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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페리아 사태로 격화하는 中·네덜란드 갈등, 글로벌 車 업계 생산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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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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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넥스페리아 中 CEO 강제 직권 해제
美 입김이 초래한 사태, 中 강력 반발하며 수출 통제 착수
車 부품 공급망 혼란 가중, 유럽 완성차업계 '비상' 

네덜란드 핵심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의 중국계 최고경영자(CEO) 해임 사태가 시장 전반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미국의 연이은 압박 속 네덜란드가 이례적인 강경책을 택한 가운데, 이에 반발한 중국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특히 넥스페리아 제품 의존도가 높은 유럽 완성차업계에는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네덜란드, 中 소유 넥스페리아 실권 장악

22일(이하 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넥스페리아 사태가 단순한 기업 내부의 경영권 분쟁을 넘어, 미국·중국·유럽 간의 지정학적 갈등을 촉발하고 전 세계 자동차 공급망을 마비시킬 '제2의 반도체 대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2일 네덜란드 정부는 '상품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긴급 발동하고 넥스페리아의 중국인 CEO를 강제 직권 해제시켰다. 상품가용성법은 네덜란드 정부가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필수 물품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개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간주되는 이번 조치를 통해 네덜란드 정부는 사실상 넥스페리아를 전면 장악하게 됐다.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은 넥스페리아 이사회 결정의 실행을 막거나 뒤집을 수 있으며, 정부는 넥스페리아 및 그 자회사들의 자산과 지식재산권, 사업, 인력에 대한 통제권을 쥐게 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성명에서 “(넥스페리아에서) 심각한 지배 구조 결함과 기술 유출 우려가 확인됐다”며 “핵심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경우 유럽 산업 전반의 공급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상품가용성법 발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번 조치는 앞서 9월 30일 단행됐으나, 발표가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中 맞불 놓으며 사태 격화

중국 상무부는 네덜란드의 개입을 '정치적 간섭'이라 규정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넥스페리아 둥관 공장에서 생산되는 약 500억 개의 칩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부과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네덜란드에 즉시 실수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며, 이번 사안을 유럽의 공정성과 산업 주권에 대한 시험대로 규정했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은 네덜란드 정부의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넥스페리아의 중국 자회사인 넥스페리아 차이나도 네덜란드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넥스페리아 차이나는 “중국 내 공장과 운영은 현지 관리들이 맡으며, 네덜란드 본사의 지시를 따를 의무가 없다”고 선언, 소속 직원들에게 네덜란드 본사의 명령을 무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직원 급여를 현지 법인이 지급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은 이처럼 사태가 격화한 배경에 미국 정부의 위협이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6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네덜란드 외무부와의 회의에서 “미 상무부의 ‘수출규제명단’ 예외 자격을 얻으려면 넥스페리아 CEO가 교체돼야 하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넥스페리아는 지난해 미 상무부 수출규제명단에 오른 중국 회사 윙테크가 소유 중이다. 이후 지난달 미국 정부는 수출규제 대상을 명단에 오른 기업의 자회사까지 확대했다. 네덜란드가 중국 자본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본격적인 압박을 받게 된 셈이다.

글로벌 車 공급망 흔들린다

자동차업계는 넥스페리아 사태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벌어졌던 반도체 수급난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1.2%(글로벌 19위)에 그치지만, 범용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는 각각 세계 1위와 2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특히 차량용 파워트레인(구동계), 조향·제동 시스템, 조명,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주요 부품에 넥스페리아 제품이 폭넓게 사용된다. 사실상 자동차 산업의 필수 부품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유럽 완성차업계는 넥스페리아의 제품 공급이 멈춰 설 경우 차량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염려한다. 유럽은 넥스페리아 매출에서 22%를 차지하며, 중국(48%) 다음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 상황은 상당한 생산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 생산 중단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 역시 16일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공급업체들이 지난주 넥스페리아로부터 칩 공급을 더는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업계가 보유한 넥스페리아 칩 재고가 몇 주 안에 바닥날 수 있으며, 재고가 소진되면 생산 중단이 뒤따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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