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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해운 탄소세 통과 불발, 트럼프가 바꾸는 극현실주의 국제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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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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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중기조치 최종 합의 불발, 결정 1년 연기
美, 규제안 찬성국 입항·통상 제재 으름장
회원국들, 트럼프 보복 우려에 '기권'
지난 14~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회의 모습/사진=IM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국제연합(UN) 내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하던 해운 온실가스 감축 종합 계획 채택 논의가 1년 연기됐다. 공식적으로는 표결을 1년 연기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는 동안 해당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찬성국에 대한 관세·비자 제한·항만 추가 비용 부과를 경고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대형 선주들이 대규모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채택 전망도 불투명해지는 양상이다.

IMO, 탄소세 1년 유예 결정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IMO는 영국 런던 본부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Mid-Term Measure)’ 채택 여부를 논의한 끝에 결정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IMO는 지난 4월 제83차 MEPC에서 이 중기조치를 승인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총톤수 5,000톤 이상 국제 항해를 하는 선박은 선박 연료유의 강화된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운항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한 비용을 납부하게 된다. 해상운송 부문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산업이다.

해당 규제안은 해상운송 부문의 순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0(제로)’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른바 ‘넷제로 프레임워크(무탄소 전략)’의 일부다. IMO의 구상대로라면 이번 MEPC 임시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2027년 3월부터 발효돼 대형 선박들에 2028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7% 감축할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원국들의 반대 의견에 따라 도입이 미뤄지게 됐다. IMO에 따르면 채택을 반대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 연기안 투표를 제시했고, 57개국이 찬성했다. 반대는 49개국, 기권은 21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요 감소를 우려해 이번 조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당초 탄소가격제에 찬성했으나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를 예상해 연기안에 손을 들었고, 한국·일본·그리스 등은 기권했다.

도입 찬성했던 그리스 '태세 전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그리스의 변심이다. 친환경 정책을 이끌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는 지난 4월만 해도 도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돌연 환경보다는 성장 우선 노선으로 선회했다. 그리스 정부는 IMO 회의에서 기권으로 입장을 전환한 데 이어 다음 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UN 기후총회(COP30)를 위한 EU의 공식 입장문 내용까지 트집을 잡으며 서명을 거부했다. 공동 입장문에 지난 4월 탄소세 도입 등을 담은 IMO 회의 결과를 환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태세 전환에는 자국 해운 산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 산업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리스는 급격한 규제로 자국 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 선박업계를 비롯한 글로벌 해운업계의 반발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그리스 대형 선주인 마리아 안젤리쿠시스(Maria Angelicoussis)가 주도하고 있는 온실가스 규제 반대 연합은 불과 수주 만에 1,200척 이상을 보유한 대규모 공동 전선으로 확장된 상태다.

반대 연합은 공동성명을 통해 “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는 해운산업의 탈탄소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어렵고, 업계 간 형평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며 현안 조율과 인센티브 부재, 지나치게 촉박한 이행 일정을 핵심 우려로 지적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와 바이오 연료 등 전환 연료에 대한 정책적 보상·유인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탄소세 따위는 사기극” 트럼프, 찬성국에 보복 시사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반대도 그리스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해운업에 부담을 주는 세금은 불필요하다”며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들어서는 단순한 반대에 그치지 않고 보복을 시사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IMO 회원국에 탄소배출 감축 협약에 찬성하면 관세, 비자 제한, 항만 이용세 부과 등 보복조치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 국무부는 “넷제로 프레임워크가 채택될 경우 즉각 대응하겠다”며 회원국 외교 라인을 통해 압박을 강화했다. 실제 네덜란드 인프라·수자원부는 미국 정부 대표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가 협약 채택을 지지하면 관세나 항만 제재 등 보복을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번 IMO 회의를 직전에 두고도 압박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글로벌 ‘녹색 사기세(Green Scam Tax)’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IMO 회원국들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어떤 형태로도 이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것이며 세계 해운 분야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사안을 해운 자주권 문제로 몰아가며 기후정책보다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무역 협상에서 관세를 ‘협상 무기’로 사용한 전례가 있으며,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는 IMO의 중기 조치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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