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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에도 러시아산 LNG 끌어안은 중국, ‘에너지 블록’ 불씨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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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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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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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뚫고 러시아산 가스 수입 확대
시베리아 가스관 건설 본격화
글로벌 에너지 시장 블록화 가속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를 무시하고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연이어 반입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체제에 균열을 일으켰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러시아 LNG 생산 시설에서 선적된 화물이 중국 남부로 향하는 사례는 물론 공해상에서 제재를 우회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러시아 에너지 수입의 최대 통로로 부상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거래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블록화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제재 효과 약화, 에너지 시장 분화 가속

2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러시아 ‘아크틱 LNG 2(Arctic LNG 2)’ 시설을 출발한 LNG 운반선 ‘아이리스호’는 최근 러시아 북동부 해역을 떠나 중국 남부 베이하이(北海) 수입 터미널로 향하고 있다. 이 선적분이 계획대로 하역까지 이뤄지면, 중국은 8월 말 이후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LNG를 11번째 받아들이는 게 된다. 아크틱 LNG 2는 러시아 북극권 야말반도 인근에서 추진되는 LNG 프로젝트로 지난 2023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돼 기술 조달, 금융 조달 모두 제약을 받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평화 합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이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익, 특히 원유 부문의 현금원을 직접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LNG 부문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크틱 LNG 2에서 선적된 LNG 화물과 이를 운송하는 선박망은 이번 추가 제재의 직접적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할 경우, 글로벌 LNG 가격 급등과 유럽·아시아 동맹국의 조달 불안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LNG 분야만큼은 후순위 미뤄둔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이러한 회색지대를 에너지 안전판처럼 활용하는 모양새다. 베이하이는 중국의 아크틱 LNG 2 물량의 주요 반입 거점으로, 사실상 미국 제재 대상 화물이 들어오는 ‘전용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아이리스호를 포함해 미국의 제재 이력이 있는 LNG 운반선 최소 세 척이 베이하이행 항로에 올라 있는 상태며, 지난 18일 촬영된 위성 이미지에선 홍콩 등록 LNG 운반선이 말레이시아 인근 공해상에서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화물을 환적 받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는 곧 양국이 서방의 제재 이후 에너지 거래 루트를 사실상 제도화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런 구조는 서방 쪽 대응 강도 또한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은 최근 베이하이 터미널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면서 러시아산 LNG의 중국 관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새로운 대러 제재 패키지에서 중국과 홍콩 소재 기업 12곳을 포함한 40여 개 단체를 추가 제재 명단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과거 러시아 에너지 생산 시설과 선박만 제한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 측 인프라와 물류 네트워크 자체를 압박하려는 구상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에너지·현금 흐름은 꾸준히 유지되면서 서방이 설계한 대러 에너지 봉쇄 또한 무력화하는 형국이다. 

가스관 중심 ‘자원 회랑’ 구축 움직임

심지어 양국은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가스관 건설을 본격화하면서 에너지 동맹을 한층 공고히 하고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의하면 지난달 8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가스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자리한 가운데 발표된 양사의 협력은 단순 공급 계약을 넘어 ‘에너지 회랑’ 구축을 위한 전략적 합의로 평가된다.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이어지는 해당 노선은 완공 시 연간 5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중국 서북부로 공급하게 된다. 홍콩의 지정학 분석가 세바스티안 콘틴 트리요-피게로아는 “해상 LNG 의존도가 높던 중국으로선 육로 공급망을 통해 비용과 리스크 동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도 유럽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함으로써 제재에 따른 수익 손실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베리아의 힘 2 사업은 지난 2006년부터 논의됐으나, 노선·가격 협상 등 여러 쟁점으로 수년간 중단됐다가 2022년 이후 급물살을 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와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으로 압박받은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다. 총 136억 달러(약 19조5,00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다소 복잡한 지형과 긴 노선 탓에 공사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완공 시 중국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작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싱크탱크 옥스퍼드 글로벌 소사이어티의 지니비브 도넬론-메이는 “중국이 러시아 가스를 대량 도입하면, 글로벌 에너지 영향력이 해양에서 대륙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짚으며 “그간 미국은 LNG 수출을 통한 에너지 패권 강화를 노려왔으나, 시베리아의 힘 2가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 유럽 수출용 러시아 가스 일부가 중국으로 전환돼 미국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EU, 러시아산 LNG 수입 전면 중단

중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공조 강화에 맞서 유럽은 미국과의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EU는 내년 말까지 러시아산 LNG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새로운 대러 제재안에 합의하며 에너지 독립 전략을 본격화했다. 하반기 순회 의장국인 덴마크는 27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으며, 그간 제재에 반대하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도 에너지 가격 보완책을 조건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EU는 러시아산 LNG 수입 단기 계약을 6개월 내 종료하고, 장기 계약도 2027년 1월까지 완전 해지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의 전쟁 재원인 에너지 수익을 원천 차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난해 EU가 수입한 LNG의 약 20%가 러시아산이었던 만큼 이번 제재로 유럽 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는 급격히 낮아질 전망이다. EU는 제재의 실효성을 위해 유령 선단(제재 회피용 운송선) 117척과 러시아 에너지 밀수출에 연루된 중국 기업 4곳도 새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이는 유럽이 중·러 에너지 공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대러 제재 정책과 보조를 맞추려는 행보로 읽힌다. 

이와 함께 EU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군사 대응을 강화하며 정치·안보 연대도 확대 중이다.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이사회 회의에서는 2027년까지 동부 국경 방공망을 구축하고 러시아 드론을 식별·요격하는 ‘드론 방벽’ 프로젝트가 논의됐다. EU는 “곧 런던에서 열릴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군 배치 계획과 추가 무기 지원을 협의할 방침”이라며 ‘경제·안보 일체화’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동맹 축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외교계에선 지난 22일 발표된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 무산 소식이 이러한 유럽의 결속을 한층 강화하는 촉매로 작용했단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포기를 거론했다가 다시 휴전안으로 선회한 뒤 회담을 취소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선 동결이 현실적 타협안”이라며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트럼프-푸틴 회담이 무산되면서 유럽이 평화 논의의 주도권을 되찾았다”고 짚으며 “유럽은 미국과의 미국과의 연대를 기반으로 러시아 견제와 에너지 차단, 안보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에너지 블록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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