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개인정보 풀어 기술 굴기 촉진한 中, 규제와 성장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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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테크업계, 정부 공공 데이터 발판 삼아 급성장 "중국산 쓰면 개인정보 유출될라" 부정적 인식 확산 규제와 성장 동시에 잡기는 어려워, 사실상 양자택일

중국 기술 굴기의 배경에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가 수집한 국민들의 데이터가 별다른 규제 없이 산업계에 속속 개방되며 테크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中 기업들 성장 이끄는 '공공 데이터'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중국 테크 기업은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발판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음성 인식 기술 기업 아이플라이텍의 경우, 정부가 음성 인식, 얼굴 인식, 인공지능(AI) 등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공공 데이터를 제공해 준 덕분에 단숨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현재 아이플라이텍의 음성 인식 기술은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중이다.
세계 최고 얼굴 인식 기업으로 성장한 센스타임도 아이플라이텍과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정부의 공공 데이터 개방으로 100억 건이 넘는 이미지와 영상을 학습, 연간 400억 회 이상 인식·분석 요청을 처리할 만큼 방대한 데이터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센스타임은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36개 공항과 지하철에서 얼굴 인식 입·출입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센스타임의 기술이 딥페이크 사기를 막는 신원 확인 솔루션으로 쓰이며, 도시 관리와 교통 시스템 제어, 빌딩 관리 등에도 센스타임의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거리낌 없이 데이터를 개방한 배경에는 '선(先) 시행·후(後) 규제' 정책이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가 쏟아내는 각종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쓸 수 있도록 허용하되, 문제가 생기면 추후 규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규모 데이터와 첨단 AI 기술의 결합을 통해 수집한 국민들의 데이터가 산업계 성장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中 서비스·제품에 대한 세계적 반감
세계 각국에서 중국산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중국의 서비스가 공공연히 이용되면 자국민들의 데이터는 물론 국가의 안보 기밀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중국 스타트업이 내놓은 AI 모델 딥시크(DeepSeek)에 대한 각국의 대응을 살펴보면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소위 '딥시크 쇼크'가 발생한 이후 시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딥시크가 중국 데이터보안법의 규제를 받는 서비스인 만큼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2021년 제정된 중국 데이터보안법은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 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기업이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나사(NASA), 텍사스주, 뉴욕주 등이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고,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앱스토어 등에서 딥시크 다운로드를 제한했다. 한국도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딥시크 앱 다운로드를 막았다.
이후 시장에서는 비단 딥시크뿐 아니라 중국에서 유입된 여러 제품 및 서비스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같은 이커머스, 온라인과 연결된 IT 제품 등의 잠재적 위험성이 재조명된 것이다. 실제 피해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고객의 정보를 해외 판매 업체 18만 곳에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19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해킹당한 중국산 로봇청소기(에코백스사의 ‘디봇 X2’)가 사용자에게 인종 차별적, 성적인 욕설을 내뱉거나 반려동물을 쫓아다니며 위협을 가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규제와 성장, 공존 어려운 선택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성장 전략이 규제와 성장의 딜레마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규제가 약할수록 기술 성장은 빨라진다"며 "특히 데이터 확보 건수가 곧바로 기술 경쟁력이 되는 테크업계에서 개인정보 관련 규제는 기업들의 성장 속도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등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엄격한 국가들은 중국 테크업계의 성장 속도를 뒤쫓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국회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AI 혁신과 개인정보 보호, 공존의 해법 : AI 개발 데이터 수요에 대응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편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개발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법 체계상 제한으로 인해 기술·산업적 목적의 정보 활용에 한계가 있어 입법 환경이 AI 환경으로의 전환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는 "현행 법체계에서는 공개된 개인정보 활용의 법적 근거가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개인정보로서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처리 기준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제공 사유와 가명 정보 특례 활용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개인정보의 추가적 이용과 제공 규정의 활용이 쉽지 않아 현행 법체계에서 개인정보 재이용 범위가 협소하다고 분석했다.
입법처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이익형량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명백성 요건을 배제하고 공개된 개인정보의 활용 이익이 정보 보호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완화된 기준) 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특정 개인을 식별할 목적이 없는 경우에 공개된 개인정보 활용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안, 가명 정보 특례 개편과 개인정보 '추가적 이용·제공' 관련 가이드라인 보완을 통한 개인정보 재이용 범위 확대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