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가 만든 얼굴의 시대, 교육의 새로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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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합성 확산으로 초상권 시장 급성장 교육 현장, 디지털 복제와 진위 검증 대응 시급 신뢰 회복 위한 제도 정비와 기준 마련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인플루언서 시장은 약 326억 달러(약 44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영국 통신규제기관 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약 30%만이 사진이나 음성, 영상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엇이 진짜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의 공백 속에서 새롭게 부상한 것이 딥페이크 초상권(NIL, Name-Image-Likeness) 시장이다. AI가 만든 얼굴과 목소리를 사고파는 이 시장은 규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이 영상을 제작하고, 교사가 강의를 촬영하며, 학교가 홍보 콘텐츠를 운영하는 지금, 교육의 현장은 이미 하나의 미디어 제작 공간으로 변했다. 진위를 식별하고 이를 가르치는 일은 이제 교육이 다뤄야 할 필수 과제가 됐다.

초현실적 합성이 여는 새로운 초상권 시장
이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2025년 오픈AI가 공개한 소라 2(Sora 2)는 음성과 영상이 완벽히 동기화된 초현실적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이다. 사용자는 짧은 표정 영상과 음성 샘플만으로 자신의 ‘디지털 분신’을 만들고, 이를 허가받은 이용자가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게 되면서 초상권 거래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일부 플랫폼은 워터마크 삽입이나 사용권 철회 기능을 도입했지만, 위조나 무단 복제를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럽연합(EU)은 AI 생성물 표시를 의무화했고, 유튜브·메타·틱톡 등 주요 플랫폼은 C2PA(Content Provenance and Authenticity) 인증 체계를 도입하며 진위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도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술 발전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고, 시장 확산은 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얼굴이 자산이 된 시대
골드만삭스는 2027년 창작자 경제 규모가 4,800억 달러(약 65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역시 2024년 240억 달러(약 33조원)에서 2025년 325억 달러(약 44조5,000억원)로 급성장했다.
기업들은 이제 ‘얼굴’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수익 창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배우노조(SAG-AFTRA)는 2024~2025년 계약에서 디지털 복제에 대한 동의와 보상, 통제 기준을 명문화하며 초상권 보호의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동시에 비동의 딥페이크 포르노와 합성 사기의 급증은 이런 제도가 현실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 연도(X축), 시장 규모(Y축)
캠퍼스의 초상권 전쟁
딥페이크 초상권 문제는 이제 교육 현장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대학 스포츠에서는 2025~2026시즌부터 선수들이 학교로부터 직접 초상권 수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학교는 한 해 최대 2,050만 달러(약 281억원)를 선수들에게 분배할 수 있다. 대학 스포츠 시장 전체 규모가 약 15억 달러(약 2조600억원)에 이를 만큼 이미 거대한 산업이지만, 학생들이 대학 밖에서 참여하는 온라인 콘텐츠 시장은 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개인 SNS나 영상 플랫폼을 통해 팔로워를 모으고,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또래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소규모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 공식 계정, 수업 과제, 홍보 영상 등에서도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빈번히 사용되면서, 합성 초상권 침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 지상파 방송 채널4(Channel 4)는 4,000명 이상의 유명인이 딥페이크 포르노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술이 학생과 청소년에게도 손쉽게 사용될 수 있는 만큼, 교육기관의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다.
플랫폼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처와 체육부, 홍보부 등은 ‘디지털 복제 동의서’와 ‘콘텐츠 진위 확인 태그’, ‘공식 영상 출처 인증’ 절차를 마련해 초상권 관리의 기본 체계를 세워야 한다. 이는 본인의 동의 아래 얼굴을 사용한 경우뿐 아니라, 의사와 무관하게 초상권이 침해된 상황에서도 학생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다.
진위 인증 인프라 구축
교육기관이 이 문제를 다루려면 규제보다 ‘신뢰의 근거’를 세워야 한다. C2PA 표준은 이미지나 영상에 생성 주체와 편집 이력을 기록해 콘텐츠의 출처를 검증하는 기술이다. 메타와 틱톡, 주요 카메라 제조사들이 이 방식을 도입하면서, 콘텐츠의 진위를 기술적으로 보증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언론·디자인·커뮤니케이션 등 미디어 관련 학과에서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 인증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신뢰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률은 낮다. 2025년 기준 주요 이미지 생성기의 38%만이 워터마크를 사용했고, 18%만이 AI 생성물 표시를 제공했다. 학교는 이런 불완전한 환경을 전제로 자체적인 인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 생성물 표시를 의무화한 유럽연합(EU)의 AI 법안은 교육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실질적 기준이 될 것이다.

주: 응답자 비율(X축), 인식 수준-자신 없거나 확신이 없는 응답자, AI 콘텐츠를 구별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 (Y축)
교육기관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계약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학생이 참여하는 미디어 제작이나 체육 활동과 관련된 모든 동의서에는 디지털 복제의 사용 범위와 기간, 보상 기준, 철회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음성 복제, 얼굴 합성, AI 내레이션 등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을 포함하고, 미성년자는 반드시 보호자 동의를 거쳐야 한다.
기술적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 학교가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모든 공식 콘텐츠에는 C2PA 인증을 적용해 출처와 진위를 명확히 하고, 편집 과정에서도 정보가 자동으로 보존되도록 시스템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공인 디지털 분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영상이나 음성이 실제 허가를 받은 것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육 과정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에는 콘텐츠 출처 확인, 딥페이크 표시 해석, 신고 절차 등 실질적 대응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창작자의 3분의 2가 사실 검증 없이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으며, 이는 학습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에게는 ‘진짜를 구별하는 눈’보다 신뢰를 검증하는 절차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
딥페이크 초상권 시장은 동의된 복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동시에 무단 복제를 확산시키는 양면성을 지닌다. 교육 현장은 이 변화를 방관할 수 없다. 학교는 학생들이 처음으로 ‘관심이 곧 가치가 되는 사회’를 경험하는 곳이다. 조회 수와 팔로워가 영향력을 결정하는 시대에,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고 평가되는지를 학교 안에서 배운다. 결국 학교는 사회적 신뢰가 쌓이거나 무너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디지털 복제 현실을 반영한 계약서, 기본값으로 설정된 출처 인증 체계, 공개와 검증을 포함한 교육 제도의 확립이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학교는 단순히 기술의 흐름을 뒤따르는 기관이 아니라 ‘얼굴이 자산이 되는 시대’의 신뢰 기준을 세우는 주체가 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a Face Becomes a License: Deepfake NIL Licensing and the Next Lesson for Education 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