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회 숙원 ‘오사카 부수도’ 구상 재부상, ‘일본판 세종시’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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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유신회 ‘오사카 부수도’ 요구 수용 오사카, 산업 다변화·인프라 확대로 제2 성장축 형성 오사카 쇠퇴 가능성 및 재원 부담은 걸림돌

일본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가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오사카 부수도 구상’이 다시 떠올랐다. 부수도 구상은 수도 도쿄에 대규모 재해나 테러가 발생했을 때 국가 중추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오사카가 수도 대체지 역할을 맡아 행정 기능을 분산하고, 법적으로 ‘제2수도’ 지위를 확보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자민당 안팎의 반발과 재원 마련이 변수로 남아 쉽게 달성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민-유신 연정, ‘오사카 부수도’ 법제화 합의
22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과 유신회가 20일 서명한 연립정부 합의서에는 부수도 구상을 담은 법안을 내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번 연정 합의는 두 당의 보수적 국가관이 일치했기에 가능했다. 유신회가 연립 절대 조건으로 부수도 구상을 내걸고 자민당이 수용하면서 연정 합의가 이뤄졌다.
수도 대체지 유력 후보로는 유신회 근거지인 오사카 지역이 거론된다. 당의 핵심 기반은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방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현 오사카부 지사며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의 지역구 역시 오사카 12구다. 유신회 소속 중의원(하원) 의원 35명 중 과반인 19명이 오사카와 그 인근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다. 유신회는 '작은 정부'를 위한 행정 개혁과 국회의원 정수 삭감 등을 정책 목표로 삼아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유신회는 부수도 설치 목적으로 도쿄에 재해가 발생할 경우 국가 중추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를 방지한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과 다른 경제권을 조성해 인구·자원의 극심한 도쿄 일극 집중(東京一極集中)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자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오사카 인근 지역을 도쿄에 맞먹는 도(都)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로, 유신회가 마련한 부수도 법안을 보면 부수도 지정 요건에는 ‘대도시지역특별구설치법에 따른 특별구(特別區) 설치’라고 적혀있다. 실제 1947년에 도입된 도쿄도의 특별구제도는 장점이 많다. 도쿄도는 소방, 상하수도, 대규모 도시계획, 항만 사업 등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사업을 맡고, 구는 복지나 청소 등 시민에 가까운 행정 사무를 담당하는 식으로 확실하게 역할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신회가 강조하는 부수도 설치 목적에는 수도권과는 다른 경제권을 형성해 일본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자는 취지도 있다. 도쿄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성장 축을 쌍두엔진으로 만들어 일본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오사카는 독자적 산업 생태계를 갖춘 거대 경제권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동산과 우수한 교통망, 그리고 산업 다변화를 통한 자립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간사이 국제공항, 신칸센 교통 축, 교토의 첨단 기술 인프라가 결합하면, 도쿄권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비등하다.

2015·2020년 두 차례 주민투표서 ‘부결’
오사카 부수도는 유신회의 오랜 염원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대지진 이후 도쿄 수도권 기능 마비 우려가 현실화하자, 당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부지사(유신회 창립자)는 ‘수도는 도쿄, 부수도는 오사카’라는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정치적 부침을 겪으며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가 이번 연정 협상을 계기로 14년 만에 다시 떠오르게 됐다.
이 구상은 2015년과 2020년 오사카 주민투표에서 이미 두 차례 부결된 전례가 있다. 2020년 11월 진행된 두 번째 투표 결과에서 나타난 찬성·반대 이유를 보면, 민의의 중심은 이중 행정 해소에 대한 기대와 주민서비스의 질이었다. 오사카 통합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중 행정 해소(21.9%)와 오사카 경제성장(12.2%)에 대한 기대였고, 반대 이유 중 가장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은 주민서비스가 저하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불안감(16.9%)이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양쪽에서 누려온 의료·복지 등 공공서비스가 축소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유신회는 부수도라는 국가적 의제를 지렛대로 삼아, 세 번째 주민투표 동력과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부수도 법안은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특별구를 설치하는 오사카도 구상 실현을 전제로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당시 유신회가 내놓은 오사카도 변경은 이번에 자민당과 논의하는 구상과는 다르다. 당시에는 이중적인 행정 체계에서 오는 비효율을 극복하자는 수준의 논의였다. 즉 오사카부와 부급 권한을 가진 오사카시가 일본에 있는데, 역할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오사카부의 행정상 위계를 변화시켜 의사결정상 효율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자민당과의 오사카부 논의는 국가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거시적 구조 개편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현에 7.5조 엔 필요, 자민당 반발도 변수
다만 자민당이란 우군을 업었음에도 부수도 구상 전망이 밝지만은 밝지 않다. 먼저 유신회가 부수도 지정 요건으로 ‘특별구가 설치된 곳’을 제시한 것이 문제로 거론된다. 아사히신문은 자칫 유신회가 자당 지역 기반인 오사카에 이익을 몰아주려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자민당 내 반발도 변수다. 자민당 오사카 지역 조직은 꾸준히 오사카도 구상에 반대하며 유신회와 선거 경쟁을 벌여 왔다. 오사카 부수도 구상이 실제 추진될 경우 지역 내 이탈표 발생도 가능한 상황이다. 요미우리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오사카의 쇠퇴가 가속화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 경제연구소 교수가 100년 후 일본의 도시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1992년 신칸센 초고속 ‘노조미’가 운행을 시작하며 도쿄와 오사카 간 이동 시간이 단축됐을 때부터 오사카의 쇠퇴가 시작됐다. 모리 교수는 이보다 빠른 ‘리니어 중앙 신칸센’이 개통하면 오사카의 쇠퇴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사카는 도쿄의 복제품 같은 도시가 됐다”며 “인구가 감소하고 교통·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도쿄와 거리 장벽이 사라지면 비슷한 대도시가 두 개나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대한 재원도 문제다. 유신회는 부수도 구상에 필요한 구체적인 비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으나, 시장이 추산하는 수치는 7조5,000억 엔(약 70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1997년 일본 국토교통성 간담회에서 ‘중앙 행정기관 절반’을 도쿄에서 다른 도시로 이전할 경우를 상정한 추정치로, 당시 국회만 이전 시 4조 엔(약 38조원), 모든 행정기관 이전 시 12조 엔(약 113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7조5,000억 엔은 일본 연간 소비세수(25조 엔·약 236조원)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노무라 종합연구소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당한 비용이 드는 만큼 신중한 비용 대비 효과 검토가 필요하다”며 “오사카로 인구와 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부동산 가격 급등이나 행정 비효율 같은 ‘새로운 대도시 집중 폐해’를 낳을 수 있다”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산케이신문도 “물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 경감이 시급한 과제인 상황에서 간사이 이외 지역 유권자들에게 폭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